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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워치]두산그룹 유연한 재무정책, '재무통' 중용 덕?'CEO-CFO' 각자 대표이사 체제 도입…계열사간 유상증자·차입금 상환 서로 협력

김성진 기자공개 2019-12-12 07:40:15

이 기사는 2019년 12월 11일 10: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그룹을 특징짓는 여러 단어 중 하나는 바로 '유연함'이다. 설립 이후 1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두산그룹은 과감하면서도 유연한 변화를 통해 생존해왔다. 무엇보다 지난 2000년 두산중공업 인수를 기점으로 소비재 기업에서 중후장대 기업으로 완전히 탈바꿈한 것이 그룹 정체성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

현 정권의 탈원전 정책으로 위기를 맞은 현재에도 두산그룹은 바로 이 유연함을 통해 위기를 헤쳐나가고 있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단 번에 갈아 치우는 변화는 아니다. 바로 재무적 유연함을 통해서다. 두산그룹은 '㈜두산-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두산밥캣'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는데, 이들 계열사들이 유상증자, 차입금 조기 상환 등을 통해 서로 돕고 돕는 재무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유연한 재무정책이 가능한 배경으로는 '재무통' 중용 정책이 꼽힌다. 두산그룹은 지주사 역할을 하는 ㈜두산을 포함해 대부분 계열사들이 '최고경영자(CEO)-최고재무책임자(CFO)' 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갖추고 있다. CFO를 중용하는 기업들은 많지만 그룹 전반적으로 CFO를 대표이사에 기용하는 일은 흔치 않다.

◇서로 돕고 돕는 계열사들

지난 5일 두산그룹 지주사격인 ㈜두산은 이사회를 열고 자회사인 두산중공업 유상증자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두산이 현재 보유 중인 두산메카텍 지분 100%를 현물출자해 두산중공업에 넘기는 방식이며 출자 규모는 2382억원이다.

㈜두산이 두산중공업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들어 두 번째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5월 공모를 통해 4718억원의 현금을 마련했는데, 이 과정에서 ㈜두산이 1415억원을 출자하며 힘을 실었다. ㈜두산은 두산중공업에 올해만 3800억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2019년 3분기 기준

㈜두산의 자금 지원은 두산건설로 이어졌다. 두산중공업은 ㈜두산으로부터 지원 받은 금액을 사실상 고스란히 두산건설 살리기에 쓰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5월 두산건설이 진행한 4200억원 유상증자에 약 3000억원을 수혈했다. 여기에 바로 ㈜두산의 현금이 들어있는 셈이다.

계열사 간 재무지원은 유상증자와 같이 단순 직접적인 방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차입금 조기 상환을 통해 모회사의 재무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도 있다. 두산밥캣은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돈을 차입금 조기상환에 사용하며 모회사 두산인프라코어의 재무구조 개선에 힘을 싣고 있다. 두산밥캣은 지난 2014년 이래 총 8차례에 걸쳐 조기상환을 실시했다. 덕분에 두산인프라코어의 부채비율은 2014년 263%에서 올 3분기 기준 170%로 떨어졌다.

◇ 각 계열사 대표이사 올라선 CFO

두산그룹 계열사간 유연한 재무지원이 가능한 이유로는 CFO 중용 정책 덕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두산그룹은 지난해 재무건전성 강화를 위해 'CEO-CFO' 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전격적으로 도입했다.

두산그룹의 지주사격인 ㈜두산이 대표적이다. ㈜두산은 지난해 초 이사회를 통해 동현수 사업부문장(사장)과 김민철 지주부문 CFO(부사장)를 사내이사로 신규선임했다. 그동안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과 함께 손발을 맞추던 이재경 전 두산그룹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생긴 변화다. 김 부사장은 1989년 두산그룹에 입사해 경영전략과 재무를 맡아온 그룹 내 손꼽히는 '재무통'이란 평가를 받는다.


변화는 ㈜두산뿐 아니라 다른 계열사들에게서도 나타났다. 두산중공업도 마찬가지로 지난해 초 이사회를 통해 최형희 재무관리부문장(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하며 'CEO-CFO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했다. 이전까지는 박지원 CEO와 함께 정지택 최고운영책임자(COO)가 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이루고 있었다. 두산밥캣도 박성철 CFO를 대표이사 자리에 앉히며 스캇성철박 CEO의 파트너로 낙점했다. 현재 두산인프라코어만 유일하게 손동연 사장 단독 대표이사 체제를 고수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각 계열사들의 CFO가 외부인력이 아닌 점도 각 계열사간 융통성 있는 재무정책에 힘을 보태는 것으로 분석된다. 두산중공업의 CFO인 최형희 부사장은 과거 두산인프라코어에서 재무관리부문장을 지냈으며, 박상현 두산밥캣 CFO는 지주부문 CFO를 역임하기도 했다. 이처럼 각 주요 계열사의 CFO들이 다른 계열사들의 재무상태를 꿰뚫고 있는 만큼, 자연스러운 재무적 협력관계가 형성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재계 관계자는 "두산그룹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지난해 CFO를 각 계열사 대표이사에 선임하는 등 재무통들을 전진배치 했다"며 "두산그룹이 현재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지만 이러한 정책은 긍정적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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