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 대책 후폭풍]'공모 ELF' 회귀하나, 수익성 저하는 고객 '몫'운용보수 추가, 발행수수료 상승 전망…상품성 하락 '불가피'
최필우 기자공개 2019-11-27 08:17:30
이 기사는 2019년 11월 25일 11: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은행이 신탁에 주가연계증권(ELS)을 편입해 판매하지 못하게 되면 공모 주가연계펀드(ELF)를 대안으로 삼아야 한다. ELT와 ELF는 사실상 같은 상품이지만 ELT의 경쟁력이 우위에 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은행이 ELT와 경쟁에서 도태된 공모 ELF 판매로 회귀하면 효용 감소는 결국 고객에게 전가될 것으로 보인다.◇쿠폰금리 하락 기조, 운용보수·적시성 '무시 못해'
ELF와 ELT의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발행과 판매 프로세스에 자산운용사가 추가되는냐다. 증권사가 은행신탁을 대상으로 ELS를 발행하고 은행이 이를 특정금전신탁에 편입해 고객에게 판매하는 ELT와 달리 ELF는 운용사가 설정한 펀드가 인수 주체다. 금융위원회가 손실 가능성이 20~30% 수준인 파생상품을 사모펀드에 편입하지 못하게 하고 신탁이 사모 성격의 상품이라고 규정하면서 공모 ELF만이 은행에서 팔릴 수 있게 됐다.
은행은 그동안 ELF와 ELT를 선택적으로 판매했다. 자산관리 양대 축인 WM그룹과 신탁연금그룹이 각각 펀드와 신탁을 비히클(Vehicle)로 활용해 ELS를 주력 상품으로 삼았다. 하지만 ELF 설정액은 최근 큰 폭으로 하락했다. 주로 은행에서 판매되는 공사모 ELF 설정액 추이를 보면 2015년말 14조1863억원에서 지난 22일 기준 7조4637억원으로 반토막났다. 같은 기간 ELT 판매가 꾸준히 우상향한 것과 대조된다.
판매사 관계자들은 ELF를 선택하는 투자자가 줄어든 요인으로 운용보수를 꼽는다. ELF는 설정 주체인 운용사가 운용보수를 수취한다. 증권사의 발행 수수료와 은행의 판매 선취수수료만 부담하면 되는 ELT와 차이가 있다. 고객과 판매사는 투자 경험이 누적되면서 이 차이를 체감했고 자연스럽게 ELT 선호도가 높아졌다. 비용을 고려하면 증권사가 고객에게 ELS를 직접 발행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지만 은행의 고객 저변이 압도적으로 넓기 때문에 ELT가 핵심 판매 채널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투자 시점을 정할 때도 ELT가 낫다고 보는 관계자들이 다수다. 공모 ELF의 경우 판매사가 판매를 결정하는 시점과 운용사가 펀드를 설정하는 시점에 약 한달 차이가 난다. 고객이 원하는 기초지수 가격과 쿠폰금리가 형성됐을 때 즉시 투자할 수 없어 적시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ELT는 매주 상품 라인업을 확인하고 투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ELS 쿠폰금리가 하락하면서 ELT에 대한 선호도는 점차 높아지고 있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증권사가 헤지 운용을 위해 투자하는 채권 금리가 낮아지고 있다. 이에 고객이 취할 수 있는 쿠폰금리 역시 하락하는 추세다. 발행과 투자 과정에서 비용 절감, 적시성 확보로 늘릴 수 있는 수익을 무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오랜 기간 투자 경험을 쌓아 온 고객과 판매사가 ELF 대비 효용이 높은 ELT를 선택한 것"이라며 "은행에서 공모 ELF만 판매할 수 있게 된다면 경쟁력이 떨어져 도태된 상품에 투자해야하는 고객들의 효용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규모의 경제' 기대 못하는 발행사, 수수료 인상 '조짐'
증권사 S&T 부문 세일즈 조직은 은행신탁에 ELS를 발행하기 위해 매주 수수료 경쟁을 펼치고 있다. 기초자산 수가 제한돼 있는 데다 구조가 지수형으로 정형화되면서 은행은 고객에게 돌아갈 수 있는 수익이 가장 높은 상품을 선택한다. 증권사가 발행 수수료를 낮춰 마진을 줄여야 유사한 상품을 발행하려는 경쟁사를 제치고 은행 가판대에 자사 상품을 올릴 수 있는 구조다.
증권사가 발행 수수료 감소를 어느 정도 감수하면서 은행 판매 채널에 의존한 것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게 가능했기 때문이다. 증권사는 막강한 판매력을 내세운 은행이 있어 발행량을 끌어 올릴 수 있었다. 이같이 모집한 자금을 헤지 운용에 활용해 수익을 올리면서 비즈니스를 유지할 수 있어 수수료 출혈 경쟁을 감수한 것이다.
하지만 향후 발행 수수료는 전반적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은행에서 판매 가능한 상품이 공모 ELF로 제한되면 현재 수준의 대규모 판매가 불가능하다. 이에 증권사들이 발행을 줄이고 발행 수수료를 높여 파생 비즈니스를 이어갈 수밖에 없게 됐다. 결국 발행 수수료가 높아지는 만큼 쿠폰금리는 낮아지게 돼 고객 수익이 줄어들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증권사 관계자는 "책임 질 일을 만들고 싶지 않은 금융 당국이 투자자가 손해볼 일이 없게 만든 동시에 수익을 추구할 기회도 없앤 격"이라며 "증권사가 위축되면 발행 수수료가 높아지면서 상품성이 떨어져 결국 고객이 수취할 수 있는 수익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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