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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사업구조 개편]조원태는 왜 '지금' 메스를 들었나'가족 합의'로 자신감 회복…'맏형' 대한항공, 선제적 구조조정 실시

유수진 기자공개 2019-12-02 10:20:20

이 기사는 2019년 11월 28일 07:41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이 달라졌다. 아버지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별세로 갑작스럽게 그룹 회장 자리에 올랐던 몇 개월 전보다 부쩍 자신감이 붙고 여유가 생긴 모습이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내놓는 발언의 수위와 강도도 눈에 띄게 높아졌다. 마치 누군가의 눈치를 보듯 조심스럽게 입을 떼던 과거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대신 자신의 생각을 직설적이고 구체적으로 밝히기 시작했다.

이같은 조 회장의 변화는 최근 미국 뉴욕에서 현지 특파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청바지와 스웨터 차림으로 등장한 조 회장은 한진그룹의 사업구조 개편을 염두에 두고 있느냐는 질문에 "이익이 안 나면 버릴 것"이라고 답했다. 재무구조 등에 대해서도 "지금 이야기하긴 어렵지만 조만간 개선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며 연내 개편을 예고했다. 조 회장이 직접 구조조정을 언급한건 지난 4월 그룹 회장 취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그렇다면 조 회장은 왜 '지금' 메스를 꺼내든 것일까.

◇달라진 조원태, 자신감의 근간은 '가족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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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에서는 '지금'이 조 회장에게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본다. 최근 조양호 전 회장이 남긴 재산에 대한 분할상속 절차가 원만히 마무리되면서 조 회장이 한진그룹 회장으로 거듭나기 위한 마지막 퍼즐조각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어렵사리 퍼즐을 완성한 조 회장이 자신의 달라진 위상을 대내외에 공고히 하기 위해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들었단 분석이다. 그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은 마지막 퍼즐조각은 바로 '가족 간 합의'다.

조 회장의 이름 뒤에 공식적으로 '회장'이란 직함이 붙기 시작한 건 지난 4월부터다.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은 조양호 전 회장의 장례가 마무리된 지 일주일 만에 이사회를 열고 당시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을 한진칼 대표이사 회장에 선임했다. 회장 선임을 너무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으나 한진그룹은 "리더십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그룹 경영을 지속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그대로 밀어붙였다. 그렇게 조 회장은 별도의 취임 행사도 없이 조용히 회장 자리에 올랐다.

사실 조 회장은 이미 지난해 11월쯤부터 그룹 경영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손에 쥐고 있었다. 건강이 악화된 조양호 전 회장이 요양을 위해 미국 LA로 건너간 이후부터다. 특히 조양호 전 회장이 아예 병원에 머물기 시작한 올 1월부터는 사실상 실질적인 회장 역할을 해왔다. 조 회장 역시 "(선친이) 지난해 12월 초에 더 이상 결재를 받지 않겠다고 말씀하셨다. 대한항공은 다 제가 알아서 하라고 하셨다"며 이같은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실제 역할과 별개로 조 회장은 가족들에게 한진그룹의 차기 총수로 인정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조 회장이 이사회를 거쳐 정식 회장에 선임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조양호 전 회장이 별세한 후 조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등은 그룹의 경영권을 놓고 지난한 합의 과정을 거쳐야 했다. 심지어 조 회장을 제외하곤 가족 모두가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상태였으나 잡음은 쉬지 않고 새어나왔다.

이같은 내용은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집단 동일인(총수) 지정 당시 외부에 알려지기도 했다. 새로운 동일인을 결정해 공정위에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했으나 마감 시한까지도 의견 합치를 이루지 못했다. 결국 공정위는 실질적인 지배력 등을 고려, 직권으로 조 회장을 동일인에 지정했다. 조 회장 입장에선 외부적으로 회장 타이틀을 지켜냈으나 정작 가족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씁쓸함이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같은 경험을 통해 가족들로부터의 인정에 대한 갈등이 증폭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그랬던 오너일가가 이번에 가족간 합의를 토대로 분할상속을 완료했다. 이는 나머지 세 사람이 상속 관련 논의를 하는 과정에서 조 회장을 한진그룹 회장으로 인정하기로 의견 합치를 이뤘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 물론 이들의 합의가 과거 조양호 전 회장이 가졌던 그룹 지배권한 전체를 조 회장에게 몰아줬다는 의미는 아니다. 어차피 조양호 전 회장의 한진칼 지분 등이 법정비율대로 상속돼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선 가족 모두의 동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KCGI 등 외부 세력으로부터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선 네 사람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

