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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의 '수선화' 존 리 대표…'장기투자' DNA 이식 [매니저 프로파일]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겸 CIO…코리아펀드 운용 기법 및 철학 도입

정유현 기자공개 2020-01-14 13:07:07

이 기사는 2020년 01월 02일 15: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산운용업은 굴곡이 많아 흥망성쇠의 순환 속도가 빠른 곳 중 하나다. 항해하기 어려운 바다로 표현하기도 한다. 증시의 흐름에 따라 주연이었던 운용사나 매니저가 순식간에 엑스트라로 전락하는 것은 그다지 놀랄 일도 아니다. 이 빠른 흐름 속에서도 짧은 시간 동안 평가의 기복이 가장 컸던 인물 중 한명이 바로 존 리(사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다.

수익률 바닥을 헤매던 메리츠자산운용이 2014년 존 리 대표 부임 후 업계 1위를 달성하며 '꼴찌의 반란' 주역이 됐다. 중소형 우량주에 집중한 '메리츠코리아펀드'는 존 리 대표 부임 후 단숨해 1조원의 메가펀드로 성장했다. 수익률은 2014년 14.84%, 2015년 21.96%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주목을 받았다.

2015년 4분기 펀드의 수익률이 고꾸라지며 평가가 엇갈리기 시작했다. 2016년에는 -20%대 수익률을 기록했다. 대형주 위주의 장세가 이어지며 펀드 성과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듯 했다. 수익률을 둘러싸고 평가는 엇갈렷고 존 리 대표는 메리츠운용 합류 후 외로운 시간을 보내는 듯 했다. 하지만 흔들리지 않는 존 리 대표는 굳건한 철학을 바탕으로 펀드를 운용하고 투자 철학을 전도하기 위한 강연을 꾸준히 진행했다.

뚝심이 통한걸까. 올해들어 펀드 수익률이 기지개를 켜면서 존 리 대표의 장기 투자 철학이 다시 빛을 보고 있는 듯 하다. 운용 업계 가치투자 대가들도 그가 자신의 투자 철학을 믿고 꾸준히 투자한다는 점에 여전히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 '코리아 펀드' 선진투자 DNA, 메리츠에 이식

"코리아펀드 운용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에 제대로 리서치 기반으로 투자하던 매니저가 없을 때 선진 투자 방식을 가져와 역량을 발휘한 인물입니다."

존 리 대표가 미국의 '스커더 인베스트먼트' 소속으로 '코리아펀드'를 운용할 당시 대우투자자문 소속 한국 로컬매니저로 리서치 어드바이저 역할을 수행했던 동일권 모루자산운용 대표의 평가다. 코리아펀드는 SK텔레콤과 삼성전자 주식을 사서 10년 만에 각각 140배와 70배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도 유명하다. 누적 수익률이 1600%를 돌파하기도 했다.

존 리 대표는 메리츠자산운용에 합류하면서 투자 기법 뿐 아니라 문화를 선진국 방식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사옥부터 북촌으로 옮겼다. 당시 메리츠화재 건물에 메리츠운용이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투자자들이 떠날 수 있다고 봤다. 선진국에서는 자산운용사가 독립되어있지 않으면 투자자의 이익과 회사의 이익이 상충할 때 회사의 이익을 선택할 것으로 본다.

메리츠금융그룹의 최고위층을 설득해 최고경영자(CEO) 임기를 없애고 계열사 경영진 회의에도 참가하지 않았다. 대표지만 여전히 택시나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투자자의 돈을 운용해서 얻은 수익을 고급세단에 사용하는 것은 사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존 리 대표가 코리아펀드를 운용할 당시의 운용 방식과 철학은 △상향식투자 △장기투자 △글로벌관점으로 요약된다.

존 리 대표는 코리아펀드 운용팀과 함께 최소한 2~3년 전망에 근거해 개별기업의 지속가능한 수익구조나 경영진의 질적 특성을 고려해 상향식 투자를 진행했다. 매크로한 시장 움직임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타이밍으로 성공하는 것은 일종의 도박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기업 방문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투자한 기업을 지속적으로 방문해 투자 판단의 유효성을 검증하고 새로운 투자 대상 기업을 찾기 위한 노력이 우수한 성과로 이어졌다.

