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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회장·행장 분리 의미는 역할 분담 전망...주가부양, M&A 등 적극적으로 나설 듯

이장준 기자공개 2020-01-10 07:56:06

이 기사는 2020년 01월 08일 15: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우리은행장 자리를 내려놓기로 하면서 차기 행장 선임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회장 취임후 처음 1년은 지주사가 첫발을 뗀 만큼 조직 안정 차원에서 겸직이 유리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리금융지주는 자산운용사와 부동산신탁사를 인수하고 우리카드를 자회사로 편입하는 등 성과를 냈다.

하지만 아직 증권사, 보험사 등 굵직한 자회사가 없어 지주 체제를 공고히 다지려면 갈 길이 멀다. 그간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회장과 행장직을 겸하면서 업무가 지나치게 쏠리기도 했다.

신임 행장이 선임되면 손 회장은 본격적으로 인수·합병(M&A) 등 그룹 차원의 '큰 그림'을 그리는 데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다. 행장은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여파를 마무리 짓고 은행 본연의 경쟁력을 키울 전망이다.

◇1년 한시 겸직…지주사 틀 갖추며 분리

2019년 1월 11일 우리금융지주가 해체 4년 만에 다시 설립됐다. 지주 회장은 손태승 우리은행장이 그대로 맡았다. 1년간 한시적으로 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겸하게 된 것이다.

이는 지주 체제로 전환했지만 은행 체제와 달라진 점이 크게 없었기 때문이다. 지주 조직에 사람도 몇명 없었고 은행 시절 이미 카드, 종금, FIS 등 계열사를 갖고 있었다. 은행이 주력 자회사였던 만큼 협업할 일이 많은 이유도 있다. 당시 손 행장이 채용비리 파문 이후 조직을 안정화하고 지주사 전환을 이끌어 회장 적임자라는 평도 많았다.


옛 우리금융지주 시절에도 회장이 행장직을 겸했던 적이 있다. 2004년 윤병철 회장의 후임으로 부임한 황영기 회장이 행장직을 3년간 겸했다. 2011년부터 우리은행을 이끌어온 이순우 행장도 2013년 6월 연임을 할 때 지주 회장직을 함께 맡았다.

우리금융 내에서 손 회장은 행장을 겸한 세 번째 케이스인 셈이다. 다만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회장 연임이 확정될 경우 행장직만 내려놓는 건 처음이다. 우리금융지주가 자산운용사, 부동산신탁사를 인수하면서 어느 정도 지주사 틀을 형성하자 회장직과 행장직을 다시 분리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우리은행장의 역할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아쉬운 주가, 높은 은행 의존도…손 회장, M&A·주가 부양 책임

손 회장이 행장직을 내려놓은 건 금융지주사 회장 역할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아쉬웠던 주가를 부양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려야 하는 목표를 갖고 있다. 우리금융의 주가는 작년 2월 14일 최고점(1만6000원)을 찍은 이후 줄곧 하락해 지난 6일 1만1000원까지 떨어졌다.

손 회장은 올해 주식시장 첫 거래일에 자사주를 추가로 5000주 매수하면서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이번 매입으로 그는 총 6만8127주의 자사주를 보유하게 됐다.

주가 부양은 우리금융의 완전 민영화를 위한 과정이다. 1998년 한빛은행(현 우리은행)에 투입되기 시작한 공적자금은 2006년까지 총 12조7663억원(출자금 9조4422억원, 출연금 3조3241억원)에 달한다. 이후 예금보험공사는 자회사 매각, 과점주주 매각 등을 통해 공적자금 일부를 회수했지만 우리금융의 최대 주주는 여전히 예보(17.25%)다.

예보는 2022년까지 2~3차례에 걸쳐 우리금융 잔여지분을 매각키로 했다. 남은 공적자금과 우리금융 지분을 감안하면 주당 1만3319원이 손해 보지 않는 최저 가격이다. 현재(8일) 기준으로 이를 밑도는 만큼 주가 부양이 절실한 상황이다. 지주 출범 당시 정부와 금융당국에서 힘을 실어준 만큼 주주환원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금융 자체만 놓고 봤을 때는 여전히 은행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 주가가 낮은 배경으로 꼽힌다. 우리금융의 순이익 중에서 우리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90%가 넘는다.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게 우리금융의 최우선 과제인 이유다.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역시 손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선출하면서 "지주사 체제 정착과 비은행부문 확충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일 최적의 후보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손 회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1등 종합금융그룹 달성'을 경영목표로 제시하며 7대 경영전략 중 하나로 사업포트폴리오 강화를 들었다.

손 회장 입장에서는 다행스럽게도 올들어서는 그동안 발목을 붙잡았던 자본의 한계를 떨쳐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금융이 추진해온 내부등급법 도입이 이르면 오는 3월 안에 승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사들은 기본적으로 위험가중자산(RWA)을 산출할 때 업계 표준인 표준등급법을 써야 하지만 당국으로부터 리스크관리와 신용평가시스템을 자체 운영할 역량을 인정받으면 내부등급법을 사용할 수 있다. 내부등급법 승인이 이뤄지면 자본여력이 늘어나 M&A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

*자료=우리금융 2019년 3분기 경영실적 IR

◇신임 행장의 과제…신뢰 회복, 영업력·리스크관리 등 경쟁력 강화

우리금융은 새로 선임될 은행장은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통한 고객 중심 영업', '내실경영에 기반한 은행 영업력 강화·리스크관리'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 회장도 지난 3일 열린 우리은행 창립 121주년 기념식에서 고객 신뢰를 바탕으로 '지속 성장이 가능한 리딩뱅크'로 거듭날 것을 주문했다. 신임 우리은행장에게 두 가지 과제가 주어진 셈이다.

우선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통한 고객 중심 영업은 'DLF 사태'와 무관치 않다. DLF 사태로 어수선한 상황을 정리하고 재발을 방지해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지난달 열린 우리은행 전국 영업본부장 회의에서도 이와 관련한 주문이 이어졌다. 손 회장은 "고객신뢰 회복의 첫 걸음은 피해고객에 대한 성실하고 신속한 배상"이라고 강조하면서 금감원 분쟁조정안을 적극 수용할 것임을 밝혔다. 또 고객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강구하는 등 최선을 다해 배상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우리은행 창립 121주년 행사

신임 행장의 또다른 역할은 우리은행 본연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있다. 올해 은행을 둘러싼 영업 환경이 녹록지 않은 만큼 안정적인 리스크관리에 기반을 둔 영업력 강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상반기에 기준금리가 낮아질 경우 은행의 이자마진이 줄어 수익성이 악화된다. DLF처럼 투자상품이 위축되면서 수수료 수익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을 내준 기업들의 사정도 어려워 대손충당금도 늘어날 전망이다.

여기에 지난해 시작된 오픈뱅킹 서비스도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오픈뱅킹 체제에서는 은행 애플리케이션 하나만 깔면 모든 은행의 계좌를 조회하고 이체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은행권에서는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고민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올해 업황이 안 좋을 것으로 예상해 글로벌 등 대체 수익원을 찾는 움직임이 더 분주해질 것"이라며 "은행 간 경쟁도 더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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