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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주 펀드'의 대명사, 최상현 베어링 주식대표 [매지너 프로파일]'베어링고배당' 안착, '팀 어프로치' 열린 운용 '성공열쇠'.."꾸준한 매니저" 평가

이민호 기자공개 2020-01-22 13:08:08

이 기사는 2020년 01월 20일 07: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꾸준한 매니저’. 최상현(사진) 베어링자산운용 주식부문 대표(주식헤드)에 대한 운용업계의 평가는 간단하다. 하지만 이 단순한 수식어야말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배당주 투자전문가로 확고히 자리잡게 만든 그만의 강력한 무기다.

최 대표는 다양한 경험을 거치며 베어링자산운용만의 독특한 팀 운용방식을 안착시켰다. 팀원들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을 통한 철저한 보텀업(Bottom-up) 리서치는 운용업계에서도 인정하는 베어링자산운용만의 강점이 됐다. ‘믿을 수 있는 매니저’라는 지향점을 향한 그의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다.

◇’가치투자’ 실현, 한가람자문·푸르덴셜운용 '자양분'

서울대 경제학과 89학번인 최 대표는 대학 시절 한창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한 ‘증권화’라는 개념에 주목했다. 세상 모든 것을 증권으로 만들어 거래할 수 있다는 이 개념은 평소 국제정치와 경제에 관심이 많았던 최 대표가 금융업에 뛰어들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됐다. 최 대표는 졸업 후 투자신탁회사 입사를 우선적으로 고려했지만 받아든 이력서는 소위 ‘빽’을 요구하고 있었다. 당시 금융회사 중 그런 요구사항이 없는 보험회사로 눈을 돌렸고 1995년 1월 쌍용화재(현 흥국화재)에 입사했다. 인사담당자를 직접 찾아가 증권거래 업무를 하고 싶다는 희망을 적극적으로 어필했고 2002년까지 약 7년간 투자팀(융자팀)에만 몸담을 수 있었다.

최상현 베어링자산운용 주식부문 대표. 출처: 베어링자산운용

하지만 당시 보험회사 투자팀 업무는 초보적인 수준의 운용에 그치고 있었다. 전산화되지 않은 백오피스 업무에 소요되는 시간이 많았던 데다 외환위기가 터지자 금융회사들이 잇따라 무너지는 모습을 보며 주먹구구식 운용에 회의감을 느꼈다. 최 대표는 독자적인 철학을 가진 펀드매니저로 진출해야겠다는 구체적인 생각을 품게 된 계기다. 결과적으로 보험회사 투자팀에 몸담은 경험은 훌륭한 자양분이 됐다. 최 대표는 당시 백오피스 업무에 들이는 시간으로 불가피하게 여의도 주류에 낄 수 없었지만 오히려 주식운용에 대해 그만의 철학을 다지는 힘을 기를 수 있었다.

2002년 4월 쌍용화재 일부 자산을 운용하고 있던 한가람투자자문이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한가람투자자문은 베어링자산운용의 전신인 세이에셋코리아자산운용에서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지낸 박경민 대표가 주축이 돼 2000년 설립한 국내 1세대 투자자문사다. 최 대표는 한가람투자자문 주식운용1본부에 펀드매니저로 입사하면서 배당주펀드를 처음 접했다. 철저한 보텀업 관점에서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매력도 그를 끌어당겼다.

당시 한가람투자자문의 운용스타일을 대표하던 인물인 강명균 CIO는 최 대표의 운용철학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 중 한 명이다. 최 대표는 “환율 등 톱다운(Top-down)을 말하는 게 지배적이었던 시장환경에서 강 CIO는 기업의 매출비중, 부문별 이익률, 원가율 등 요소를 재무제표로 만들어가면서 운용했다”며 “보텀업 리서치를 그처럼 철저하게 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고 회상했다.

한가람투자자문에서 약 5년간 몸담은 최 대표에게 또 하나의 목표가 싹트기 시작했다. 자문계약이 1년 단위로 이뤄지는 투자자문사 특성상 장기투자가 불가능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장기투자를 실현하려면 1년 만에 회수가 되지 않는 공모펀드를 운용하고 싶다는 일념으로 자산운용사를 물색했다.

