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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를 움직이는 사람들]부동산 명가 '확립' PF 1세대 김기형 사장⑤부동산금융만 28년 '업계 1인자'…미담확약 '히트'→해외 직접투자 '속도'

이민호 기자공개 2019-09-23 13:02:00

[편집자주]

2011년 금융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메리츠금융. 그로부터 채 10년도 지나지 않아 자산규모가 40조원 넘게 불어났다. 단기간 비약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건 비효율에 대한 경계였다. 거침없는 구조조정에 이어 파격적인 보상체계를 접목해 메리츠만의 '성과주의 DNA'를 탄생시켰다. 그 변화를 주도해온 핵심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9월 10일 14: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투자업계에서 메리츠종금증권은 부동산금융 강자로 정평이 나있다. 2006년부터 14년째 메리츠종금증권에 몸담고 있는 김기형 종합금융투자사업총괄 사장(사진)은 메리츠종금증권을 프로젝트파이낸싱(PF) 개발사업과 부동산 담보금융에 대한 신용공여, 금융주선 분야에서 높은 시장 지배력을 갖춘 플레이어로 탈바꿈시킨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김 사장 휘하 본부들은 지난해에도 주선과 자문을 담당한 PF 규모가 12조원을 넘기며 시장에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국내 부동산 PF 1세대 전문가…PF사업 초기 세팅 '특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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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김 사장은 1992년부터 2004년까지 삼성생명 투자사업부에 몸담으며 사회간접자본(SOC)과 부동산 PF 투자 실무경험을 쌓았다. 28년째 부동산금융 '한 우물'만 파온 업계 최고 전문가인 셈이다. 2004년 우리투자증권 부동산금융팀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본격적으로 증권사에 적을 두기 시작했고 2005년에는 한국투자증권 부동산금융부장으로 이직했다.

2006년 자기자본이 약 2400억원에 불과했던 메리츠증권은 높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낼 수 있었던 부동산금융을 성장동력으로 삼고 관련 본부를 신설했다. 이 때 여러 증권사에서 관련 인력을 영입하기 시작했는데 여기에 중심인물로 낙점받은 인물이 당시 한국투자증권 부동산금융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던 김 사장이었다.

김 사장은 2004년부터 한국투자증권에 몸담고 있던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개인고객그룹장(부사장)과 함께 '부동산금융 쌍두마차가 한국증권에 있다'고 불릴 정도로 이미 명성을 떨치고 있었다. 김 사장은 임정규 교보증권 구조화투자금융부문장(전무), 봉원석 미래에셋대우 IB2부문 대표(부사장), 김성환 부사장과 함께 부동산 PF사업을 증권가 영역으로 끌어온 1세대 전문가로 꼽힌다.

2006년 메리츠증권 IB사업본부 이사로 자리를 옮긴 김 사장은 다음해 프로젝트금융사업본부장(상무)에 선임됐다.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며 부동산 PF 관련 부실 이슈가 증권가를 긴장시켰지만 당시 한 건의 부실도 발생시키지 않는 철저한 리스크 관리능력을 증명했다. 금융위기 여파로 부동산 PF사업이 전반적으로 주춤한 와중에도 사업성에 주목한 김 사장은 오히려 확대에 나서는 뚝심도 보였다.

2009년 9월 메리츠증권 부사장으로 선임된 최희문 부회장은 부동산금융사업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던 김 사장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보냈다. 최 부회장은 업무 전문성을 증명한 인재에게 파격적인 독립성을 부여하는 스타일로 유명하다. 당시 김 사장이 안정성을 확보하면서도 높은 수익성을 낼 수 있는 다양한 구조화 딜에서 두각을 나타내자 2012년 김 사장을 전무로 승진시키고, 이어 2014년에는 종합금융투자사업총괄을 겸직시키며 신뢰를 드러냈다.

메리츠종금증권 종합금융투자사업총괄은 프로젝트금융사업본부, 부동산금융사업본부, 구조화금융사업본부뿐 아니라 기업금융사업본부, 투자금융본부, 특수여신본부 등 6개 본부를 책임지는, 최 부회장에 이은 사실상 사내 2인자 자리다.

◇종금업 라이선스 적극 활용…'미담확약' 히트상품 개발

특히 2010년은 김 사장이 부동산금융 운용반경을 넓힌 중요한 시기였다. 메리츠증권은 그 해 4월 자회사 메리츠종합금융을 흡수합병하며 종금업 라이선스를 보유하게 됐다. 김 사장은 종금업 라이선스를 활용해 PF 직접대출을 적극적으로 실행하며 타 증권사 대비 우위를 선점했다.

