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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 유동성 위기]TRS 계약해지 트리거 '3자 협의체' 수포되나TRS 증권사 '대출상환 우선' 입장 공고, 판매사와 '평행선' 달릴듯

최필우 기자공개 2020-01-30 08:26:50

이 기사는 2020년 01월 29일 15: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라임자산운용이 사태 수습을 위한 3자 협의체 구성을 예고했지만 출범 전부터 좌초 위기에 놓였다. 협의 대상으로 언급된 곳은 라임자산운용, 라임 펀드를 판매한 16개 판매사,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제공한 3개 증권사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이 조기상각과 협의를 촉구하자 상환 동순위에 놓일 것을 우려한 증권사가 TRS 계약 해지에 나섰고, 판매사도 경쟁적으로 상환을 요청했다. 협의체 구성이 헤지펀드 유동성 위기 트리거가 된 셈이다.

뿐만 아니라 TRS 제공 증권사인 신한금융투자, KB증권, 한국투자증권은 협의체 합류에 미온적인 상태다. 이들은 들끓는 여론과 무관하게 TRS 대출 회수가 적법하게 우선 순위를 갖는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라임자산운용과 판매사들은 TRS 제공 증권사들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고 싶어하지만 마땅한 명분을 찾지 못해 협의체 출범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면 헤지펀드 유동성 위기가 심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TRS 우선 회수, 적법한 절차 vs 초유의 사태, '연대 책임' 필수

라임자산운용이 TRS 제공 증권사들을 협의체에 포함시키려는 건 이들이 고객 환매 금액을 정할 결정적인 '키'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TRS 계약은 판매사가 모은 자금으로 운용사가 펀드를 설정한 후 레버리지를 위해 맺어진다. 이런 펀드가 청산될 때는 운용사가 TRS로 받은 대출을 먼저 상환하고 투자자에게 자금을 돌려준다. 즉 TRS 제공 증권사가 먼저 대출을 전액 회수하면 라임자산운용 펀드 손실 규모에 따라 투자자가 돌려 받을 자금이 '0'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TRS 제공 증권사 역시 전액 회수를 장담할 순 없다.

TRS 제공 증권사들은 당사가 라임자산운용에 제공한 대출이 협의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펀드를 설정한 라임자산운용의 요청에 따라 TRS 계약을 맺었다. 다시 말해 이 증권사들의 계약 상대방은 라임자산운용이지 판매사나 펀드에 가입한 고객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TRS 계약을 종료하고 라임자산운용에 제공한 대출을 회수하면 되는 상황에서 굳이 협의체에 합류해 잡음을 만들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구체적인 협의체 구성 방안과 공식적인 제안을 받은 바가 없다"며 "감독 당국의 지시도 없었는데 당사가 협의체에 자발적으로 합류해야 할 의무가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TRS 제공 증권사들과 달리 판매사들은 협의체 구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이 간사로 있는 판매사 공동대응단은 펀드 자산에 대한 회계실사를 요청한 데 이어 법적 대응에 나설 때도 정보를 공유하며 합을 맞추는 중이다. 현재 다음달 중으로 예정돼 있는 삼일회계법인의 펀드 회계실사 결과를 지켜보기로 한 상태다. 다만 회계실사 결과를 참고한다 해도 TRS 제공 증권사 없이는 환매 금액을 가늠할 수 없어 판매사 입장에선 이들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 오는 게 필연적 수순이다.


판매사 공동대응단 역시 적법하게 돌려받을 수 있는 대출 금액을 깎는 것 외에 논의 할 내용이 없는 TRS 제공 증권사가 미온적일 수밖에 없는 입장인 걸 알고 있다. 다만 여론은 TRS 제공 증권사에 좋지 않은 방향으로 조성되고 있다. 모든 TRS 계약에 해당하는 내용은 아니지만 몇몇 증권사가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운용 과정을 몰랐을리 없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TRS 계약이 익숙치 않은 몇몇 투자자들이 증권사가 대출 회수 우선 순위를 갖는 것 자체에 대해 성토하고 있는 실정이다.

TRS 제공 증권사들이 공동대응단에 속해 있는 것도 갈등 요인이다. 나머지 판매사들은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판매해 공동대응단에 합류한 신한금융투자, KB증권, 한국투자증권이 3자 협의체 구성에는 미온적인 것에 대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공동대응단이 협의 재개 시점으로 고려하고 있는 삼일회계법인 감사보고서 완료가 임박하면 협의체 구성에 전적으로 찬성하는 판매사들과 TRS 제공 증권사간 갈등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의 알펜루트자산운용 TRS 계약 해지로 인한 유동성 경색 우려가 제기되자 증권사에 '도의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TRS 제공 증권사들이 헤지펀드 시장 성장에 따라 수혜를 입었음에도 업계가 초유의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모르쇠로 일관해선 안된다는 논리다.

◇좁혀지지 않는 이견, 헤지펀드 유동성 위기 심화하나

판매사와 TRS 제공 증권사가 평행선을 달리며 자금 회수 경쟁이 이어질 경우 헤지펀드 유동성 위기가 심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28일 증권사 TRS 담당 임원들을 소집해 섣부른 대출 회수를 자제할 것을 권고했으나 계약 해지가 아닌 연장 불허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당초 TRS 계약을 유지하기로 했던 계약 기간이 종료됐을 때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건 전적으로 증권사의 몫이다.

이에 헤지펀드 운용사들은 TRS 제공 증권사의 권리를 인정하면서도 불안함과 서운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운용사들은 그동안 TRS 계약 수수료를 납부해 온 고객인데 정작 유동성이 가장 시급한 상황에서 계약 연장을 거부하는 건 가혹한 조치라는 것이다. 현 추세로는 추후 라임자산운용 사태가 종식된 후에도 운용사와 증권사가 다시 신뢰를 쌓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결국 TRS 제공 증권사들의 협의체 합류 여부가 업계로 번진 유동성 위기 수습의 방향키가 될 것으로 보인다.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사 공동대응단 관계자는 "TRS 제공 증권사의 합류를 원하지만 증권사들도 내세울 명분이 충분한 만큼 협의체 구성 논의가 공회전할 가능성이 높지 않겠나"라며 "감독 당국이 적극 나서서 협의체 틀을 마련해줘야 하는데 시장 참여자들의 원성을 의식하면서 사태의 책임자가 되고 싶어하지 않는 눈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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