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조선기자재업 리포트]밥솥으로 큰 부방그룹, 조선업이 키운다이동건 회장 '선견지명 M&A' 테크로스, 그룹 캐시카우로 성장

구태우 기자공개 2020-01-21 13:15:15

이 기사는 2020년 01월 20일 14: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부방그룹은 밥솥으로 친숙한 기업이다. 국내 밥솥 시장은 '쿠쿠'와 '쿠첸'이 지배하다시피 했다. 이러한 시장 지배적 지위도 이제 '빛바랜 영광'이 됐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밥을 지어먹는 가구가 줄었기 때문이다. 밥솥은 부엌에서 자리만 차지하는 가전이 될 수도 있다. 밥솥이 있던 자리를 햇반이 채우고 있다.

그래서일까 밥솥으로 성장한 부방그룹의 지배구조가 대폭 바뀌고 있다. 지주사인 부방은 지난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최대주주를 조선기자재 업체 테크로스로 변경한다고 공시했다. 이전에는 최대주주가 쿠첸의 이대희 대표 등 오너일가였다.

그룹의 핵심 사업이 주방가전에서 육·수상 환경설비 사업으로 바뀐 셈이다. 주방가전은 그룹의 정체성이었는데,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과감하게 바꾼 것이다.

이렇듯 1인 가구 변화와 환경 보전에 대한 인식변화는 그룹의 지배구조마저 바꾸고 있다. 중견기업인 부방그룹은 변화에 기민한 기업이 아니었다. 부방그룹은 삼성그룹보다 4년 먼저 설립됐다.

부방그룹의 모태는 1934년 설립된 부산방직공업이다. 직물 생산으로 시작해 1976년 삼신공업을 설립하면서 주방가전 사업을 시작했다. '삼신공업-국제전열공업-리홈쿠첸'으로 사명이 바뀌었다. 40여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생활가전을 주사업으로 하는 사업구조는 그대로였다.

그럼에도 물 밑에서 변화는 준비 중이었다. 이동건 부방그룹 회장(사진)은 2010년 선박 평형수 처리업체 테크로스의 지분 53%를 300억원에 매입했다. 테크로스는 2000년 5월 설립돼 현재 글로벌 1위의 평형수 처리업체로 발돋움했다.

M&A 규모는 '마이크로딜'에 불과했지만 부방그룹은 인수 효과를 톡톡이 봤다. M&A를 통해 3세 승계를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다는 평이다. 현재 지배구조로 들여다보면 이동건 회장의 장남인 이대희 부회장은 리빙사업(주방가전 포함)을, 차남 이중희 부사장은 육·수상용 환경설비 사업을 맡고 있다. M&A를 통해 차남이 이끌어 갈 사업을 마련해 준 셈이다.

그리고 2017년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 평형수 관리협약'이 발효되면서 테크로스는 빛을 보고 있다. 이 협약에 따라 모든 선박은 평형수 처리장치를 의무로 탑재해야 한다. 선박의 평형수가 해역을 넘어 이동하면서 해양 생태계가 파괴되는 문제가 발생했고, 대안으로 처리장치를 탑재하게 했다. 이 설비는 한 대당 약 5억원에 달한다. 5년 내 전 세계의 선박 6만여척이 이 장치를 탑재해야 한다. 시장 규모는 약 40조원에 달한다.

선박 평형수 처리장치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지난해 매출은 2000억원에 육박했다. 연간 매출 성장률은 135.7%를 기록했다. 시장 수요를 미리 예견한 이 회장의 '선견지명'이 통한 것이다.

부방그룹은 테크로스를 품은 지 약 9년 만에 M&A를 통해 종합환경설비로 발돋움하고 있다. 지난해 LG전자의 자회사인 LG히타치솔루션과 하이엔텍을 2000억원에 인수했다. 수상에서 육상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그룹에서 가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높다. 올해부터 환경설비 사업의 매출이 가전 사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그룹 전체 매출(테크로스 매출 포함)은 약 4200억원으로 예상된다. 매출 비중으로 가전이 50%를 조금 넘고, 유통과 조선기자재 부문이 각각 24%, 14%다. 올해 테크로스의 매출이 2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LG전자에서 인수한 두 기업의 손익계산서가 올해부터 회계에 연결된다. 그러면 환경설비 사업이 그룹 내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테크로스의 위상이 달라지면서 차남의 지배력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현재 부방그룹은 3세 경영 체제를 맞은 상황이다. 창업주는 고 이원갑 회장, 2세는 이동건 회장 그리고 3세는 이대희 부회장과 이중희 테크로스 부사장이다.

20일 기준 지주사인 부방의 최대주주는 지분 18.48%를 보유한 테크로스다. 이대희 부회장(11.55%), 이중희 부사장(10.13%), 제이원인베스트먼트(5.33%), 이동건 회장(1.72%) 순으로 지분이 많다. 제이원인베스트먼트는 이중희 부사장이 대표로 있는 투자회사다. 이전에는 이대희 부회장이 30.0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차남의 지배력이 공고해졌다는 분석도 있지만, 속단하기는 이르다. 테크로스의 지분은 이 부사장 등 오너일가가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중희 부사장의 테크로스 지분은 40.71%, 이 회장의 지분은 14.53%다. 장남과 차남이 각자 사업영역에 주력하는 형태로 지배체제가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

부방그룹 3세는 각자 맡은 사업 분야를 성장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가전사업은 하락세에 들어선 만큼 성장동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쿠첸은 생활환경의 변화를 고려한 가전제품으로 라인업을 다양화하고 있다.

테크로스는 앞으로 LG에서 인수한 육상 환경설비 사업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5년 내 전 세계 모든 선박이 평형수 처리장치를 탑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 애프터마켓을 중심으로 시장이 빠르게 축소될 것으로 점쳐진다.

업계 관계자는 "테크로스 인수는 10년 후 시장을 내다보고 추진했던 M&A 성공 사례"라며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테크로스는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