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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지 옮긴 아시아나, CFO 진종섭의 2020년은 ⑧재무·항공 전문성 갖춘 박삼구 라인…인수준비단 합류 유력

유수진 기자공개 2020-01-21 13:10:10

[편집자주]

HDC는 글로벌 리딩 디벨로퍼의 역량을 보유한 국내 보기드문 종합건설그룹이다. 현대그룹과의 계열분리 이후 독보적인 행보를 보였던 HDC는 근래 가장 빠른 변화와 성과를 이뤘다. 지주사 체제로의 빠른 전환과 함께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재계 순위가 단숨에 수직상승했다. 더벨은 난관 속에서도 명실상부 그룹의 모양새를 갖추는데 성공한 HDC의 핵심인물 면면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1월 17일 06: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HDC그룹의 가장 큰 과제는 아시아나항공 정상화다. 모빌리티그룹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시작한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이 어느덧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HDC그룹은 지난해 말 금호산업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후 순조롭게 후속 절차를 밟아가고 있다. 올 상반기 중 기업결합을 마치고 통합작업을 실시하는 게 목표다.

다만 걸림돌이 있다. 건설업이 주력인 HDC그룹은 항공업과 관련된 사업을 해본 경험이 전혀 없다. 하루 빨리 인수 작업을 마무리 짓고 경영 정상화를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서 뼈아프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약점이다. 때문에 HDC는 최근 아시아나항공의 주요 임원들을 인수 준비단에 합류시키기로 결정했다. 항공업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고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상황 등에 대해 샅샅이 알고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라서다.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 중 하나가 진종섭 전략기획본부장(사진·상무)이다.

진 본부장은 현재 아시아나항공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하고 있다. 본부 산하에 있는 기획과 재무, 회계 관련 팀을 총괄하는 손꼽히는 '재무통'이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에 30년 가까이 몸 담아온 '항공맨'이기도 하다. 지점 근무로 이력을 시작해 현장에 대해 잘 알고 해외본부 경험도 갖춰 항공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시아나항공이 'HDC' 이름표를 달고 다시 비상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적임자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진 본부장의 경쟁력은 프로필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1967년생으로 올해 54세인 그는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이후 KDI MBA를 마쳤다. 아시아나항공에 입사해서는 1992년부터 10년 넘게 서울여객지점에서 현장 경험을 쌓았고, 2007년부터 4년간 미주지역본부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미주는 아시아나항공의 해외지역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곳으로, 소위 ‘잘 나가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본부로 손꼽힌다.

무엇보다도 진 본부장의 주요경력은 대부분 재무 관련 업무로 채워져 있다. 전공은 물론이고 아시아나항공에 입사한 후로도 자금팀에서 근무한 기간이 제일 길다. 그는 2003년부터 4년간 팀원으로, 2011년부터 4년간은 팀장으로 자금팀에서 일을 했다. 이후 전략기획담당 임원으로 근무하다가 지난해 4월 전략기획본부장을 맡았다. 이를 모두 더해보면 재무와 관련된 경력만 15년 가까이 된다.

다만 진 본부장이 본부장으로서 기획과 재무, 회계 등을 총괄하기 시작한 건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사실 그는 선임이었던 김이배 전 본부장(전무)이 지난해 4월 아시아나항공 감사보고서 ‘한정’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며 현재의 자리에 오르게 됐다. 당시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회계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그룹 경영에서 용퇴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했다. 진 본부장이 금호그룹 계열사로서의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한 마지막 CFO인 셈이다.

전임자의 사퇴로 진 본부장이 갑작스럽게 재무 관련 총 책임자가 됐으나 사실상 운신의 폭이 넓지 않았다는 게 업계 내 중론이다. 매각 대상 기업의 CFO가 매각이 진행되는 기간 동안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박 전 회장이 그룹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면서 진 본부장의 입지 역시 좁아질 수 밖에 없었다는 얘기도 있다.

아시아나항공 내부에서는 진 본부장을 박 전 회장의 신임을 받았던 인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기업 경영의 핵심인 자금 관련 부서에서 오랫동안 ‘곳간지기’를 맡았다는 점 등이 그 근거다. 실제로 아시아나항공의 자금팀은 박 전 회장의 아들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이 차장으로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았을 정도로 중요도가 높은 요직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진 본부장은 이같이 지난 30년간 아시아나항공 안에서 중요 직책들을 맡으며 차근차근 커리어를 쌓아왔다. 금호그룹의 색깔이 짙을 수 밖에 없는 셈이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그렇기 때문에 아시아나항공의 전략이나 재무 상태 등에 대해 속속들이 잘 알고 있을거란 해석이 가능하다. 진 본부장만큼 항공산업과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고 세부적인 내용까지 파악하고 있는 인물이 드물다는 의미기도 하다. 새 주인이 되는 HDC가 진 본부장을 놓고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을 거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업계 내에서 HDC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후 주요 임원진을 교체할 거란 얘기가 있긴 하지만 좀 더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항공업 진출이 처음이란 점도 염두에 둘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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