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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실성장 선회한 이랜드, 차이나드림 숨고르기 ①무리한 M&A, 계열사 전반 '불똥'…10조 매출 겨냥 중국사업도 위축

양용비 기자공개 2019-12-26 10:35:10

[편집자주]

내수 기반으로 성장해온 유통업계와 식음료업계는 2010년대 들어 변화를 시도한다. 해외로 눈을 돌려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섰고, 사업 다각화에 힘을 실었다. 2020년을 목표로 장기 비전을 발표한 곳도 많았다. 2020년까지 매출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려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목표로 삼았던 2020년 경자년(庚子年)이 코앞이다. 2020 비전을 제시했던 기업들을 대상으로 그간의 성과를 점검하고 향후 성장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2월 23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랜드그룹에게 중국은 언제나 기회의 땅이었다. 1994년 중국에 첫 진출한 이후 2010년까지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이뤄냈다. 2000년 이후 매출 증가세는 10년간 40% 이상이었다. 이랜드그룹에게 중국은 '약속의 땅'처럼 여겨졌다.

2010년 이랜드그룹은 더 원대한 '차이나' 구상을 밝혔다. 2020년 토털패션으로 중국에서 1위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통해 2020년 국내외에서 패션으로만 매출 17조원을 기록하겠다는 포부였다. 이 가운데 10조원을 중국에서 벌겠다는 복안이었다.

이랜드그룹은 패션에서 시작해 외식과 유통으로 중국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박성경 이랜드그룹 부회장은 2016년 중국 상하이에 도심형 아울렛인 팍슨뉴코아몰을 열면서 2020년까지 현지에 100개 쇼핑몰, 15조원 매출을 올리겠다고 천명했다.


◇성장하던 중국 사업, 재무 리스크에 '주춤'

이랜드그룹의 중국 사업은 1993년 박성수 회장(사진)이 마음 속에 틔운 불씨에서 시작됐다. 한중 수교 이듬해 중국을 방문한 박성수 회장은 중국인 대다수가 입고 있던 인민복에서 중국 패션의 잠재력을 발견했다. 중국인들이 인민복 대신 이랜드 브랜드가 붙은 옷을 입는 청사진을 그렸다.

박성수 회장은 청사진을 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방문 다음해인 1994년 이랜드그룹은 중국에 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진출 원년으로 삼았다.

이후 중국 현지 사업은 거칠 것이 없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2005년 처음으로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선 이후 5년 만에 1조원을 돌파했다. 2020 비전을 설정한 2010년 이후 2년 뒤엔 2조원 매출을 달성했다. 유례없는 고속성장이었다.

중국 사업 성장세는 2010년대 중반까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2010년 3280개였던 중국 내 이랜드 브랜드 매장은 2014년 9000개까지 늘어났다. 당시와 같은 추세가 이어졌다면 2020년 중국 10조원 매출, 2만개 매장 실현도 어렵지 않을 기세였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부터 사업다각화를 위해 진행했던 인수합병(M&A)으로 인한 위험신호가 2010년대 중반부터 감지되기 시작했다. 이랜드그룹은 2000년대 초반부터 패션뿐 아니라 백화점, 호텔·리조트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뉴코아 △해태유통 △데크 △네티션닷컴 △한국콘도 △동아백화점 △우방랜드 등을 인수했다.

공격적인 인수로 인해 이랜드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이랜드월드의 부채비율은 2014년 366%에 달했다. 재무상태 악화로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자 이랜드그룹은 2015년부터 재무안정화를 위한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브랜드나 부동산 등을 팔아 빚을 갚았다.

이는 고공행진을 하고 있던 중국 사업에도 달갑지 않은 소식이었다. 재무구조개선 작업이 그룹 차원에서 진행된 탓에 중국 사업을 무턱대고 확장할 수 없었다. 2020년 목표 수정이 불가피했다. 2020년 중국 매출 10조원을 위해 외형 성장에 주력해온 이랜드그룹은 내부적으로 ‘내실경영’에 방점을 찍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이랜드그룹은 시장에 잘 팔릴만한 브랜드를 매물로 내놨다. 상대가 원하는 매물을 팔아야 제 값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016년 이랜드그룹은 브랜드 ‘티니위니’를 8700억원에 매각했다.