2007년 3월 푸르덴셜자산운용(현 한화자산운용) 주식운용1팀장으로 둥지를 옮겼다. 푸르덴셜자산운용 입사 초기 ‘푸르덴셜나폴레옹정통액티브(현 한화코리아레전드)’ 펀드 운용에 참여했지만 일종의 멀티매니저 시스템을 취하고 있었기 때문에 최 대표가 온전히 원하는 방식으로 운용하기란 불가능했다.

푸르덴셜생명의 일임배당펀드를 자신의 이름으로 맡으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푸르덴셜생명은 그에게 ‘배당수익에 관심이 있으니 배당에 집중해 운용해달라’는 당시로서는 선진적인 주문을 했다. 당시 국내에 배당수익률에 초점을 맞춰 투자하는 펀드는 사실상 전무한 상태였다. 최 대표가 배당에 대한 독특한 관점을 가지게 된 데는 푸르덴셜생명의 일임배당펀드 운용경험이 큰 역할을 했다. 이어 ‘푸르덴셜Value포커스(현 한화코리아레전드4차산업혁명)’ 펀드와 국민연금 중소형주펀드 운용을 담당하며 배당주와 중소형주 매니저로 시장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당시 푸르덴셜자산운용에 함께 몸담았던 송이진 주식운용본부장은 최 대표에게 ‘결정적인 순간에 시장의 반대편에 설 수 있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게 해준 인물이다. 송 본부장은 푸르덴셜자산운용을 거쳐 하이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과 LIG투자자문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최 대표는 “송 본부장은 애널리스트 전망치에 의존하던 현실을 과감히 거부했던 인물”이라며 “우호적인 시장상황에서 의심할 수 있고 좌절적인 상황에서 관심을 높일 수 있는 눈을 깨우쳐줬다”고 회상했다.


◇’팀 어프로치’ 완성…’배어링고배당’ 꾸준함의 대명사 안착

2013년 최 대표는 베어링자산운용 주식운용팀 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그 해 12월 주식운용본부장에 임명됐고 2018년 4월 주식총괄본부장에 올랐다. 최 대표 스스로 ‘인생의 전환점’으로 꼽는 베어링자산운용으로의 이직은 ‘팀 어프로치(Team Approach)’ 방식의 운용을 완성하는 계기가 됐다.

최 대표는 투자 과정에서 매니저가 필연적으로 받는 고통과 공포, 탐욕은 팀 어프로치를 통해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특히 장기투자와 가치투자 철학을 실현하려면 운용 매니저와 리서치 인력이 경쟁자가 아닌 동지로서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현재도 매니저 5명, 애널리스트 9명 등 총 14명으로 구성된 주식부문은 회의에 함께 참여하며 최 대표는 반대의견에도 귀를 기울인다. 주식부문 펀드별 모델포트폴리오(MP) 복제율은 약 80%에 이르는데 이는 사실상 같은 펀드로 봐도 무방할 정도다. 한 명의 매니저가 아닌 팀 어프로치를 통해 투자를 결정하는 데서 오는 결과물이다.

최 대표는 특정 인물로 구성된 ‘최상현 사단’을 과감히 거부하고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력들로 팀을 구성한다. 신규 인력을 채용할 때도 공개채용 방식을 거치며 개인적 네트워크로 합류시킨 인력은 매우 드물다. 이질적인 사람들이 모여 더 높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믿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최 대표의 운용철학은 철저한 보텀업 리서치를 통한 가치투자로 요약할 수 있지만 디테일로 들어가면 시장에 성공적인 매니저로 이름을 알릴 수 있었던 차별화된 전략이 존재한다. 그는 가치투자에도 중장기적인 영역(boundary)은 있다고 본다. 주가가 적정 기업가치(fair value) 위 또는 아래에 있을 수 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저평가돼있을 때는 비중을 늘리고 고평가돼있을 때는 비중을 줄이는 것이 기본적인 영역이다. 이 때문에 편입종목의 회전도 매우 느리다. 원하는 가격이나 조건이 올 때까지 종목을 쉽게 교체하지 않는다.

