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아시아나항공 M&A]박삼구의 아시아나, 31년 만에 '금호' 품 떠났다1991년 대표이사 사장 맡아, 그룹 사명도 변경…HDC와 SPA 체결

유수진 기자공개 2019-12-27 10:24:59

이 기사는 2019년 12월 27일 10: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이 31년 만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을 떠나 HDC그룹 품에 안겼다. 박삼구 전 금호그룹 회장은 수십년간 자식처럼 애지중지 키워온 아시아나항공을 결국 떠나보냈다. 아시아나항공과 작별한 금호그룹은 과거 재계 순위 7위까지 올랐던 영광을 마음 속에 간직한 채 대기업 간판을 내리게 됐다.

금호산업과 HDC현대산업개발은 27일 오전 각각 이사회를 개최하고 아시아나항공 지분 31.05%를 약 3200억원에 거래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양측은 이사회 결정 직후 주식매매계약(SPA)까지 체결하고 아시아나항공 M&A 절차를 마무리한다. 이로써 아시아나항공은 31년간 이어져온 금호그룹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HDC그룹의 새 가족이 됐다.

아시아나항공도 이날 이사회를 열고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을 대상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다만 구체적인 유상증자 규모는 아직 공시되지 않았다. 재계에서는 전체 매각대금 약 2조5000억원 중 구주 가격 약 3200억원을 제외한 2조1800억원가량이 아시아나항공에 유입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HDC그룹은 내년 1월 아시아나항공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유증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종로구 공평동에 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

이날 아시아나항공을 떠나 보낸 금호그룹은 대기업 집단에서 중견기업으로 규모가 줄었다.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들을 통매각 하며 주요 계열사 중 금호산업과 금호고속 등 2개사만 그룹에 남게 됐기 때문이다. 2000년대 중후반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잇따라 품으며 재계 7위까지 올랐던 과거의 영광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그룹의 자산 규모는 기존의 3분의 1 미만으로 줄어든다. 지난해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자산은 별도기준 6조9250억원으로 금호그룹 총 자산 11조4350억원의 60.6% 수준이었다. 혼자서 그룹 전체 자산 중 3분의 2 가량을 책임졌던 아시아나항공에 에어부산(3027억원), 아시아나IDT(2070억원) 등이 함께 빠지면서 그룹의 자산 규모가 3조원대로 내려앉게 됐다.

이는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자산 10조원 이상)뿐만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공시대상기업집단 기준(자산 5조원 이상)에도 속하지 않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올 5월 발표 때 28위였던 재계 순위가 내년엔 60위권 밖으로 밀려날 것으로 관측된다.

그룹 차원의 매출도 크게 감소할 예정이다. 그동안 아시아나항공 매출은 금호그룹 전체 매출에서 60% 이상을 차지했다. 지난해 별도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매출은 6조2012억원으로 금호그룹 전체 매출인 9조7329억원의 63.7% 수준에 달했다. 자회사 등이 포함된 연결기준으로 계산하면 7조1834억원으로 그룹 매출기여도가 73.8%까지 올라간다. 아시아나항공이 없는 금호그룹 매출이 기존의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무엇보다도 박 전 회장은 마치 자식같이 아끼던 아시아나항공을 떠나보내며 씁쓸함을 감출 수 없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을 금호그룹의 간판 계열사이자 대한민국의 대표 대형항공사(FSC)로 키워낸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박 전 회장의 아시아나항공 사랑은 재계에서도 유명했다. 2004년 그룹명을 금호그룹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 변경한 것이 하나의 사례다.

금호그룹은 지난 1988년 2월 제2의 민간정기항공운송사업자로 선정되며 서울항공을 설립했고, 같은 해 8월 아시아나항공으로 사명을 바꿨다. 아시아나항공의 출범은 당시 대한항공이 독점하고 있던 국내 항공시장을 경쟁체제로 바꿨다는 데 큰 의미가 있었다. 아시아나항공은 잇따라 국내선, 국제선 노선을 취항하고 항공기를 도입하며 덩치를 키워왔다.

박 전 회장이 직접 아시아나항공을 이끌기 시작한 건 1991년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을 때부터다. 박 전 회장은 이때부터 30년 가까이 아시아나항공을 살뜰히 챙겼다. 2001년 아시아나항공 부회장을 거쳐 2002년 금호그룹 회장에 취임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박 전 회장은 금호그룹이 오랫동안 갇혀있던 '호남기업' 이미지에서 벗어나 전국 단위의 대기업으로 거듭나는 데에 글로벌 항공사로 성장한 아시아나항공이 공이 컸다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여기에 박 전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을 위해 여러차례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지난해 7월 기내식 사태가 불거졌을 당시 직접 기자회견을 자청해 고개 숙여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올 3월 그룹 경영에서 물러난 것도 아시아나항공 감사보고서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산업은행 등에 아시아나항공 정상화를 위한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내린 결단이었다.

이후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안이 시장의 신뢰를 충족시키지 못하자 박 전 회장은 끝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했다. 이와 관련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을 살리자는 차원에서 매각을 결정하고 뒷받침한 대승적 결단에 대해 감사하다"며 "개인 욕심을 버리고 기업에 대한 미련을 끊는다는 건 훌륭한 덕목"이라고 평가했다.

박 전 회장은 매각 결정 직후 사내게시판에 글을 올려 직원들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동시에 전했다. 그는 "아시아나라는 브랜드에는 제 40대와 50대, 60대가 고스란히 담겨있다"며 "여러분이 그렇듯 제게도 아시아나는 '모든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아시아나의 아름다운 비행을 끝까지 함께하진 못하지만 마음은 언제나 아시아나와 함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영에서 물러난 박 전 회장은 최근 근교로 등산을 가거나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