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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준법감시위, 1순위는 '대외후원'…회계 노동은? 내부거래·승계문제보다 앞서 강조…조직 구성에 회계 노동 전문가 없어

김슬기 기자공개 2020-01-14 08:43:21

이 기사는 2020년 01월 13일 15: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이 독립적인 외부 감시기구인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출범을 공식화했다. 사법당국의 요청 및 대내외적 필요에 따라 시작된 일이지만 투명 경영을 강화한다는 점에선 의미가 크다.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내세운 감시 항목은 여러가지다. 각종 불법행위를 근절하겠다는 것은 물론 경영 승계, 오너의 일탈까지 감시하겠다는 게 대의 명분이다. 하지만 한정된 인력으로 감시할 수 있는 역할과 범위는 제한적이다. 가장 방점을 둔 것은 대외 후원 등 정치권력 등과의 연결 가능성이다. 내부거래, 경영 승계 문제보다 더 우선순위다. 최근 이슈가 불거진 회계 및 노동 이슈는 후순위로 보인다.

김지형 삼성준법감시위원장(현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이 지난 9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힌 준법감시 분야는 다양하다. 김 위원장은 성역을 두지 않겠다고 전제하며 △법 위반의 위험이 있는 대외 후원 △계열사의 특수관계인 사이의 내부거래·협력업체와의 하도급 거래·일감 몰아주기 등의 공정거래 분야 △뇌물수수나 부정청탁 등 부패행위 △노조 문제 △승계 문제 등을 준법감시의 대상으로 삼을 것을 공표했다.

김 위원장은 감시 분야 첫 번째로 '법 위반의 위험이 있는 대외 후원'을 꼽았다. 이는 삼성그룹이 준법감시위원회를 만들게 된 계기와도 큰 연관이 있다. 해당 부문을 첫 번째로 꼽을만큼 이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재판 파기환송심에서 재판부가 준법경영 강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한 것이 위원회가 생긴 가장 큰 이유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이후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고 대표이사(CEO)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등 대대적으로 의사결정 체제를 변경한 바 있다. 연장선상에서 '대외후원금 운영 투명성 강화' 방안을 내놓았다. 과거 삼성은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통해 미르, 케이스포츠 재단에 출연했고 한국동계스포츠 영재센터 등에 후원한 바 있다. 1000만원 이상의 모든 후원금과 사회공헌기금을 사전심의하고 10억원 이상의 경우 모두 이사회에서 의결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13일 '준법실천서약'을 내놓으면서 대외 후원 이슈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삼성전자 측은 준법감시위원회가 △최고경영진의 준법의무 위반 리스크 파악 △대외후원금 지출·내부거래 등 준법의무 위반 리스크가 높은 사안을 검토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고경영진 다음으로 대외후원금 지출을 꼽을 정도로 중요하게 본 것이다.

결국 해당 기구의 역할이 외부에서의 부당한 후원 요구 등을 감시하는 데 있음을 공식화한 것이다. 정치 권력이 대기업 오너에게 뇌물을 요구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으나 이를 막을 수 있는 공식적인 시스템을 확보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오너의 의사결정에도 실제 관여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었다는데 의미가 있다.

재계 전문가는 "권한과 역할을 차치하더라도 외부에 거대 감시기구를 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며 "전체를 다 들여다보지 않아도 내부 자정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 등은 긍정적"이라고 평했다.

그는 "이재용 부회장이 위원장에게 직접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해주겠다고 전달했기 때문에 어느정도 힘이 실려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러 이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노동이나 회계 문제 등은 상대적으로 준법감시위원회에서는 중점적으로 다루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조 문제 등은 다루겠다고 밝혔지만 이사회 안건에 포함되는 의결사항은 한정적이다.

삼성전자의 최근 3년간 이사회 의결사항을 보면 노동 관련된 의안은 '사원 단체보험 가입의 건', '손해보험 가입의 건', '퇴직연금 불입의 건', 'DS부문 우수·2차 협력사 인센티브 지급의 건', '사업장 패키지보험 가입의 건' 등이다.

회계 이슈 등은 감시 대상에서 아예 빠져있다. 현재진행형인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등과 같은 회계 관련 문제는 준법감시위원회에서 다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단 위원장을 비롯한 6명의 위원들 중 회계 관련 전문가가 없다. 위원장을 포함해 1명은 법조계, 회사 내부에서 1명, 기업의 사회적 책임 및 기업의 지배구조 분야의 학계 전문가 2명, 시민사화와 소비자 대표인물 2명 등이다.

또 매해 연초 이사회에서 의결하는 재무제표 및 영업보고서에 대해서 일일히 확인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회계감사는 아예 전문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이런 영역까지 준법감시위원회가 관리하기 보다는 내부 감사위원회의 판단에 맡기는 게 효율적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삼성전자의 감사위원회에는 박재완 위원장(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을 필두로 김선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규노, 김한조 하나금융공익재단 이사장 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노동이나 회계 이슈 등은 갈등이 첨예하게 맞설 수 있는 분야로 준법감시위원회가 다 소화하기보다는 오너를 견제하고 외부 부정청탁 등을 방지하는 쪽으로 집중하는 모습"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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