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품 떠난 번개장터, '환골탈태' 눈길 시너지 미미·적자 거듭하다 작년부터 실적 개선 이뤄
김병윤 기자공개 2019-12-05 15:21:57
이 기사는 2019년 12월 04일 11: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모투자펀드(PEF)운용사 프랙시스캐피탈이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중고물품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의 기업가치 변화가 눈길을 끌고 있다. 2013년 네이버에 인수된 뒤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다시 매각되는 운명에 놓였지만 이후 눈에 띄는 실적 개선으로 기업가치가 크게 뛴 점에 이목이 쏠린다.번개장터는 2013년 네이버에 인수됐다. 네이버는 벤처투자사 프라이머로부터 번개장터의 전신인 퀵켓(Quicket) 지분 51%를 매입했다. 번개장터는 본래 퀵켓이 운영한 모바일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이었다. 퀵켓은 2017년 10월 사명을 번개장터로 변경했다.
네이버가 퀵켓을 인수할 당시 퀵켓의 지분가치는 100억원 정도로 평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네이버가 지분 100% 보유한 자회사 캠프모바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캠프모바일은 2013~2017년 퀵켓 지분 33.7%를 보유하고 있었다.
캠프모바일은 퀵켓 인수 첫 해인 2013년 말 퀵켓 지분(33.7%) 장부가액을 30억 4082만원으로 평가했다. 이를 지분 100%로 환산할 경우 지분가치는 90억원 정도가 나온다.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감안하면 네이버가 2013년 인수할 때 인정받은 100억원 수준의 지분가치가 도출된다.
네이버는 퀵켓과의 사업적 시너지와 해외진출 가능성 등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캠프모바일의 지분투자 역시 동일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네이버라는 국내 최대 IT기업에 인수된 이후 퀵켓의 지분가치는 예상과 달리 해를 거듭할수록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2014년 말 캠프모바일이 보유한 퀵켓 지분의 장부가액은 11억 4315만원이다. 인수 1년 만에 최초 장부가액에서 62.4%가 손상차손으로 인식됐다. 캠프모바일이 퀵켓의 지분 회수 가능액이 장부금액에 미달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퀵켓의 적자가 지분가치 하락으로 직결된 것으로 분석된다. 2014년 퀵켓은 18억원 정도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 규모는 전년 대비 두 배 정도 확대됐다.
이후에도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캠프모바일이 2015년 말 인식한 퀵켓 지분의 장부가치는 '0'이다. 보유한 퀵켓 지분 33.7%의 가치가 아예 없다고 판단한 셈이다. 인수 2년여 만에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캠프모바일의 2015년 감사보고서에는 퀵켓의 실적이 공개돼 있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실적을 파악할 수는 없다. 다만 투자한 지분의 회수 가능액이 장부금액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해 손상차손을 인식한 점에 비춰봤을 때 적자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캠프모바일은 지분 외 전환사채(CB) 투자로도 손상차손을 인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퀵켓은 2014년 1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사모 CB를 발행했다. 캠프모바일은 2014년 12월 발행된 퀵켓의 제2회 사모 CB 5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이 사모 CB의 장부가액은 2015년 말 4억 4011만원으로 줄었다. 마찬가지로 회수 가능액이 장부금액에 미달하자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2017년 캠프모바일은 보유한 퀵켓의 사모 CB를 전량 양도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캠프모바일이 지속적으로 손상차손을 인식한 점에 비춰봤을 때, 퀵켓이 네이버에 인수된 후 기업가치는 떨어졌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며 "2017년 네이버가 매각할 당시 인수 때 대비 낮은 기업가치를 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네이버에서 매각된 후 퀵켓은 환골탈태한 모습을 보였다. 번개장터로 사명을 바꾸고 전혀 다른 회사로 거듭났다. 번개장터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두 배 정도 증가한 75억원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3.7배, 7.1배 늘었다. 올해 매출은 100억원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간 내 실적이 개선되자 몸값도 크게 오른 모습니다. 번개장터의 경영권 인수(buy-out)를 추진하고 있는 프랙시스캐피탈은 번개장터의 지분 80%를 인수하는 데 1200~1300억원 정도를 지급할 전망이다. 지분 100% 가치를 1500억원 정도로 책정한 셈이다. 네이버가 인수할 때 대비 지분가치가 10배 이상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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