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M&A]프로젝트명 'Project Genesis'…현대차 참여 암시?'K 이니셜' 사용 금호산업 매각과 달라…'딜 과열·정보유출' 막기 위한 '우회 작명' 분석도
고설봉 기자공개 2019-07-29 17:52:34
이 기사는 2019년 07월 29일 17: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의 프로젝트명이 '제네시스(Genesis)'로 확정됐다. 단어 자체는 '기원' '발생' '(성경의)창세기' 등의 뜻을 가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현대차그룹의 고급차 브랜드명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특정 브랜드를 암시할 수 있는 단어가 사용되면서 현대차그룹의 M&A 참여를 암시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단순히 '이름'이 같은데서 오는 단순 추측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M&A 특성상 매각 주체 및 주관사들은 매물과 인수 후보들의 익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저마다 프로젝트명을 정한다. 일반적으로 회사의 영문명 앞글자를 따 무난하게 프로젝트 이름을 짓는다. 그러나 보안 유지가 최우선인 만큼 이니셜 외에 여러 이름을 사용하기도 한다. 가장 흔하게 활용하는 이름은 동물과 도시 등 고유명사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매각 대상 기업의 이니셜과 연결해 이름을 짓는다.
LG그룹의 ZKW 인수 프로젝트명은 앞 글자를 딴 '지브라(Zebra)'였다. 롯데쇼핑도 과거 중국 진출 당시 현지 쇼핑몰 '타임스(Times)'를 인수해 교두보로 삼았는데 프로젝트명은 '타이거(Tiger)'였다. 동부대우전자 매각 때도 KTB프라이빗에쿼티(KTB PE)는 첫 글자를 따 프로젝트 '더블린'(Dublin)으로 지었다. VIG파트너스는 에누리닷컴(현 써머스플랫폼) 인수 당시 앞글자를 따 에든버러(Edinburgh)로 명명했다. 노비타(Novita) 거래엔 나이로비(Nairobi)가 활용됐다. 골드만삭스PIA에서 MBK로 주인이 바뀐 대성산업가스의 프로젝트명은 대성(Daesung)의 앞글자를 딴 '드래곤(Dragon, 용)'이었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명명 방식은 시장의 흥미를 끈다. 아시아나항공의 영문 첫글자는 'A'다. '제네시스(Genesis)'에는 알파벳 'A'는 포함되지 않는다. 또 2015년 금호산업 매각 때와 달라진 데 따른 여러 추측이 제기된다. 산업은행이 주도하고, 크레디트스위스(CS)가 주관사로 참여한 금호산업 매각의 프로젝트명인 '프로젝트 케이(Project K)'와도 작명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아시아나항공 M&A에도 산업은행이 연관돼 있고, CS가 주관사를 맡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에서는 작명 방식이 바뀐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존대로 라면 '프로젝트 에이(Project A)'가 무난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프로젝트명이 현대차그룹을 떠올릴 수 있는 제네시스로 명명된 이유는 무엇일까. '제네시스'라는 이름은 국내에서는 현대차그룹과 직접 연관돼 있다. 현대차그룹이 제네시스(Genesis) 브랜드를 론칭한 것은 2015년 11월이다. 현대차가 2008년 출시한 대형 세단의 이름을 그대로 고급 브랜드명으로 확정했다. 현대차에게 고급 브랜드 론칭은 단순한 신사업이 아닌,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2000년대 중반부터 고속성장하며 연간 판매량 800만대 규모의 세계 5대 자동차 제조사 자리에 올랐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성장세는 둔화됐다. 이에 따라 고급화와 고성능화 전략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았다. 그만큼 현대차그룹 내에서 '제네시스'라는 이름에 대한 애착은 강하다.
