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12월 10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펭-하!'. 펭수 하이라는 뜻이다. 요즘 펭수를 모르면 핵아싸(핵+아웃사이더) 취급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몸값만 무려 5억이란다. 인기 비결을 두고 분석이 난무하지만 EBS 연습생 신분이라는 소속도 한몫한다.김명중 EBS 사장을 ‘김명중!’이라고 함부로 부르는 펭수. 막나가는 것 같아도 불량한 언행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EBS가 정한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교육방송으로서 EBS가 반드시 포용해야 할 가치인 젠더 평등이나 소수자 배려 등을 해치는 법이 없다. 이런 일관된 가이드라인과 정체성은 펭수에 대한 열기를 자극한다. 뭐가 됐든 길을 안잃고 흥하려면 방향성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최근 부동산시장에서 펭수만큼이나 뜨고 있는 리츠는 아직 소속이 확실치 않아 보인다. 리츠의 인가와 관리감독은 국토교통부가 주관하지만 회계처리, 상장 규정 등은 금융위원회 담당이다. 주무부서는 분명 국토부인데 리츠가 상장하려면 금융위와 거래소의 심사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이지스자산운용이 ‘모자형 리츠’를 상장하려 했다가 불가피하게 시기를 미룬 것 역시 부처간의 소통 부족 탓이라는 평가다. 국토부는 이의없이 인가를 내준 반면 금융감독원은 모자형 리츠 구조에 문제가 있다며 반려했다.
가장 큰 문제는 두 부처의 우선순위가 다르다는 점이다. 국토부는 부동산 경기, 금융위는 투자자 보호를 먼저 본다. 리츠사업자들로선 어떤 가이드라인을 따라야할지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뚜렷한 방향성이 없다 보니 리츠 관련 정책은 그간 수시로 바뀌어왔다. 리츠의 근간인 부동산투자회사법은 2001년 만들어진 이후 지금까지 30차례 넘게 개정됐다. 도입 20년이 다 되가는 지금까지 리츠시장이 꽃 피우지 못한 이유도 부처간 정책비전 공유가 제대로 안됐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얼마 전 만난 A신탁회사의 한 관계자는 “리츠를 활성화하려는 국토부의 최근 정책적 의도는 좋지만 리츠는 본질적으로 금융상품인 만큼 금융위에 더 전문성이 있지 않겠느냐”며 "금융위 아래로 일원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물론 그동안 이원화된 구조 아래서 국토부의 관리감독 강화로 리츠시장이 정화작업, 건전화를 이뤄냈다는 측면에서는 장점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젠 투자자들의 신뢰를 충분히 확보해 시장 활성화에 속도를 내야할 시점인데도 시어머니는 둘이나 되는 형국이다. ‘신이나 신이나~ 엣헴 엣헴 신이나.’ 펭수의 엣헴송처럼 리츠업계에 신이 나려면 교통정리를 끝내고 정체성부터 선명히 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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