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원익그룹 우군역할에 수익률도 '짭짤' 2010년 CB 투자가 인연…지분가치 370%대 확대
김슬기 기자공개 2019-08-28 08:28:00
[편집자주]
대기업-중소기업 간 상생 모델이 중요해지고 있다. 기술 개발 과정에서 대기업과 협력사간 공동 연구를 하고 안정적인 공급 체인을 만드는 것은 양측이 윈윈할 수 있는 모델이다. 더 나아가 대기업들이 협력사 지분에 투자를 하면서 관계를 더 공고하게 하는 모델까지 나오고 있다. 대기업들이 협력사 지분에 투자한 사례를 통해 상생 모델의 성적표를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8월 27일 16: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원익그룹은 삼성전자의 우산 아래서 성장해 온 곳이다. 삼성전자가 국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 개발을 위해 투자했던 원익IPS는 지분을 투자했던 협력사 중 가장 높은 투자수익률을 안겼다. 원익IPS의 경우 삼성전자의 투자가 이뤄졌던 2010년 이후로 회사 합병 및 인적분할 등을 통해 몸집을 불려왔다.삼성전자는 100억원대의 자금을 해당 기업에 투자했으나 현재 지분가치는 500억원을 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향후 소재 국산화 등에 속도가 붙을 경우 원익IPS 관련 주식들의 가치가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원익IPS는 삼성향 매출이 큰 기업으로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및 디스플레이의 투자방향에 따라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고 있다.
27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으로 삼성전자가 보유한 원익IPS와 원익홀딩스의 지분가치는 각각 443억3000만원, 70억8100만원 등으로 집계됐다. 두 곳의 가치를 합하면 총 514억1100만원이다. 지난해말(433억7900만원)에 비해 19% 가량 지분가치가 커졌다. 2010년 최초 투자금인 110억원으로 보면 지분가치가 367% 상승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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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원익IPS와 원익홀딩스의 지분을 동시에 가지고 있게 된 것은 원익그룹의 지배구조 변경과 관련이 있다. 현재 원익그룹은 원익홀딩스와 원익IPS 등 총 37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곳으로 ㈜원익이 원익홀딩스의 지분을 26.9% 보유하고 있다. 원익홀딩스는 원익IPS의 지분을 32.9% 가지고 있는 구조로 되어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원익홀딩스와 원익IPS의 지분을 각각 2.3%, 4.5%씩 보유하고 있다.
지금 보유하고 있는 구조를 보기 위해서는 2010년도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삼성전자가 원익에 처음 투자하게 된 계기는 옛 아이피에스라는 기업 때문이었다. 아이피에스는 1996년 청송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곳으로 반도체 전공정 핵심장비인 증착장비와 디스플레이 패널에 회로를 그리는 식각장비(Dry Etcher 등)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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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3월에 삼성전자는 아이피에스의 2회차 무기명식 무보증 전환사채(CB)를 전액 인수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해당 CB의 규모는 220억원이었고, 사채 만기는 4년이었다. 그해 10월 아이피에스가 아토와 합병하면서 원익IPS가 탄생했다.
2013년 12월에 삼성전자가 가지고 있던 CB에 대한 전환청구권을 행사하면서 지분을 본격적으로 보유하게 된다. 전환 주식수는 총 722만216주였다. 해당 지분은 삼성전자 뿐 아니라 삼성디스플레이도 함께 취득하게 됐다. 전환이 이뤄지기 전인 2012년 삼성전자의 액정표시장치(LCD) 사업부가 분사하면서 삼성디스플레이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로부터 물적분할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동일한 비율로 원익IPS에 대한 투자지분을 분할했다. 원익IPS의 경우 반도체 뿐 아니라 디스플레이 장비에도 강점을 가지고 있는 곳이기에 공동투자 형태로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는 원익IPS의 지분을 각각 361만108주(4.48%)씩 보유하게 됐다.
결국 디스플레이의 지분을 뺀 나머지가 현 삼성전자의 최초 투자금액이 된다. 최초 투자금은 CB의 절반인 110억원선이다. 현재 삼성전자의 반기보고서에는 지분을 최초로 취득한 2013년 12월의 기준금액으로 기재되어 있다. 지분으로 인식하기 시작했을 때의 금액은 총 316억2500만원이었다. 이듬해인 2014년에는 지분가치가 504억원까지 상승했으나 2015년에는 410억원으로 떨어졌다.
2016년에는 원익그룹의 지배구조가 바뀌면서 또 한 번 변곡점을 맞이하게 됐다. 그해 4월 원익IPS의 인적분할을 진행하면서 원익홀딩스(존속회사)와 원익IPS(분할신설회사)로 재탄생했다. 분할비율은 존속회사와 분할신설회사가 0.48:0.51로 나뉘었다. 인적분할을 진행하면서 삼성전자가 보유한 주식 역시 이 비율과 동일하게 나뉘었다. 그 결과 삼성전자가 보유한 원익홀딩스 지분은 154만여주(4.48%), 원익IPS 지분은 162만여주(2.3%)가 됐다. 취득원가는 각각 154억1000만원과 162억1400만원으로 재평가됐다.
분할 이후 홀딩스의 지분가치는 지속적으로 떨어졌지만 원익IPS의 지분가치는 분할 이후 높은 수준을 유지해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보통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를 분할하게 되면 지주회사의 역할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주가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고 사업회사는 주가가 오른다"며 "원익의 경우는 홀딩스도 사업을 영위하긴 하지만 인적분할이후 타기업들과 비슷한 수순을 밟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홀딩스의 지분가치는 2016년말 118억원선이었으나 2018년 62억원까지 떨어졌고, 올 상반기에는 71억원 수준이었다. 원익IPS의 경우 2016년말 485억원의 지분가치를 보였고, 2017년 618억원까지 가치가 올랐다가 지난해말 372억원, 올해 상반기 443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또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투자시점인 2010년 이후 원익홀딩스와 원익IPS의 합산 시총을 계산하면 10배 가까지 기업가치가 증가했다"며 "합병과 분할 등을 통한 이벤트가 많기도 했지만 협력사 지분투자에 있어서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투자와 삼성디스플레이의 퀀텀닷 유기발광다이오드(QD OLED) 투자의지에 따라 주가 상승 여력이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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