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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금융그룹을 움직이는 사람들]외형보다 내실…오너와 신영맨의 '조화'①원국희→원종석 체제 48년 흑자…검증 받은 '신영맨' 주요 보직서 활약

정유현 기자공개 2019-12-05 13:00:00

[편집자주]

신영금융그룹은 신영증권이 중심이다. 신영증권은 지난 2016년 환갑을 넘긴 한국 증시와 함께 성장한 3대 장수 증권사 중 하나다. 무리한 사세 확장보다는 보수적 성장을 추구했고 오너와 전문 경영인의 장점을 결합시켜 내실있는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안정 속에서도 변화를 추구하는 신영금융그룹은 최근 강력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부동산신탁업 예비인가까지 획득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신즉근영(信則根榮)' 철학아래 신영금융그룹의 조용한 성장을 이끌고 있는 핵심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19년 11월 21일 07: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종욕득자연(從欲得自然 )' 눈치 보지 않고 개성대로 살아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이다. 과한 표현일 수 있지만 치열한 경쟁으로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 업계에서 묵묵히 자신들만의 길을 걸으면서도 이익을 내고 있는 신영금융그룹을 보면 떠오르는 단어이기도 하다.

신영금융그룹이 흔들리지 않고 '마이웨이'를 걸을 수 있었던 것은 오너 회사라는 점도 주효했다. 원국희 회장에 이어 원종석 부회장이 바통을 이어 받아 '신즉근영(信卽根榮)' 경영 철학을 이어 가고 있다. 무리한 외형 성장보다는 고객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내실 경영을 통해 사업 안정세를 지속하고 있다.

여기에 오너만의 인사 원칙에 따라 검증을 받은 신영맨들이 신영증권뿐 아니라 신영자산운용 그리고 최근에 공식 출범한 신영부동산신탁을 이끌고 있다. 원 부회장의 두터운 신임아래 신영맨들이 모회사의 기조에 발 맞춰 사업을 다지며 신영금융그룹의 100년을 준비하고 있다.

신영증권은 신영금융그룹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신영증권이 곧 신영금융그룹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신영증권은 뚜렷한 특색을 드러내기 쉽지 않은 중소형 증권사 중 보수적인 경영과 다변화된 수익구조로 대형사에 뒤지지 않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신영증권이 내세우는 '장기·가치'의 키워드는 고객들의 신뢰가 더해지며 63년을 지탱하는 기둥이 됐다. 이 기둥을 발판 삼아 신영자산운용, 신영부동산신탁 등으로 영토를 확장했고 현재의 신영금융그룹의 틀을 갖출 수 있었다.

◇ 원국희 회장 '신즉근영' 경영 철학 근간 48년 순이익 흑자

신영금융그룹의 뿌리인 신영증권은1956년 설립됐지만1971년 원국희 회장이 서울대학교 상과대학 동문들과 500만원 가량을 모아 인수하면서 새로운 역사가 시작됐다. 경영 일선에 나선 원 회장은 신뢰가 번영의 근간이라는 신즉근영에서 신영이라는 사명을 따왔고 이 같은 철학에 따라 경영을 지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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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원국희 회장, 원종석 부회장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회사가 먼저 신뢰받을 만한 튼튼한 기업이 돼야 한다'는 원 회장의 경영철학은 신영증권이 지금까지도 증권업계에 유례없는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갈 수 있는 근간이 됐다. 특히 한 가지 수익원에 쏠리지 않고 고르게 분포된 사업 포트폴리오는 신영증권의 안정적인 수익을 이어갈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이러한 안정된 수익구조는 위기에 더욱 강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리테일 시장을 중심으로 지속된 증권업계 불황 속에서도 2009년 881억원의 순이익 이후 줄곧 600억~700억원대 성과를 이어오고 있다.

