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고위험 투자상품 대책이 남긴 아쉬움 [thebell note]

최필우 기자공개 2020-01-06 13:06:06

이 기사는 2020년 01월 02일 08: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0년 파생상품 시장은 큰 변화를 맞이한다. 고위험 투자상품 투자자 보호 대책이 시행되면서다. 가장 큰 판매 채널인 은행에서 보편적인 5개 지수(유로스톡스50, 홍콩H지수, S&P 500, 코스피200, 닛케이225)를 사용하고 공모로 발행되는 주가연계증권(ELS)만이 판매될 수 있다. 판매잔고도 작년 11월 수준으로 제한된다.

이는 2016년 이후 최고 수준의 규제로 평가된다. 금융 당국은 홍콩H지수 급락으로 투자자들이 손실 가능성에 노출되자 일시적으로 총량 규제 제도를 시행한 적이 있다. 또 홍콩H지수 쏠림현상 해소를 지상 과제로 내세우며 신규 지수 활용을 늘리라고 강조했다.

작년 대규모 손실의 원흉으로 지목된 독일 10년물 국채금리와 미국·영국 CMS금리는 이러한 맥락에서 활용됐다. 판매사의 탐욕과 발행사의 오판이 명백하지만 이 기초자산을 선택한 의도마저 불순했던 건 아니다. ELS의 대안을 마련하고 고객 선택지를 늘리자는, 당국도 업계도 공감하는 취지가 바탕이 됐다. 하지만 고위험 투자상품 투자자 보호 대책으로 증권사들의 기초자산 다변화 전략에 제동이 걸렸다.

전후사정을 아는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금융 당국이 내놓는 대책의 일관성이 떨어진다고 성토한다. 시장이 위축되는 건 차치하더라도 리스크가 불거질 때마다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정책과 규제에 장단을 맞추기 어렵다는 것이다. 예년 같으면 신상품과 발행 규모 논의가 한창이겠지만 요즘은 정책 리스크 대응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은행 판매 ELS 기초자산이 제한된 것도 관계자들의 운신 폭을 줄이고 있다. 잇따라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S&P 500이 갑작스레 하락 흐름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홍콩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에 따른 불확실성이 여전한 홍콩H지수도 요주의 자산이다. 구조적으로 대안 기초지수를 쓸 수 없게 된 상황에서 비즈니스를 접거나 줄이는 게 낫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여곡절 끝에 확정된 고위험 투자상품 투자자 보호 대책은 파생상품 시장을 퇴보시킬 여지를 남겼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시장 퇴보는 투자자 보호가 아닌 편익 축소로 이어진다. 행여 금융 당국이 제한한 기초지수에서 또다시 손실 리스크가 불거졌을 때 덧대기식 규제가 반복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