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기술성평가 무용론]신뢰성 가장 낮은 평가기관 '나이스'…이유는?④나이스평가정보·나이스디앤비 등 "회사채 신용등급 평정잘해도 기술 이해도는 낮아" 지적

오찬미 기자공개 2019-12-19 08:14:14

[편집자주]

기술성 평가 제도가 도입된지 20년이 지났다. 한국거래소는 적자 상태의 기업들도 기술력을 인정받으면 상장할 수 있는 문을 열어줬다.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장기간 기술 개발에 나서라는 취지다. 대표적인 분야가 개발 기간이 오래 걸리는 신약개발 바이오 기업들이다. 기평은 바이오 산업 육성에 기여를 했지만 잡음도 많다. 기평을 통과한 기업들이 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하거나 반대로 우량 기업은 기평 통과에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더벨은 기평을 둘러싼 논란을 재점검하고 개선 방향을 모색해봤다.

이 기사는 2019년 12월 11일 07: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술성평가를 통해 상장에 성공한 기업들이 가장 신뢰하기 힘들다고 본 평가기관은 나이스평가정보와 나이스디앤비로 손꼽혔다.

나이스평가정보와 나이스디앤비는 신용평가회사인 나이스신용정보의 계열사로 개인 및 기업 신용정보 평가와 크레딧뷰로 등의 업무를 하는 곳이다. 기업 재무 상황 및 금융 관련 신용평가엔 전문적이지만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지적을 받았다.

기술성평가는 실적이 부진한 기업에 대해 기술력을 보고 상장을 허용해주는 제도다. 하지만 기술력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평가기관이 평가에 참여하는 것을 거르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 기술 평가기관에 대해서도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평가기관은 기준을 충족해 한번 발탁되면 계속 평가에 참여해왔다.

기업들은 일부 기술신용평가(TCB·Technology Credit Bureau)기관들이 기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기술평가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국책연구기관의 경우 평가자 대다수를 외부에서 구해 평가 전문성이 들쑥날쑥하다는 비판도 받는다. 기술성평가의 방식과 평가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다.

◇ 기술평가 못하는 TCB기관

기술성평가에 참여하는 평가기관은 현재 총 13곳이다. 이가운데 바이오기업의 평가에는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을 제외한 12곳이 참여한다. 평가기관 중 관 성격이 있는 곳은 국책연구기관이라 부르고 민간이 설립한 기술평가기관은 TCB기관이라 칭한다. TCB기관은 기업 기술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 기술신용평가 전문성을 갖춘 기관으로 금융위원회가 지정한다. 국책기관과 TCB기관의 성격 차이가 평가기관의 신뢰성에서도 차이를 나타냈다.

기평을 통과한 기업 40여곳에 물었더니 국내 기술성 평가기관 중 평가의 신뢰성이 가장 낮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나이스평가정보 △나이스디앤비를 뽑았다. 두 곳 모두 TCB기관이다.


나이스평가정보는 23곳의 기업이 평가의 신뢰성이 낮다고 응답했다. 나이스디앤비는 16곳의 기업으로부터 기술평가의 신뢰성이 낮다고 꼽혔다. 더벨은 기술성평가에 대한 의견을 모으기 위해 바이오 산업 전문가 집단을 대상으로 지난 11월 8일부터 일주일간 총 45명에게 설문 조사를 진행해 이같은 결과를 도출했다. 설문 대상은 기술성평가를 의뢰한 이력이 있거나 거래소 예비 심사 청구서를 제출한 회사로 한정했으며 기평 기관에 대한 신뢰성 응답은 1명당 3곳을 고를 수 있도록 복수 응답을 허용해 총 116개의 응답을 확인했다.

가장 신뢰성이 낮은 곳으로 꼽힌 곳은 나이스평가정보와 나이스디앤비였고 뒤를 이어 기술보증기금과 이크레더블도 신뢰성이 낮은 평가기관으로 각 14표, 13표를 받았다.

나이스평가정보에서 기술성평가를 받았던 한 업계 관계자는 "나이스평가정보에서 팀장과 팀원 총 2분이 나와서 심사를 했었다"며 "박사급 인력은 2명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나이스평가정보에서 기술평가를 진행했던 관계자도 "한국과학기술원(KIST) 등의 기관은 기술을 심도 깊게 보는 반면 나이스평가정보는 정량적인 것만 평가했다"며 "기술평가라고 하지만 실적에 대한 평가만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나이스평가정보의 경우 신용평가에 전문인 곳으로 기술 자체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는 게 기업들의 평가다. 나이스디앤비도 전문화된 심사인력과 국내 최다기업평가 1위에 기반해 기술신용평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었지만 코스닥 특례상장 기술평가에서만큼은 기업들에게 저평가를 받았다.

