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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아세안 열풍, 수출·먹거리 타령은 이제 그만 [고영경의 Frontier Markets View]

고영경 박사공개 2019-12-04 18:24:37

[편집자주]

바야흐로 저성장의 시대다. 기업들은 다시금 성장의 기회를 얻기 위해 새로운 시장으로 눈을 돌린다. 최근 십여 년간 글로벌 경제 성장과 물가 안정을 견인해 온 중국도 과거와 같은 고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이머징 시장이 더 이상 아니다. 이제 글로벌 기업들의 눈은 그 다음 시장인 프론티어마켓으로 향한다. 아시아 프론티어 마켓의 중심부 말레이지아 쿠알라룸푸르 현지에서 경영학 교수로 재직하며 이 시장의 성장과 가능성을 지켜봐 온 필자가 이 시장의 현재와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가려고 한다.

이 기사는 2019년 12월 04일 10: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계기로 아세안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드디어 한국에서 동남아를 아세안이라는 역동적인 경제블록으로 인식하는 대전환이 시작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 한국인들에게 ‘동남아시아’는 관광지와 경제적으로 낙후된 지역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또 국내에 들어와 있는 이주 노동자에 대한 차별적 시각도 존재했다. 편견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동남아 국가들에 대한 정보를 필요로 하지 않았고 관심도 적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인식의 전환, 정보의 확산은 그래서 매우 고무적이고 놀랄만한 현상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홍보와 다양한 미디어의 기사들이 아세안이 한국의 주요 경제 파트너임을 알려주고 한국기업들이 나아야 할 시장이라는 점을 강조한 덕분이다.

미중 무역갈등 이전부터 아세안은 생산기지로, 떠오르는 소비시장으로 주목 받았다. 6.5억 명의 거대한 시장, 젊은 층 비중이 높은 역동적인 사회, 정치적 안정성 등으로 인해 아세안 시장이 미래 성장의 발판이 되리라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었다. 더 나아가 유선의 시대에서 모바일 시대로 바로 이어지는 립프로깅(Leap frogging)을 경험하고 있는 지역도 아세안이다. 이미 중국이 빠른 디지털 경제로의 도약을 분명하게 보여준 바 있다. 아세안 디지털 경제는 매년 20에서 30 퍼센트씩 성장하고 있으며, 기업가치 1조 이상의 유니콘 기업도 8개(CB Insight, 2019년12월2일 기준)나 나왔다.

이미 한국의 제조업은 1970년대부터 동남아로 진출했고 경제위기가 올 때마다 부침을 겪어왔다. 최근 아세안 열풍은 확실히 이전과는 다른 양상이다. 단순한 수출 증가를 넘어 아예 직접 진출하는 사례가 늘었다. 교역량은 2위, 대 아세안 투자액은 2018년 85.9억달러로 투자대상국 3위를 차지하고 있고 한국기업들의 현지 법인 설립도 크게 증가했다. 금융투자는 물론 벤처캐피탈의 스타트업 투자가 줄을 잇고 있으며 한국계 스타트업의 진출도 활발해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 평가절하되던 동남아가 이제야 비로소 미래 성장 시장 아세안으로 이슈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아세안이 제대로 평가받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한국과 아세안이 더 공고한 파트너십으로 함께 커나가는 것은 기업이나 국가나 교민 사회 모두에게 바람직한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런데 우리 시각으로 수출만을 외치면 곤란하다. 정성껏 준비해서 아세안 국가정상들을 부산에 모시고 이제 겨우 마음을 얻기 시작했을 뿐이다. 스마트시티부터 행정분야까지 ‘수출’을 붙여놓고, 상대국가를 향해 ‘미래 먹거리’라는 말을 서슴없이 얹는다. 문화강국, 소프트파워를 내세우는 한국이다. 같은 내용이라도 어떤 형식과 그릇에 담는가가 중요하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모든 아세안 정상들이 한국의 진심 어린 환대와 존중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우리 기업의 미래가 달려있는 시장이라면 그럴수록 일방적인 우위가 아니라 윈-윈, 상호수혜를 드러내는데 더 힘을 기울여야 한다.그것이 고작 말 한마디의 수사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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