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12월 13일 07: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지점 리모델링에 수백억원이 든데다 경쟁사 프라이빗뱅커(PB)를 공격적으로 영입하면서 결국엔 비용 문제가 도마위에 올랐다. 전대미문의 럭셔리 지점은 보수적인 은행 중심의 그룹문화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실험이었다. 프로젝트를 담당했던 임원은 퇴사를 각오할 정도였다. 2017년 오픈한 하나금융의 클럽원(Club 1) WM센터 이야기다.

클럽원 WM센터는 고액자산가를 타깃으로, 명품 지점을 지향하는 복합금융센터다. 그 화려함이 기존 경쟁사들의 VIP 지점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건물 내에 엔터테인먼트 회사, 바(bar), 식당, 도서관까지 셀럽(celebrity)들이 즐겨 찾는 공간을 겸비했다. 삼성동 일대의 랜드마크로 통할 정도로 건축학적인 가치도 훌륭하다.

오픈까지의 고단했던 과정을 잊은 채 클럽원의 저력을 발휘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오픈 석달만에 신규 자금을 1조원 이상 끌어모았다. 그 폭발력은 현재까지도 유효하다. 가장 최근 클럽원의 관리자산은 5조원을 넘어섰다.

화려한 외부를 더 빛나게 만든 건 내실이다. 자체적으로 설정한 사모펀드만 137건, 연 평균 수익률이 24%에 달한다. 허세만 부린 게 아니었다는 얘기다. 독창적인 상품과 고객관리는 화려한 외관에 보조를 맞췄다. 벤처기업을 포함한 비상장주식 투자, 그리고 경영참여형사모펀드(PEF)에 버금가는 딜 발굴·관리 능력, 그리고 막강한 세일즈 파워가 겸비되면서 파워는 배가됐다. 수익은 저절로 따라왔다.

클럽원 센터가 IB 역할을 하는 동시에 투자자(LP)도 됐다. IB와 WM의 융합이라는 모든 금융회사들이 꿈꾸는 비전을 증권사 지점 한 곳이 이뤄냈다.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고객과 PB들을 관리하면서 가능했던 일이다.

'명품 금융상품'을 갈구하던 부자 고객들도 환호했다. 이제는 고객을 찾아가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클럽원의 일원이 되고 싶어하는 고객들이 생겨날 정도다. 공급자 중심이 아닌 소비자 중심의 사고 전환으로 PB 비즈니스의 패러다임을 바꿨다고 할 만하다.

사실 화려한 PB센터는 모든 금융회사들에게 딜레마다. 고액자산가들을 유인하기 위해 화려함이 필요하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VIP 지점은 늘 통폐합 대상 1순위가 되기 십상이다. 화려함이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통념을 클럽원이 깨버린 셈이다.

최근 더벨이 개최한 포럼에 PB들이 다수 참여했다. 이들의 참여 이유는 주제 발표자로 나선 클럽원 WM센터장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였다. 사실은 클럽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염탐하러 왔다. 클럽원 WM센터의 발표를 꼼꼼히 체크하고 사진까지 찍어가는 PB도 있었다. 클럽원이 자연스럽게 PB 비즈니스의 벤치마크가 되고 있다는 뜻이다.

클럽원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 남은 과제가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확실한 건 그동안 우리나라 WM 비즈니스가 가야할 방향을 정확히 보여줬다는 점이다. 비용만 쏟아붓고 성과를 내지 못해 사라져 버린 VIP 지점, 차별화되지 못한 상품들로 매번 고객들의 원성을 받아야만 하던 그런 곳들은 클럽원을 방문해보기 바란다.

당신이 부자라면 하나금융 클럽원을 추천한다. 그리고 제대로 된 PB 비즈니스를 해보고 싶은 금융회사 임직원에게도 하나금융 클럽원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