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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들 "KCGI 패배 이르다..반격카드 있다" 델타항공, 한진 백기사 여전히 '미지수'...해외자금 등 추가펀딩 '중장기전' 대비 가능성

김수정 기자/ 이민호 기자공개 2019-06-28 13:10:00

이 기사는 2019년 06월 27일 10: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델타항공의 등장으로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KCGI가 패배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가운데 헤지펀드 업계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델타항공이 기대처럼 철저하게 한진의 백기사 노릇을 할지 미지수인데다 '기업가치 제고를 통한 수익 극대화'라는 KCGI의 장기 목표가 무산된 게 아니라는 것이다. 델타항공의 타 항공사 지분 보유는 통상적이기도 하고 한진칼 지분 매입에 대해서도 그 목적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타이밍상 한진그룹의 백기사 역할에 대한 개연성이 높지만 향후 이해관계에 따라 양측간 균열이 발생할 수도 있다. KCGI가 장기전에 대비하면서 반격카드를 노릴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헤지펀드 업계에서는 KCGI가 하반기부터 지분 추가 매입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관측을 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를 비롯한 주식담보대출에 대한 상환 압박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헤지펀드를 비롯한 새로운 우군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기존 거래 증권사 외 중소형 증권사와 헤지펀드 등을 통해 펀딩하는 작업은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 매입 소식이 전해진 지난 21일부터 전날까지 나흘간 사모펀드는 한진칼 24만2062주(108억원)를 순매도했다. 한진칼 주가는 이 기간 총 25.99%(1만500원) 떨어졌다. 증권가에선 델타항공의 등장으로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끝날 가능성이 커지자 지배구조 개선 기대감에 올랐던 주가가 제자리를 찾은 것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 21일 델타항공은 한진칼 지분 확보 소식을 알리면서 '대한항공과의 파트너십 강화'를 목적으로 장기적으로 지분율을 1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현재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한진칼 지분율은 28.93%다. KCGI는 15.98%를 갖고 있다. 델타항공이 10%를 확보하면 한진그룹 측 우호 지분율이 40%에 근접하게 된다. 델타항공이 한진그룹 '백기사'로 비춰지면서 한진칼 경영권 분쟁에서 KCGI가 사실상 패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헤지펀드들은 조금 다른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우선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을 모으기 시작했다는 이유만으로 KCGI가 패했다고 단정할 순 없다는 것이다. 델타항공이 절대적으로 한진그룹의 우호세력인지 가늠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델타항공의 최대주주가 워런 버핏의 버크셔 헤서웨이라는 점에서 델타항공이 지분을 확보한 이후 오히려 한진 지배구조 투명화나 배당 확대 등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델타항공은 한진칼 지분을 10%까지 늘릴 예정이라고 밝히면서도 그 목적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이에 KCGI도 공식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델타항공은 한진그룹의 백기사가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델타항공이 한진그룹 백기사라 치더라도 한진 입장에선 경영권 방어에 유리해진 것일 뿐 KCGI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로부터 자유로워진 건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KGCI는 현재 확보된 지분만으로도 한진의 중대 의사 결정에 목소리를 충분히 낼 수 있다. 당초 KCGI의 목표는 한진그룹 경영권 자체가 아니라 한진그룹 경영 개입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와 이에 따른 차익 실현이다. 한진그룹이 한고비를 넘겼지만 여전히 KCGI와의 갈등은 진행형인 셈이다.

KCGI 펀드가 최장 14년 운용 목표로 설정됐다는 점도 KCGI의 조기 후퇴 가능성을 일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델타항공이 우군 노릇을 할지조차 불분명하다"며 "KCGI 펀드는 10년 이상 바라보는 장기투자 펀드라 이번 이벤트 하나로 엑시트를 논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델타항공이 이 시점에 등장한 건 분명 한진그룹의 백기사 역할을 자처한 것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면서도 "장기적인 시야에서 보면 한진그룹과 델타항공간 유기적인 관계가 늘 변함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델타항공의 등장과 이에 따른 사모펀드의 한진칼 주식 정리가 KCGI에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단기투자 목적의 사모펀드가 걸러지면서 남아 있는 투자자들이 오히려 더 똘똘 뭉칠 수 있다는 해석이다. 게다가 해외투자자들 비롯한 긴 시각을 가진 투자자들이 다시 모일 수 있다. 장기적인 가치 상승을 염두에 둔 사모펀드들이 대부분 잔류한 만큼 KCGI에 불리한 여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한진칼 매도 물량 자체도 시가총액에 견줘보면 미미한 수준이다. 하락한 주가 기준으로도 1조8000억원을 웃도는 한진칼 시가총액을 고려하면 이번에 이탈한 100억원대 사모펀드 자금은 시총의 0.5% 남짓이다. 다른 관계자는 "KCGI와 KCGI에 동조하는 사모펀드들이 매입해둔 물량이 많다"며 "최근 한진칼을 내다 파는 사모펀드는 단기투자 목적으로 들어온 곳"이라고 말했다.

헤지펀드 업계에선 당장 한진칼의 수급이나 주가보단 KCGI가 언제 어떤 식으로 반격에 나설지 주목하고 있다. KCGI는 아직 뚜렷한 대응 계획을 내놓고 있지 않다. 일단 외부 차입노선의 상환 압박을 견뎌낸 이후 다시 레버리지 확대를 도모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러고 난 이후 이르면 하반기부터 레버리지 확대를 통한 한진칼 주식 추가 매입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분 추가매입의 전제이자 최대 현안인 주식담보대출 만기 연장 문제의 경우 선택지를 확장하면 해결 가능한 이슈라고 업계 실무진들은 보고 있다. 담보가 확인되는 대출인 만큼 한진그룹과 이해관계로 엮이지 않은 중소형 증권사에서 대출을 받거나 해외에서 펀드 레이징을 하는 방식으로 추가자금 조달이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KCGI에 자금을 대준다는 곳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고 실제 최근 주식담보대출도 받았다"며 "일단 펀드 레이징에 성공하면 조만간 반격에 나설 것으로 보여 KCGI의 패배로 단정지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헤지펀드 운용사 대표는 "KCGI가 한국 행동주의의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이익이 된다고 생각하면 수십개의 헤지펀드들이 어떤 구조나 방식으로라도 자금을 댈 것"이라며 "그게 헤지펀드의 특성"이라고 말했다.

최근 KCGI에 주식담보대출을 제공한 KTB투자증권의 경우처럼 기존 금리에 비해 비슷하거나 소폭 낮은 수준으로 대출을 갈아 끼울 가능성도 제기됐다. 한 증권사 대출 담당자는 "주식담보대출이 오랜 기간 증권사 기본 사업으로 인식돼온 만큼 주식담보대출 제공 여부만으로 한진그룹 혹은 KCGI 측 편을 드는 것이란 해석을 하는 건 무리수"라며 "일부 증권사를 제외하면 한진과 이해관계가 없기에 대출 수익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하반기에 KCGI가 대출을 현재보다 더 많이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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