TCB기관의 성격과 기술성평가의 성격이 사뭇 다른 것이 근본적인 이유로 꼽힌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TCB기관은 재무 등에 대해 주로 평가하는 기관"이라며 "자회사로 기술평가 담당하는 곳을 두고 있지만 바이오 기술에 대한 평가는 거의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때문에 기술을 심도 깊게 보는 곳에서 기술 평가 결과가 낮게 나와도 TCB기관에서는 기술평가 결과가 높게 나올때가 많다"며 "누구한테 평가를 받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나이스평가정보 관계자는 "평가업무는 내부 바이오팀에서 진행하는데 박사급 인력은 6~7명이 있다"며 "공정성, 객관성 유지차원에서라도 외부자문을 꼭 포함시키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외부 평가단은 그때 그때 다르지만 피평가 기업을 알려준 후 적합한 분을 모시고 있다"고 설명했다.

◇ 외부 인력에 평가 100% 의지하는 국책연구기관


반대로 신뢰성이 높은 평가기관으로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22표를 받아 1위에 올랐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Korea Research Institute of Bioscience and Biotechnology)은 1985년 설립된 정부출연연구기관이다. 생명과학기술 분야의 연구개발 및 공공인프라의 구축 및 운영을 위해 설립돼 국가적 바이오 연구개발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전문성을 띄고 있는 만큼 인력풀이 다양해 기업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19표를 받아 신뢰성이 높은 평가기관 2위에 올랐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평가 인력을 10여명 파견해 인물 구성을 다양화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다만 특례상장 기술평가업무의 평가단을 모두 외부 인력으로 구성하고 있는 점은 한계로 꼽혔다. 업계 관계자는 "센터장과 팀장이 전문가 풀을 선정해서 평가단을 꾸리지만 평가단의 인력은 모두 외부 인력으로 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보증기금(16표)은신뢰성이 낮은 기관으로도 3위에 꼽혔는데 신뢰성이 높은 곳으로도 응답률이 높았다. 기평에 응한 기업들의 개별 경험에 따른 응답인 만큼 편차가 다소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기술보증기금은 평가대상 기술에 대해 기술성, 시장성, 사업성을 평가해 결과를 도출한다. 내부평가인력으로 박사급 인력을 200여명 정도 두고 있다. 산·학·연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바이오 분야의 외부자문위원 인력풀도 100여명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뢰성이 가장 낮은기업 1위에 꼽힌 나이스평가정보는 또 다른 설문 참여자 13명으로부터는 신뢰성이 높은 평가기관으로 꼽혔지만 나이스디앤비는신뢰성이 높은 기관에 대한 설문 조사에서 한 표도 받지 못해 눈길을 끌었다. SCI평가정보에 대한 응답도 '0'표였다.


◇국책기관 vs TCB 기관 "복불복 아닌가"

기업들은 기술성 평가가 복불복 아니냐는 볼멘 소리를 한다. 상대적으로 TCB기관이 기술평가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고 국책 기관은 낮은 점수를 줬다. 어떤 평가기관이 걸리느냐는 거래소의 지명과 각 기관의 형편에 따라 무작위로 진행된다.

더 큰 문제는 평가기관 별로 점수 편차가 크다는 점이다. 1차 기술평가에서 A와 BB등급을 받아 평가에서 탈락했던 메드팩토는 두달 후 재평가에서 TCB기관인 한국기업데이터와 이크레더블에서 각 A등급을 받아 통과했다.

브릿지바이오의 경우 1차 평가에서 한국과학기술정보원과 한국기업데이터에서 각 BB, A등급, 2차 평가에서 기술보증기금과 나이스평가정보로부터 각 BBB, BBB등급을 받아 탈락했다. 3차 평가에서는 TCB기관인 한국기업데이터와 이크레더블로부터 각 A등급을 받아 통과했다. 물론 그 사이에 베링거잉겔하임으로부터 조단위 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체결한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한 관계자는 "평가시기나 평가위원에 따라 평가점수가 달라지지 않도록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며 "평가자 주관이 관여할 여지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술을 아는 기관만이 평가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며 "A평가단이 회사에 와서 브리핑을 듣고 미팅을 진행했는데 회사 대표가 권위자고 평가하러 온 분들의 연구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정량적 평가만 할 뿐이라면 기술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될 리 없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선 "부족한 부분에 대해 회사에 여러번 소명의 기회를 줬으면 한다"며 "기업 대표의 대응이 미흡해 평가를 덜 받기도 하는데 기술 평가에서 평가자와 피평가자의 질의를 강화해 실제 회사의 능력이 평가받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