그 해 김 사장은 '미분양담보대출확약(미담확약)'이라는 신상품을 히트시키며 다시 한 번 명성을 입증했다. 미담확약은 '시공사만 지던 사업위험을 금융사가 분담하는 데서 수익기회가 생긴다'라는 김 사장의 평소 생각에서 출발한 상품으로 알려졌다.

미담확약은 미분양 물건을 담보로 제3자인 금융사가 대출을 미리 확약하는 상품이다. 완공 후 실제 미분양이 발생하면 대출확약 금융사가 미분양을 담보로 대출을 일으켜 PF 조달자금을 상환한다. 이 때문에 PF 금융사는 미분양에 따른 대출금 미회수 위험을 안지 않아도 되고 시공사로서는 미분양 위험을 덜고 책임준공에 나설 수 있다. 대출을 확약한 메리츠종금증권은 중간에서 수수료를 확보하며 안정적인 수익 확대에 이바지했다.

김 사장은 2015년 또 한 번 큰 딜을 성사시키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그 해 9월 PF 공동 주관사를 맡았던 부산 해운대 엘시티 개발사업 자금조달에 성공한 것이다. 당시 PF 조달규모는 국내 민간개발사업 PF 사상 최대였던 1조7800억원이었다. 이 성과를 인정받은 김 사장은 그 해 12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김 사장은 부사장에 오른 지 3년 만인 지난해 12월 사장에 임명됐다.

종합금융투자사업총괄을 맡고 있는 김 사장 휘하 각 본부의 지난해 주선 및 자문 PF 건수는 총 117건으로 금액으로 따지면 12조4000억원대에 이른다.

◇해외 부동산 투자 확대…신용익스포저 관리 '과제'

김 사장은 본부장 시절부터 꼼꼼하면서도 빠른 일처리로 유명했다. 군더더기 없는 빠른 의사결정을 강조하는 메리츠종금증권의 사풍에서 실력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14년째 메리츠종금증권 부동산 금융사업을 이끌어오면서 리더십도 증명했다. 여기에는 김 사장과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춘 '복심'들의 역할도 컸다는 평가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여은석 프로젝트금융사업본부장(전무)을 비롯해 지난해 12월 전무로 승진한 안성호 부동산금융사업본부장과 곽영권 구조화금융사업본부장, 그리고 이호범 프로젝트금융1팀장(상무)을 대표적인 김 사장의 사람들로 꼽고 있다.

2020년 4월 종금업 라이선스 만료에 대비해 2015년부터 공격적인 자기자본 확충에 나선 점도 주목할 만하다. 메리츠종금증권이 부동산금융을 공격적으로 확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규제에서 별도 체계의 적용을 받는 등 종금사만이 누릴 수 있는 이점도 작용했다. 김 사장은 2020년 사라지는 이런 이점을 종합금융투자업자(종합 IB·대형 IB) 인가로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메리츠종금증권은 2015년 아이엠투자증권 인수합병과 유상증자, 2016년 메리츠금융지주와의 주식교환에 따른 메리츠캐피탈 완전 자회사 편입, 2017년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 등을 거치며 자기자본을 공격적으로 늘렸다. 2017년 11월 자기자본을 3조 이상으로 늘리며 기업 신용공여 업무가 가능한 대형IB 인가를 얻었다. 2019년 상반기말 메리츠종금증권 자기자본 규모는 3조6308억원 수준으로 자기자본 4조원의 초대형 IB를 바라보고 있다.

'토탈(total) 부동산 비즈니스'를 지향점으로 삼는 김 사장은 해외 딜로 눈을 돌리고 있다. 김 사장의 의중뿐 아니라 초대형 IB들과의 수주 전쟁이 격화되고 국내 부동산 PF의 수익성도 하락하는 대외적인 환경 변화에 대한 돌파구였다. 자기자본 확대로 운용반경이 넓어진 2016년부터 미국 샌안토니오 아마존 물류센터 투자(1200억원), 독일 본 도이치텔레콤 사옥 매입(2640억원), 미국 시애틀 세이프코플라자 빌딩 인수(4400억원), DAE캐피탈 보유 항공기 18대 인수(6100억원), 호주 케스트렐 광산 인수금융(3920억원) 등 굵직한 해외 부동산, 항공기, 에너지·인프라 직접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대형 IB가 인가된 2017년 이후 크게 증가하고 있는 메리츠종금증권의 신용위험 노출액(익스포저) 해결을 김 사장의 향후 과제로 꼽는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지난해말 기준 직접대출은 4조5000억원, 우발채무는 6조6000억원 수준인데 대부분 PF를 포함한 부동산에 집중돼있다. 부동산 업황에 따라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위험자산과 해외자산에 대한 투자도 크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에 리스크 관리에서 강점을 보인 김 사장의 향후 대응능력이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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