코리아펀드 운용 DNA를 메리츠운용에 심었다. 부임 후 '메리츠코리아펀드'를 제외하고 과감하게 정리했다. 주식 매매는 최대한 줄이는 대신 투자 대상 회사를 고를 때는 경쟁사, 하청회사까지 펀드매니저들이 만난 후에 투자를 결정다.

회사와 동업한다는 생각으로 투자를 하고 있다. 회사의 가치를 보고 투자하는데 가치는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A회사는 성장성이 뛰어나고 B회사는 자산규모가 크고 C회사는 기술력이 좋을 수 있다. 그 회사의 가치를 다각도로 보고 투자 여부를 결정했고 수익률이 이를 증명했다.

좋은 지배구조가 좋은 수익률을 만든다는 투자 철학에 따라 라자드자산운용 소속 당시 일명 '장하성 펀드'로 불리는 '한국지배구조펀드'를 운용하기도 했다. 이 펀드는 2006년 6억 달러로 출발해 2008년 초 미국 최대 연기금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캘퍼스)으로부터 1억 달러 투자까지 받았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와 함께 투자 기업 주가가 빠지면서 40% 이상 손실을 기록하는 등 수익률 부진 지속으로 2012년 펀드가 청산됐다. 펀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여전히 지배구조에 대한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 수익률 회복 과제…'더 우먼 펀드' 승부수

메리츠코리아펀드는 연초 후 수익률이 6.39%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공모펀드 중 일반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이 3.93%라는 점에서 평균을 넘는 수치다. '메리츠코리아스몰캡증권투자신탁(주식)의 경우 연초 후 수익률이 11.32%(12월 20일 기준)로 중소형주 펀드 수익률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물론 펀드가 고점일 때 투자했던 고객들은 아직 원금 회복이 되지 않았을 수 있지만 존 리 대표는 수익률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크게 걱정이 없다고 보고 있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회사에 투자했고 그 회사들이 돈을 잘 벌고 있기 때문에 장기 투자를 하면 높은 수익률이 가능할 것이라 보는 것이다. 수익률도 중요하지만 최근 존 리 대표의 목표는 '더 우먼 펀드' 규모 확대와 펀드 직접 판매 활성화다. 메리츠운용은 2018년 업계 두 번째로 고객이 판매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펀드를 거래할 수 있도록 '메리츠펀드 투자'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였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펀드를 최대 판매사인 은행을 통해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지난 2년간 직판 효과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존 리 대표가 '유튜브' 채널을 통해 투자 철학을 전파하면서 직판으로 유입되는 고객수가 늘었다. 한 때는 하루에 2~3명 정도가 방문했다면 최근에는 600명 이상이 메리츠 직판을 찾고 있다.

직장인은 커피값 등을 아껴 하루에 1만원씩 펀드에 투자하거나 부모들은 어렸을 때 부터 자녀들에게 사교육을 시키거나 선물을 주는 대신 '펀드 선물 하기' 를 통해 금융 지식을 쌓을 수 있도록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작은 것에서부터 라이프스타일이 바뀌면 미래에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실어주고 있고 투자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여성 친화 기업에 투자하는 '더 우먼 펀드'의 경우 기획 취지와는 달리 설정액이 좀처럼 늘지 않아 소규모펀드 신세가 됐다. MSCI 아시아 태평양 지수에 편입된 기업들 중 이사회에 적어도 1명 이상 여성이 존재하는 경우 5년 연평균 성장률이 8.9%를 기록한 데 반해, 이사회에 여성이 없는 기업들은 7.3%에 불과했다. 존 리 대표의 철학도 이와 궤를 함께한다.

한국의 수직적 문화 내에서 펀더멘털과 여성 친화라는 두 가지 조건을 동시에 충족하는 기업을 찾는 것이 쉽지 않지만 이 조건에 부합하는 기업에 투자하다보니 수익률도 준수한 편이다.

펀드 설정 당시 증시 상황에 따라 기준가가 높이 반영된 점을 반영하면 규모 대비 나쁘지 않은 수익률을 거뒀다고 존 리 대표는 평가하고 있다. 연초 후 수익률은 -2.54%지만 3개월 수익률은 5.56%를 기록하고 있다. 존 리 대표는 더 우먼 펀드 확대를 위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내년 세번째 저서를 내놓기 위해 막판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지만 존 리 대표는 흔들리지 않는 수선화가 된 듯 하다. 굳건한 투자 철학을 바탕으로 존 리 대표만의 시나리오를 계속 써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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