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12월 27일 07: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합병이 약간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듭니다."신한금융 관계자의 이 같은 말이 처음에는 의아했다. 컨퍼런스 콜을 통해 통합시점을 내년말이나 2021년 초로 밝힌 마당에, 주식교환으로 내년 1월말 완전자회사 편입을 완료하겠다고 공표한 마당에 이게 무슨 뜻일까.
이를 눈치 챈 그는 "2022년 도입 예정인 새 보험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아래서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모델 중 어느 게 더 적합한지 아직 불분명하다"며 "시간을 갖고 지켜본 후 더 나은 쪽의 모델 중심으로 통합하는 게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은 일리가 있다. 은행계열인 신한생명과 오랫동안 외국계로 있었던 오렌지라이프. 덩치는 비슷하나 영업채널, 주력상품, 자산·부채관리(ALM), 리스크관리 등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다. 향후 새 제도 앞에서 어느 모델이 더 적절한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달리 보면 피인수사의 시스템과 모델이 더 우수하다고 판단될 경우 이를 중심으로 합병하는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통합의 명분보다 실리를 우선하는, 실용적이고 개방적인 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금융권을 출입하는 동안 기업인수 후 기존 회사와 합병을 서두르는 광경을 여러번 봤다. 늦게 합쳤다가 '합병 후 통합(Post-Merger Integration)' 작업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한 행보였지만 이면에는 M&A 주도자들의 성과 굳히기 의도도 있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통합시점이 적절한지, 시기상조인지는 아직 판단이 서지 않는다. 다만 서두르다 내부알력이 커지고 전산·리스크관리 시스템이 꼬여버린 사례를 종종 목도했다. '합병 전 통합(Pre-Merger Integration)' 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한금융은 이런 함정을 피할 수 있을까.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는 현재 인력교류와 사무공간을 같이 쓰는 코로케이션(Co-location), 공동계리엔진 구축 등으로 간극 줄이기가 한창이다. 지금까지는 긍정적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긍정기조를 유지해 성공적인 PMI 사례를 만들었으면 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기후테크 스타트업 돋보기]'폐기물 로봇' 에이트테크, IPO 나선다…주관사 KB증권
- [대성창투는 지금]모태·성장금융 잇단 GP 반납, '주홍글씨' 여파는
- [코스닥 주총 돋보기]파두, 신규 데이터센터 2곳 확보 '사정권'
- [코스닥 주총 돋보기]파두 "유증 당분간 없다"…흑자전환 '총력'
- 앱솔루트운용, 부산신항펀드 4년째 환매 지연 '어쩌나'
- 타이거운용, 목표달성형 펀드 청산 릴레이
- 한투운용, 'MyFolio'로 고객 기반 확대 잰걸음
- 패스트파이브, 자산운용업 진출 2년만에 '백기'
- '구원투수' 박병무 대표, 자신감 넘친 엔씨소프트 주총 데뷔전
- [Auction Story]'메타버스' 점찍은 케이옥션, 비상장사 투자 시동
원충희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밸류업 프로그램 리뷰]한국금융, 주주환원보다 자회사 지원 '우선'
- [밸류업 프로그램 리뷰]한국금융, 은행보다 저PBR…환원율 제고 의지는
- [밸류업 프로그램 리뷰]메리츠, 완전자회사 효과 속 이중레버리지 급등
- [밸류업 프로그램 리뷰]메리츠, 유일한 'PBR 1배 이상' 금융지주 비결은
- [Board Index/삼성그룹]사법리스크 이후…사외이사 의장 선임, 준감위 창설
- 밸류업? 문제는 지배구조
- [Board Index/삼성그룹]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논란이 남긴 상흔
- [CFO는 지금]김영기 네이버제트 CFO, '유니콘' 복귀 갈림길
- [Board Index/삼성그룹]이사회 활동 가장 활발했던 증권·생명·바이오
- [Board Index/삼성그룹]내부거래, 기부·후원도 사전 심의…공개여부는 제각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