M&A 업계 관계자는 "프로젝트명은 매물 및 딜의 상황에 따라 헤드급 인력 및 임원들이 짓는다"며 "통상 해당 매물의 이니셜을 따오거나, 일부 변형해서 짓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꼭 딜과 연관해서 짓는 것은 아니고, 보안 유지를 위해 전혀 새로운 이름을 짓기도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딜에 대한 시장 및 재계 등의 관심이 너무 커, 일부러 아시아나항공 사명과 전혀 연관 없는 프로젝트명을 지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딜 초반부터 과열 양상을 보이는 만큼 실제 입찰 등에서 주요 정보가 새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제네시스'는 성경의 구약성서 첫 장이다. 천지창조,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돼 노아, 아브라함, 야곱을 거쳐 요셉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이스라엘 최초의 족장들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 이런 측면에서 성격학자들은 '창세기는 '존재의 기원'을 밝히는 책인 동시에 '구원 역사의 여명'을 밝히는 책'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아시아나항공은 국내에 단 2개 뿐인 대형항공사(FSC)다. 항공산업은 대표적인 규제산업이고, 특히 대형항공사는 사실상 향후 추가 면허를 딸 수가 없다. FSC가 매물로 등장하는 것은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런 과점에서 '최초의 매물' '이후에 다시 없을 매물'이란 뜻으로 '제네시스'라는 이름을 지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른 측면에서 아시아나항공은 대주주의 경영실패 때문에 매물로 등장했고, 새로운 대주주를 만나 투자(구원)를 받아야 회생이 가능하다는 차원에서 '구원'을 내포하고 있는 '제네시스'로 명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매각 프로젝트 명에 대해서는 별도로 알려진 바가 없고, 딜이 진행 중인 상황으로 확인이 불가하다"고 말했다. CS 관계자는 "전혀 그런 뜻은 없고, 현대차그룹과 관계도 없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딜 참여에 대한 내부 검토는 없었다"며 "제네시스라는 이름에 대해서도 우리 그룹을 염두에 둔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출입은행, 상반기 출자사업에 14곳 출사표
- 카카오, 2억달러 교환사채 발행 '공식화'
- [Red & Blue]수급 몰리는 피제이메탈, 알루미늄 시세 급등 '수혜'
- 이에이트, 가천대·길병원과 '디지털 트윈 병원' 구축 MOU
- [멀티플렉스 재무 점검]베트남만 남은 롯데시네마 해외사업
- [뮤지컬 제작사 열전]EMK컴퍼니, 고속성장 비결은 '대기업과 10년 동맹'
- 모트롤 인수 추진하는 두산그룹, 3년 전과 달라진 건
- [LG화학의 변신]패착된 NCC 증설, 자산 유동화 '제값 받기' 관건
- [캐시플로 모니터]포스코인터 '조단위 투자' 거뜬한 현금창출력
- [항공사 기단 2.0]'공격 확대' 에어프레미아·이스타, 매출·리스 줄다리기
고설봉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보험사 IFRS17 조기도입 명암]흥국생명, 부채 줄였다…건전성 회복 발판 마련
- [은행권 신경쟁 체제]‘기업·농협·산업’ 시중은행 위협하는 특수은행들의 선전
- [보험사 IFRS17 조기도입 명암]DB손보, 킥스 도입으로 한층 더 탄탄해진 적정성 지표
- [은행권 신경쟁 체제]신한은행, 영업극대화·경영효율화 전략 통할까
- [보험사 IFRS17 조기도입 명암]흥국생명, 'IFRS17' 도입에도 자본 우려 못 지웠다
- [은행권 신경쟁 체제]KB국민은행, 리딩뱅크 관건은 '충당금'
- [보험사 IFRS17 조기도입 명암]흥국생명, K-ICS 비율 경과조치 적용 꾸준한 개선세
- [은행권 신경쟁 체제]진격하는 하나·우리, 체급차이 어떻게 넘을까
- 신한금융 뿌리 깊은 나무와 새싹 '재일교포 주주'
- [보험사 IFRS17 조기도입 명암]농협생명, 새 회계기준서 부채규모 줄어든 비결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