티니위니는 중국 기업에 팔리기 전까지 이랜드그룹 중국 패션 사업의 핵심이었다. 2014년 중국에서만 5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효자 브랜드였다. 2017년 티니위니로만 중국에서 1조원 매출을 올리겠다는 포부도 괄목할 만한 상승세에서 비롯됐다. 이랜드그룹이 2020년 중국 내 패션사업으로 10조원 매출을 올리겠다는 구상의 중심에 티니위니가 있었던 셈이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2014년부터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중국 내 소비와 유통채널 변화에 대응했다”며 “지난해까지 비효율점포 정리 작업을 진행했으며 앞으로도 외형확장보단 내실 경영에 중점을 두며 중국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5년부터 진행한 재무구조 개선 작업 이후 이랜드그룹은 비전 달성 보단 숨고르기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가 돼서야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재무개선 작업 과정에서 이랜드그룹이 2020년 목표를 ‘매출 10조원’에서 내실 경영으로 수정하면서 2010년 선포했던 2020년 목표는 사실상 무의미해졌다.

이랜드그룹의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은 약 10조원이다. 이 가운데 중국에서 나오는 매출은 2조원 수준이다. 2015년 목표를 수정하긴 했지만, 2010년 선포했던 비전으로 따지면 이랜드그룹의 중국 사업 목표 달성률은 약 20% 수준이다.

◇호텔·레저도 수술대…목표 '확장→내실' 수정

이랜드그룹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은 ‘의·식·주·휴·미·락’ 6대 사업영역에 전부 영향을 끼쳤다. 2014년 박성경 부회장이 천명했던 호텔·레저 2020년 목표도 자연스럽게 수정됐다.

당시 박성경 부회장은 2020년까지 호텔·레저 사업에서만 매출 5조원을 달성해 세계 10대 호텔 기업이 되겠다고 밝혔다.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도 적극적으로 진출해 150개 지점과 1만8000개 객실을 갖추겠다는 포부였다.

재무구조 개선 작업으로 이 목표는 결국 이루기 힘든 꿈이 됐다. 재무구조 개선을 시작하면서 박성경 부회장이 세웠던 호텔·레저 부문 전략도 ‘확장’에서 ‘내실’로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호텔·레저 부문 전략 수정도 자연스럽게 진행됐다. 이랜드월드와 이랜드리테일이 선제적으로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들어간 이후 지난해부턴 이랜드파크·이랜드제주리조트 등이 수술대에 올랐다. 방법은 패션 부문과 마찬가지로 핵심 자산 매각이었다. 지난해 이랜드그룹은 제주켄싱턴호텔과 상록호텔 부지를 1280억원에 팔아 부채 상환 자금을 마련했다.


지금은 유명무실해진 비전이 됐지만 이랜드그룹이 꿈꿨던 2020년 지점 수와 현재 지점 수를 비교해보면 괴리감이 크다. 현재 이랜드파크가 운영하는 국내외 호텔·리조트는 22개로 당초 목표였던 150개의 14%에 불과하다.

호텔과 레저 부문에서 2020년 5조원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도 이제는 무색해졌다. 지난해 기준 이랜드파크의 매출은 5753억원이었다. 당초 목표인 매출 5조원의 11% 수준이다. 2020년 목표가 예정대로 설정돼 있었어도 달성이 요원한 셈이다.

일련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마친 이랜드그룹은 호텔·레저 부문과 외식 부문을 분리해 전문성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해 이랜드파크에서 외식 부문인 이랜드이츠를 분리한 것도 이 작업의 일환이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올해 이랜드파크에서 이랜드이츠를 분리해 외식 부문이 더욱 전문성을 갖고 운영할 수 있게 됐다”며 “호텔과 레저 부문은 켄싱턴 브랜드의 가치를 더욱 키워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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