특히 이들의 합의에는 오너일가 모두가 어떤 방식으로든 경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조건이 붙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가족 중 한명이라도 마음을 바꿀 경우 지배력 누수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조현민 전무와 이명희 고문이 한진칼과 정석기업에 복귀한 것도 이같은 내용을 사전 교감한 결과물일 가능성이 높다. 조 회장 역시 "세 명이 자기 맡은 분야에 충실하기로 같이 합의했다"면서 "때가 되고 준비가 되면 다들 그렇게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이 이날 청바지 등 편안한 차림으로 간담회에 참석한 것도 '조원태의 한진'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해석된다. 조 회장은 지난 9월 한진그룹에 복장자율화를 도입했다. 이전까지 한진그룹의 공식적인 복장 규정은 정장이었다. 조 회장은 "9월부터 복장 자율화를 도입했다"며 "첫 출근 때 청바지를 입고 왔더니 너무 파격적인 것 아니냐며 직원들이 깜짝 놀라더라"고 말했다.

이러한 자신감 때문인지 이날 조 회장은 쏟아지는 질문에 거리낌 없이 답변을 내놨다. 마치 작심이라도 한 듯 한진그룹 총수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이야기를 다 털어놓았다.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질문도 피하지 않았다. 한진그룹의 사업과 관련된 내용은 물론, 오너일가 이슈와 국내 항공업계 전반의 위기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하나하나 입장을 밝혔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조 회장한테서 찾아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항공업계 맏형' 대한항공, 선제적 구조조정

국내 항공업이 구조조정 되고 있는 상황과 시기가 맞물렸다는 점도 조 회장이 이번 간담회서 사업구조 개편 이슈를 꺼내든 하나의 이유로 손꼽힌다. 아시아나항공이나 저비용항공사(LCC)들보다 사정이 낫다곤 하지만 대한항공 역시 상황이 어려운 건 매한가지기 때문이다. 조 회장 역시 "주축인 대한항공도 어렵다"며 "내년 성수기를 상당히 걱정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대한항공은 올 3분기 매출 3조3829억원과 영업이익 964억원, 순손실 251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8%, 76% 감소했고 순이익은 금융비용 등의 증가로 적자전환했다.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화물부문의 저조였다. 하지만 대한항공 역시 최근 항공업계 내 공급과잉과 '보이콧 재팬' 운동, 환율 상승 등의 여파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국내 항공업계는 단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극심한 공급과잉에 빠진 상태다. 최근 수년간 LCC들이 경쟁적으로 공급 늘리기에 나선 탓이다. 여객수요가 늘어난 공급을 제대로 받쳐주지 못하면서 갈수록 비행기 내 빈 좌석이 늘어나고 있다. 그나마 대한항공은 장거리 노선에 강해 우려가 덜한 편이었으나 최근 외항사에 치여 시장에서 설 자리가 점차 줄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로 외항사는 올 3분기 국제선 공급을 전년 대비 13% 늘렸고 여객 수요도 11.5%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대한항공은 공급석을 0.5% 줄었으나 여객 역시 0.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선 여객운송 실적

따라서 조 회장은 업계 '맏형' 대한항공의 총수로서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어려움이 추후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 발 앞서 칼을 빼들어 조직을 효율화하기로 결정했다.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 노선을 과감하게 정리해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조 회장의 이번 발언에 그룹 내부 구성원들을 향한 메시지가 포함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회장 자리에 오른지 7개월이 지나도록 분할상속이나 경영권 방어 이슈 등에 집중하느라 내부 직원들에게 회사 경영에 대한 뚜렷한 비전이나 청사진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 회장은 복장 자율화나 기업문화 개선 등 직원들과 의사소통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보여왔으나 미래에 대해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한 적은 없다.

한 재계 관계자는 "조 회장이 가족간 합의를 바탕으로 지분 등에 대한 분할상속을 마무리하며 한진그룹 회장으로서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라며 "내부적으로 확실한 지지 기반이 생긴 만큼 회장으로서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해 구조조정 의사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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