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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美 법무부의 '퀄컴 보호'가 주는 교훈

윤필호 기자공개 2019-07-23 08:14:33

이 기사는 2019년 07월 22일 07:21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들이 어려운 시기를 감내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의 충격이 끝나기도 전에 일본의 보복성 규제조치와 마주했다. 국내 경제를 이끌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산업군이 흔들리고 있다. 그러나 대책 마련은 지지부진하고, 정치권은 갈등만 키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미국 정부가 정보기술(IT) 공룡 퀄컴를 감싸고 나서며 내세운 논리는 많은 함의를 안겨준다. 어려운 시국에서 대전제로 삼아야 할 우선순위를 상기시키고 있다.

미국 정부가 퀄컴을 다루는 태도 변화는 흥미롭다. 퀄컴은 반도체 칩을 판매하면서 비용과 별도로 특허 라이선스를 받는 수익모델을 구축했다. 기술 경쟁력을 앞세워 막대한 이득을 취했지만 애플을 비롯해 각국의 IT 기업들은 퀄컴이 시장지배자 지위를 남용해 폭리를 취하는 등 부당행위를 하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2년 전 미국 정부는 공정경쟁의 원칙을 수호하고 나섰다. 연방공정무역위원회(FTC)는 2017년 퀄컴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제소했다. 비슷한 시기 애플도 손해배상을 제기했지만 올해 4월 백기를 들었다. 5세대(5G) 시대와 맞물린 퀄컴 기술의 승리였다. 그러나 5월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연방지방법원이 FTC 손을 들어주면서 퀄컴은 위기를 맞이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묘하게 흐르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퀄컴의 패소 판결 이후 연방항소법원을 상대로 반독점 판결집행을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법무부는 퀄컴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면서도 미국의 5G 경쟁력을 고려한 신중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미국 정부는 평소 법과 원칙을 강조하다가도 위기에 직면하는 순간에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그 근거로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운 점도 인상적이다.

한국 경제는 반도체 업계를 중심으로 일본의 전례 없는 수출 보복조치에 맞서고 있다. 일본은 정치와 경제의 경계를 허물며 국가대 국가의 대결구도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정치와 경제를 떼놓고 볼 수 없는 작금의 정세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정부와 기업 간의 공조와 합의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 정부도 긴급한 상황에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연구개발(R&D) 분야의 주 52시간 근무제 특례(선택적 근로) 확대를 검토한다고 밝혔다. 경제를 넘어 안보까지 위협받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의 퀄컴 보호와 같은 판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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