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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쓰오일, 울산 동북아오일허브 사업 발 빼나 석유·LNG 사업 성격 변경 영향, 매각 타이밍 적기 분석도

김성진 기자공개 2019-10-23 09:32:13

이 기사는 2019년 10월 22일 15: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울산 동북아오일허브 사업 초창기 멤버로 참여했던 에쓰오일이 투자 철회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동안 지지부진 했던 사업에 SK가스가 대규모 지분 투자 의사를 밝히면서 에쓰오일은 보유지분 매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정부가 투자자 모집을 위해 액화천연가스(LNG) 시설을 추가하는 등 사업성격을 바꾼 데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SK가스는 울산 동북아오일허브 사업 추진을 위해 세워진 법인 코리아에너지터미널(KET)의 지분 취득을 검토 중이다. SK가스는 40% 이상 지분 매입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KET의 주주는 한국석유가스공사, SK가스, MOL케미컬탱커(MOLCT)로 구성될 예정이다. 예정대로 계약이 진행된다면 기존 2대 주주였던 에쓰오일은 SK가스에 보유지분 약 17.25%를 매각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계약이 완료될 때까지 변동 가능성은 열려있다.

울산 동북아오일허브 사업은 정부가 울산 지역을 동북아시아 석유 물류의 거점으로 조성하기 위해 진행 중인 사업이다. 국내 최대 액체물류 항구인 울산에 총 2413만 배럴의 상업적 탱크터미널을 건설할 계획이며 1단계 북항사업과 2단계 남항사업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구체적으로 북항 30만2000㎡ 규모 부지에 813만 배럴 저장시설을, 남항 38만2000㎡ 규모 부지에 총 1600만 배럴 저장시설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에쓰오일은 울산 동북아오일허브사업 초기부터 참여한 업체다. 한국석유공사가 지난 2014년 울산 북항사업 합작법인 코리아오일터미널(현 KET)을 세울 당시 11%의 지분을 투자하며 사업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정유업체인 에쓰오일로서는 석유터미널 운영에 참여해 사업적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됐다. 당시 코리아오일터미널 주주는 한국석유공사가 51%, 에쓰오일이 11%, 글로벌 탱크터미널 업체 보팍(Vopak)이 38%로 구성돼 있었다.

그러나 울산 동북아오일허브사업은 초기 계획과 달리 난항을 겪기 시작했다. 특히 주요 주주였던 보팍이 저유가에 따른 경영난을 이유로 투자를 철회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에쓰오일은 한국석유공사와 함께 보팍이 보유했던 지분 38%를 나눠서 인수하는 등 사업 참여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다.

보팍이 투자를 철회한 이후 울산 동북아오일허브사업은 투자자 모집에 지속적인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석유공사는 이후 한화토탈, 중국국영석유회사 자회사 시노마크, 울산항만공사, 포스코인터내셔널 등과 추가 주주 참여를 골자로 하는 내용의 기본합의서(HOA)를 작성하기도 했지만 실질적인 투자로 이어지진 못했다. 이에 따라 울산동북아오일허브 사업은 당초 계획보다 2년 정도 지연되며 위기감을 불러 일으켰다.

에쓰오일은 사업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서도 지분을 유지했지만 최근 투자 철회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알려졌다. 에쓰오일의 투자 철회 이유로는 SK가스의 사업 참여가 꼽힌다. SK가스는 KET의 지분 40% 이상 취득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으로, SK가스가 투자자로 참여할 경우 KET의 주주는 한국석유공사, SK가스, MOLCT로 구성될 예정이다. 에쓰오일은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보유 지분을 매각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에쓰오일은 더 이상 사업적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당초 에쓰오일은 석유저장 시설을 활용해 석유 비축 및 공급 비용 절감 등의 효과를 노렸다. 그러나 울산 동북아오일허브사업을 추진 중인 정부가 최근 투자자 유치를 위해 오일허브 사업 내용에 LNG시설을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울산 북항 6선석에 813만배럴 규모의 석유저장 시설을 세운다는 계획이었지만 3선석에 400만배럴 이하로 규모를 줄이고 저장소를 석유+LNG로 운영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정유업체인 에쓰오일이 사업 시너지 효과를 볼 여지가 크게 줄어들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에쓰오일이 투자 철회 타이밍을 정확히 포착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지금까지도 투자자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저유가 시대가 지속되며 투자자들이 울산 동북아오일허브사업을 밝게 전망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박근혜 정권 당시 사업에 참여한 에쓰오일은 유일한 민간투자자로서 그동안 쉽게 발을 빼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박근혜 정권이 해당 사업을 강력하게 추진했기 때문에 에쓰오일 입장으로선 사업성이 낮더라도 쉽게 투자 철회를 결정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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