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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벤펀드발 ‘풋옵션대란’ 현실화될까 [CB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⑨내년 상반기 풋옵션 행사 집중 가능성…CB 발행사 유동성 '빨간불'

이민호 기자공개 2019-12-05 08:10:41

[편집자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관 중심으로 형성된 국내 CB 시장은 헤지펀드의 진입으로 개인들도 간접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주식과 채권의 중간형태인 CB는 밑이 막히고 위가 열린 투자자산으로 한동안 각광받았다. 그러나 최근 라임자산운용 사태가 불거지면서 CB 투자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또 메자닌 시장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점들이 제기되면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벨은 메자닌 중에서도 투자 비중이 높은 CB를 둘러싸고 시장에서 제기되는 문제와 개선방향 등에 대해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2월 03일 13: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도입돼 전환사채(CB) 신규발행 물량을 쓸어담은 코스닥벤처펀드에서 내년 상반기부터 풋옵션 행사가 몰리면 발행사들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운용사들이 CB 투자를 보수적으로 집행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이자율 가산과 전환가액 하락 등 이전보다 발행사에 불리한 조건으로 대응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상환자금 마련에 성공하더라도 발행사의 재무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벤펀드 CB 인수 ‘큰손’…발행사 우위로 조달물량↑

코스닥벤처펀드는 지난해 4월 처음 도입됐다. 혁신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이 주요 목적이었던 만큼 총 투자금액 중 3000만원 한도로 10%(300만원)까지 적용되는 소득공제 혜택과 함께 코스닥시장 공모주의 30%에 대한 우선배정 혜택을 파격적으로 제시했다. 대신 펀드자산의 50% 이상을 벤처기업 또는 벤처기업 해제 7년 이내인 코스닥 상장사 주식과 메자닌에 투자하고 이중 펀드자산의 15% 이상을 신규발행 메자닌을 포함한 신주로 담게 하는 운용조건을 내걸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코스닥벤처펀드는 출시 이후 상반기말까지 약 세 달 만에 설정액 기준 2조9412억원을 유입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이중 공모펀드가 7820억원, 사모펀드가 2조1592억원을 각각 유입했다.

문제는 소득공제와 공모주 우선배정 혜택을 받으려면 이같은 의무투자비율을 설정 6개월 이내에 만족시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코스닥벤처펀드는 제한된 기간 동안 이 비율을 맞추기 위해 신주보다 비교적 조달이 용이한 신규발행 CB를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이자율이 0%로 책정된 CB가 시장에 쏟아지는 등 인수자 우위에서 발행사 우위로 넘어가는 계기가 됐다.

조달비용을 낮출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은 코스닥 상장사들도 CB 발행을 서둘렀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를 통틀어 공모와 사모를 합쳐 3조1280억원의 CB가 발행됐는데 코스닥벤처펀드가 처음 도입된 4월 5일부터 상반기말까지 8892억원이 몰렸다.

◇내년 상반기 풋옵션 행사 도래…증시 부진에 전환차익 ‘제한’

하지만 지난해 발행이 집중된 CB가 내년 상반기부터 시장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코스닥벤처펀드 도입 이후 상반기말까지 CB로 발행된 8892억원 중 인수자가 조기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풋옵션이 붙은 CB는 발행물량 대부분인 8020억원이다. 이때 풋옵션은 대부분 발행 1년 6개월이나 2년 이후부터 행사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코스닥벤처펀드는 공모보다 사모 비중이 크게 높은데 사모 특성상 발행사와 인수자가 풋옵션 행사시기를 사전에 조율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운용업계는 연말의 경우 결산시점에 해당해 발행사가 인수자에 풋옵션 행사시점을 미뤄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보고 있다. 연초 이후 본격적으로 풋옵션 행사가 몰릴 것으로 보는 이유다. 풋옵션은 일반적으로 매 3개월마다 행사할 수 있는데 이런 조건에 따르면 내년 4월부터 순차적으로 조기상환 청구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코스닥벤처펀드가 풋옵션 행사를 통한 엑시트를 취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하는 또 다른 이유는 증시 부진으로 전환차익이 제한됐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전환청구권 행사는 대부분 발행 1년 이후부터 가능하다. 지난해 4~6월 종가 기준 820~900 수준에서 움직였던 코스닥지수는 그해 10월 큰 폭으로 하락한 이후 현재까지 단 한 번도 770 이상 오른 적이 없을 만큼 부진했다. 주가 하락시 최초 전환가액의 70%까지 하향 조정할 수 있는 리픽싱 조건과 개별기업의 주가흐름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전환차익은 크게 제한됐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CB 투자 특성상 채권만기를 모두 채우고 상환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발행 1년 이후부터 주가가 전환가액을 웃돌면 전환차익을 누리지만 장내 엑시트가 불가능할 경우 풋옵션 행사로 조기 엑시트에 나선다. 풋옵션은 하방을 막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메자닌 투자를 선호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기도 한다.

◇발행사 유동성 ‘빨간불’…조달 성공해도 재무부담↑

운용업계는 풋옵션이 발동됐을 때 발행사가 이를 상환하지 못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제기하고 있다. 이때 발행사가 가진 선택지는 기존 인수자에 대한 CB 차환발행, 다른 인수자에 대한 CB 신규발행, 금융권대출, 유상증자 등 네 가지로 평가된다.

먼저 CB 차환발행의 경우 기존 인수자와 협상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비교적 선택이 용이하다. 다만 CB 차환발행과 신규발행 모두 코스닥벤처펀드 열기가 식으며 인수자 우위시장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는 시장상황을 고려하면 주가 부진을 반영해 전환가액이 낮아지거나 이자율이 가산되는 등 이전 CB보다 발행사에 불리한 조건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이유로 발행에 성공하더라도 발행사는 큰 재무부담을 안게 된다.

A 운용사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부터는 CB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투자자가 지난해만큼 많지 않고 실사도 깐깐해져 코스닥벤처펀드에서 풋옵션 행사가 몰리면 발행물량을 받아줄 투자자가 충분할지 의문”이라며 “이전 발행건과 비교해 전환가액이 낮아지고 이자율도 높아지면서 옥석 가리기를 통해 투자기회가 될 수도 있겠지만 발행사로서는 상당한 재무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대출도 발행사로서는 선택하기 쉽지 않다. 대부분 CB 발행사가 은행에서 대출받기에는 신용등급이 낮은 데다 담보로 제공할 수 있는 자산도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CB 발행보다 높은 이자율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 부실 징후가 조금이라도 발생할 경우 상환을 즉시 요구하는 경우가 빈번한 것도 부담이다. 유상증자 방식을 취할 수도 있지만 발행 1년 이후 전환 가능한 CB보다 당장 주가 하락 압박이 크고 경영권 축소가 필연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사실상 모든 방안이 실패했을 때 마지막으로 고려하는 선택지다.

B 운용사 관계자는 “CB 투자의 가장 큰 장점은 풋옵션 행사로 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믿음”이라며 “풋옵션 행사에도 상환받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면 발행사와 인수자 모두에 큰 혼란이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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