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11월 21일 07: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원화 ESG채권이 발행된 지 1년6개월 지났다. 그동안 공공기관이나 금융회사 위주였지만 9월 들어 SK에너지, GS칼텍스 등 일반기업까지 합류하며 원화 ESG채권 활성화에 대한 기대도 나온다.그러나 이들의 회사채가 진정한 의미에서 ESG채권으로 인정받기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발행을 준비할 때는 국제자본시장협의회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회계법인 등으로부터 외부검토를 받는 등 노력을 기울이지만 사후 관리는 다소 허술하다. 업계 관계자는 "언제, 어떻게, 어떤 내용을 담아 보고해야 하는지를 놓고 합의된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며 "기업이 성실하게 사후 보고를 해야 할 유인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ESG채권을 발행한 지 1년이 지나 사후보고를 진행해야 할 기업은 KDB산업은행, 신한은행, 한국남부발전 등 3곳이다. 이 가운데 KDB산업은행은 지난해 5월 그린본드로 3000억원, 10월 소셜본드로 3000억원을 발행하고 그해 12월 그린본드에 관한 사후보고가 담긴 투자자안내문을 냈다. 그러나 소셜본드의 투자자안내문은 발행 당시에 나온 것뿐이다. KDB산업은행 관계자는 "이미 자금매칭이 완료돼 규정상 사후보고 의무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남부발전은 지난해 9월 1000억원 규모의 그린본드를 발행했다. 당시 발행된 녹색채권(그린본드) 관리체계에 따르면 발행일로부터 매 1년마다 발행대금이 소진될 때까지 홈페이지에 투자자안내문을 올려 사후보고하기로 했다. 그러나 한국남부발전 홈페이지의 그린본드 카테고리에는 아직 아무런 게시물도 올라와 있지 않다.
애시당초 투자자들이 ESG채권의 사후보고가 담긴 투자자안내문을 찾기도 힘들다. 3개 기업을 기준으로 ESG채권 관련 정보를 찾기 위해 은행소개나 회사소개 카테고리에 들어가야 하는 것까지는 같다. 그러나 KDB산업은행은 지속가능금융, 신한은행은 사회공헌, 한국남부발전은 투자자정보 카테고리로 들어가야 하는 등 투자자안내문을 찾기까지 2~3단계를 거쳐야 하는 것은 물론 저마다 분류도 다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한국거래소가 이런 문제를 인지해 ESG채권 관련 정보를 한눈에 찾아볼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검토단계이며 외부에 계획을 공표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전세계적으로 윤리경영이 주요 화두인 가운데 원화 ESG채권 발행확대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반짝 홍보효과'를 노리고 일반 회사채를 ESG채권으로 포장해 찍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꾸준히 나온다. ESG채권의 진정성을 입증하는 길은 결국 사후 관리로 보여주는 것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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