원국희 회장이 2017년 등기임원에서 물러난 후 원종석 부회장과 신요환 각자 대표 체제로 변경된 후에도 흑자 기조는 지속됐다. 물론 원 회장의 경영 철학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회계연도에도 779억원의 순이익을 내면서 48년 연속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원 회장은 경영 일선에 물러났지만 신영증권그룹의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은 계속하고 있다. 매일 오전 신영자산운용 건물에 위치한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신영증권을 함께 인수한 서울대 동문들과 지속적으로 만나 교류를 한다고 전해진다. 경영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는 않지만 존재 자체로서 신영증권 경영철학의 뿌리를 다시금 새길 수 있도록 자극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 검증 받은 '신영맨' 주요 보직 및 계열사 진두지휘

증권업계에서도 신영증권은 장기 근속자가 많은 회사로 꼽힌다. 여타 어느 증권사와 비교해 안정적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직원들의 애사심도 높은 편이다. 증권뿐 아니라 신영자산운용도 마찬가지다. 높은 직장 안정성은 신영증권 직원들의 자부심이다. 일만 잘하면 큰 장애물 없이 자신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핵심 업무에 집중하게 하는 문화가 장기 근속을 낳았고 이 장기 근속자들이 경영 원칙을 구현하면서 지금의 신영금융그룹의 기틀을 마련한 것으로 해석된다.

뒤집어서 보면 신영증권은 신입 사원이 입사 후 1년 내 10% 가량 퇴사한다고 전해진다. 오너의 경영 철학에 따라 회사는 시장 점유율이나 외형을 키우는 것 보다는 잘 아는 것에 집중하는 기조이기 때문에 큰 파도를 일으킬 일이 많지 않다. 더 큰 바다에서 항해하고 싶은 일부 열정가들이 회사를 떠나는 것이다. 신영의 뚝심있는 기업 문화가 잘 맞는 직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역량을 쌓고 만족하며 신영맨이 된다.

신영증권 주요 계열사에 포진된 리더들도 대부분 신영의 문화가 장착된 신영맨들이다. 신영증권에서 시작하지 않은 외부 인사라도 성과가 있다면 인정받을 수 있을 만큼 합리적인 기업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신영맨

원종석 부회장과 공동 대표를 맡고 있는 신요환 대표, 황성엽 부사장, 서병기 부사장, 엄준흠 부사장과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 박순문 신영부동산신탁 대표 등이 대표적인 신영맨으로 꼽힌다. 신 대표는 30년 동안 신영증권에 몸담은 대표적 인물이며 2008년 입사한 서병기 부사장을 제외하고는 20년 이상 신영증권그룹에 몸을 담았다.

특히 이들은 신영증권 내 여러 부서를 옮겨다니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파생상품과 리테일, IB 분야, 경영 총괄 등을 옮기며 중책을 맡은 것은 오너 나름의 인사 원칙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허남권 대표도 신영증권에서 가치 투자에 눈을 뜬 7년 차 대리 시절 신영자산운용의 창립 멤버로 합류했고 대표이사 자리까지 올랐다.

직원의 성과가 운인지 실력인지 판단하기 위한 원 부회장만의 검증 절차다. 어떤 업무나 부서를 맡아도 실력이 있다면 똑같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원칙이다. 이 검증 절차를 통과한 신영맨들은 오너와 함께 신영금융그룹을 이끄는 핵심 수뇌부가 되는 것이다.

대형 증권사처럼 거액의 성과급은 없지만 성과에 대한 보상도 신영증권만의 방식으로 진행된다. 신영증권에서 경영 총괄을 맡았던 박순문 신영부동산신탁대표가 대표적이다. 신영금융그룹의 신사업이었던 부동산신탁 인가를 받는데 가장 큰 공을 세운 박 대표는 전무에서 계열사 대표로 승진한 케이스다.

이러한 검증 절차를 통해 어렵게 올라온 임원들에 대한 원 부회장의 신뢰도도 상당한 것으로 판단된다. 계열사가 많지 않아 다이렉트로 연결되는 점도 있겠지만 정기적으로 대표들이 만나는 사장단 회의는 공식적으로는 없다. '장기 투자' '고객 경영' 기조하에 장기적인 관점으로 사업을 바라보기 때문에 잦은 회의가 불필요하다고 보는 것으로 해석된다. 오너와 신뢰를 얻은 신영맨의 조화속에 신영금융그룹은 확고한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원칙을 정의 내리는 것은 쉽지 않지만 원 부회장이 '반드시 한번은 검증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주요 보직에 오른 인물들이 다양한 부서를 거치며 검증을 받고 신뢰를 얻은것이 이에 대한 방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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