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2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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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사 반도건설 회장 '침묵이 돈이다' [thebell desk]

문병선 산업1부장공개 2020-01-22 09:09:48

이 기사는 2020년 01월 21일 07:2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이 뛰어들며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경자년 새해부터 후끈 달아올랐다. '조현아+KCGI vs 조원태+권홍사+델타항공', 'KCGI+권홍사+조현아 vs 조원태+델타항공'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돼 향후 구도를 점치기 바쁜 형국이다. 단연 스포트라이트는 권홍사 회장이다. 뒤늦은 참여에도 이니셔티브를 쥐었고 자금력과 경험으로 봐 무시못할 존재가 됐다. 권 회장의 선택에 전체 구도가 결정되는 형국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벌어진 수많은 경영권 분쟁에서 누가 성공했는지 ‘승리의 방정식’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적대적 M&A는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고 경영권 분쟁은 시간이 지날수록 피로감에 따른 주가 하락과 명분 상실이 겹치며 분쟁의 동력이 약화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승리의 방정식을 알아야 이번 분쟁의 전망도 한결 수월해 질 것 같다.

분쟁이 성공으로 바뀐 대표적 사례가 ‘엔씨소프트 분쟁’이다.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분쟁이 봉합되던 2015년말 20만원 선에서 약 4년이 지난 현재 60만원을 넘었다. 연결재무제표 기준 엔씨소프트의 영업이익은 2015년말 2375억원에서 2018년말 6149억원으로 3배 가량 늘었다. 매출은 대략 2배 가량 성장했다. 반드시 분쟁의 영향이라고 보기 어렵지만, 원만한 분쟁 봉합이 주가 상승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성공 사례로 평가할 만하다.

양측 분쟁은 국민연금과 백기사의 선택에 따라 결말이 결정됐다. 공격한 측은 실패, 방어한 측은 성공한 셈으로 어떤 명분을 만들어 우군을 확보하느냐가 경영권 분쟁의 성패를 갈랐다고 볼 수 있다.

수일 전 타계한 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롯데그룹 역시 경영권 분쟁을 겪은 곳이다. 공격했던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실패했고 방어에 나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성공한 분쟁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고 신격호 명예회장이 애당초 신동주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기려 했다는 점에서 공격에 나선 신동빈 회장이 성공했고, 이를 방어하려던 신동주 회장은 실패했다는 논리도 가능하다.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의 특징은 ‘이사회’를 장악한 측이 분쟁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는 점이다. 신동빈 회장은 한국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 이사회는 물론 일본 롯데그룹 상위 지배회사 이사회를 내 편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일본 롯데그룹을 장악한 줄로만 알았던 신동주 회장은 미래 비전을 갖고 있으며 기업 성장의 성공 레코드를 갖고 있는 신동빈 회장에게 밀렸다.

이 외에도 현대엘리베이터·KCC, 삼성물산·엘리엇, 금호석유화학(박삼구·박찬구), 일본 닛산자동차·프랑스 르노그룹 분쟁 사건 등이 대표적인 경영권 분쟁 사례다. 사건마다 전개 과정이 다르고 해결 방식이 달랐다. 뚜렷한 공통점 한가지는 섣부른 공격은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는 것이다. 섣부른 공격이란 섣부른 성명 발표, 섣부른 입장 정리, 섣부른 줄서기 등을 말한다.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 뛰어든 권 회장이 지금까지 보여준 태도는 ‘침묵할 땐 침묵하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소송을 제기하고 보도자료를 통해 성명을 발표하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나 강성부 대표의 KCGI와는 다른 길을 걷고 있는 듯 보인다. 최근 조현아 및 KCGI측과 연대에 나섰다는 추측이 있었으나 권 회장을 잘 아는 인물들은 다르게 생각한다.

건설사에서 오랫동안 반도건설을 지켜봐 왔던 한 관계자는 "투자 하나를 해도 꼼꼼하게 따지고 돌다리 두들겨 건너는 스타일인데, 손해를 볼 것 같은 일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며 "철저하게 전략적 사고로 상황을 판단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그냥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주가가 오르고 반도그룹의 몸값이 올랐다"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이니셔티브가 극대화되는 순간이 지속되면 그만큼 권홍사 회장에게 유리한 상황이 되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을 바라보는 가장 큰 관심거리는 권 회장이 누구의 손을 잡느냐로 포커스가 모아지고 있다. 이럴 때 일수록 반도그룹의 몸값을 올리는 방법은 바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임을 권 회장은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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