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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일단락된 이야기인데…" [산은-수은 통합론] 개발은행 정체성 확보 차원, 고육지책 풀이… "가능성 희박" 업계 중론

진현우 기자공개 2019-09-18 11:09:21

이 기사는 2019년 09월 16일 15: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의 통합 발언을 두고 수출입은행의 입장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수출입은행은 수장이 공석인 가운데 이뤄진 이 회장의 발언에 난색을 표함과 동시에 5년 전 정부 주도하에 진행된 정책금융기관 간의 역할 재정립을 손바닥 뒤집듯 바꿀 수는 없을 것이라 못박았다. 두 은행은 5년전 대·내외금융으로 역할 분담에 합의한 바 있다.

다만 이 회장은 본업인 개발은행(Development Bank)으로서의 정체성과 입지가 약해지자 5년 만에 다시 합병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회장의 발언은 정부가 직접 민영화 작업을 주도했던 지난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산업은행의 정책금융 기능은 정책금융공사가 가져가되, 나머지 부문은 민간에 분리매각하는 안건이 진행됐다.

금융업 관계자는 "민영화에 정부가 직접 소매를 걷어올린 건 산업은행의 정체성이 희미해졌을뿐만 아니라, 조달 경쟁우위를 앞세운 산업은행이 시중은행과 예금·대출 경쟁을 벌인 까닭"이라며 "물론 매각작업은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글로벌 투자은행(IB)이었던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면서 잠정 보류됐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정부는 금융정책 운용에 있어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게 됐고, 다시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를 합쳤다. 이때 역할·기능 중복 탓에 심심찮게 합병 거론됐던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역할 정체성도 확실히 짚고 넘어갔다. 산업은행 민영화는 30명 가량의 정책금융공사 직원들이 수출입은행으로 발령받으며 일단락됐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이 회장이 5년 전 합의된 사항을 다시 수면 위로 꺼낸 것은 산업은행이 미래 먹거리 사업에 명쾌한 솔루션을 찾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비록 사견이라는 전제 조건을 달았지만 기자들이 모인 공식석상에서 수출입은행과 일말의 사전협의 없이 합병 이야기를 꺼낸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 말했다.

이처럼 수출입은행은 ECA 기능을 영위하는 국책은행으로 통합과 관련해서는 산업은행과 확연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시장이 작동하지 않는 항공업·조선업 등에 장기·저리대출을 지원할 수 있는 OECD에 속한 각 국의 ECA 기관들이 체결된 협약 때문"이라며 "반면 개발은행인 산업은행이 수출산업에 정책금융을 제공했으면 보조금 시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 설명했다.

구조조정 업무에서조차 두 은행의 확연한 역할차가 존재한다는 게 수출입은행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가령 미국수출입은행은 시중은행이 지원을 꺼리는 보잉사가 해외에 비행기를 생산·판매할 때, 직접 돈을 태우는 대신 해외 투자자에게 보증을 제공하고 씨티은행으로 하여금 대출을 진행할 수 있게 도와준다. 초기에 비행기 대금을 받은 보잉사는 일자리 창출과 산업발전에 기여하며 선순환을 구축하는 구조다.

수출입은행은 만에 하나 합병 논의가 오가더라도 ECA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자사 주도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직 수출입은행장인 은성수 신임 금융위원장도 두 국책은행의 합병은 국내 경제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며 이 회장의 발언이 일파만파 커지는 것에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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