보텀업 리서치에서는 ‘현실에 과도한 프리미엄을 주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다. 현재 기록하고 있는 크게 높거나 낮은 성장률이 미래에도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 판단하는 것은 명백한 오류라는 것이다. 장기투자라는 철학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최 대표는 “투자의 시계는 매일 매주 단위일 수 있지만 기업의 시계는 그것보다 훨씬 느리다”며 “기업의 시계를 투자의 시계와 동일한 잣대로 평가하는 오류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베어링자산운용의 시그니처 펀드인 ‘베어링고배당증권투자회사(주식)’는 2002년 4월 설정 이후 누적수익률이 433%를 웃돌며 시장에서는 꾸준히 수익을 내주는 펀드의 대명사로 통한다. 그는 2010년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랠리 등을 거치며 한때 시대를 풍미한 주식형펀드들이 수익률 최고점에서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인 이후 성과가 고꾸라지는 것을 보고 자신의 펀드는 ‘추락하지 않는 펀드’로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 때문에 ‘지나친 욕심을 내지 않는다’는 모토를 정했다. 장기적으로 욕심내지 않고 적절한 위험을 감수하면서 적절한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만이 고객의 신뢰를 잃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원칙을 지키는 투자…'믿을 수 있는 매니저' 지향

이런 투자철학은 그의 투자 히스토리에서도 잘 드러난다. 최 대표가 2013년 베어링자산운용에 합류했을 당시 고배당주펀드에서의 IT 섹터 비중은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당시는 중소형주가 매우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았기 때문에 고배당주펀드에서도 중소형주 비중을 높게 가져가며 2014년 높은 수익률을 달성하는 요인이 됐다. 하지만 최 대표는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았다. 2014년말부터 중소형주 주가는 보유현금 대비 고평가돼있던 반면 IT 섹터 대형주인 A종목은 충분한 배당여력에 비해 배당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

시장은 중소형주 랠리에 도취돼있었지만 그는 현금창출능력이 크게 저평가돼있던 국내 대형주에 주목하고 2015년 들어 A종목을 포함한 IT주, 은행주, 정유주, 철강주에 대한 편입비중을 과감히 늘렸다. 이런 전략은 정확히 맞아떨어져 2016년 수익률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었다.

또 다른 사례로는 엔터테인먼트 섹터에 속하는 B종목이 있다. 최 대표는 2014년말부터 주가 대비 현금창출능력이 우수했던 B종목에 주목하고 있었다. 당시 회사를 떠나있던 B종목의 최고경영자(CEO)가 경영복귀를 알리자 최 대표는 해당 CEO의 지분율이 낮은 데 주목하고 배당을 늘리는 등 주주정책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2015년 들어 B종목의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렸다. 주가 상승속도가 최 대표의 기대보다 저조해 투자 이후 1년간 마음고생도 했지만 결국 2016년부터 큰 수익을 가져다주며 그의 판단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최 대표는 현재도 자신의 투자를 되돌아보고 더 나은 운용방식을 고민하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가치투자 특성상 과감한 엑시트보다는 분할매수와 분할매도를 통해 점진적으로 포지션을 빌드업하는 일에 익숙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가끔 더 나은 가격에 이르길 기다리다 타이밍을 놓치는 것이 그에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최 대표는 “개별 종목마다 위험을 지나치게 최소화하려다 보면 오히려 실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며 “팀원과의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위험이 제한적이라고 판단되면 과감히 액션을 취하는 훈련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믿을 수 있는 매니저’를 지향한다. 또 고객의 믿음에 부응하려면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단기성과를 앞세우면 오히려 성과를 놓치지만 원칙을 준수하면 투자에 크게 실패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최 대표는 “나이가 들어서도 퍼포먼스를 꾸준히 낼 수 있는 통찰력을 갖춘 매니저가 되고 싶다”며 “확고한 원칙을 바탕으로 한 차원 높은 운용을 할 수 있는 팀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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