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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 유동성 위기]TRS 계약해지 '멘붕' 알펜루트, '개방형 구조' 치명타고유자금 및 임직원 자금 447억 투입 자신감이 '부메랑'…판매사가 개방형 유도하기도

정유현 기자공개 2020-02-03 08:22:42

이 기사는 2020년 01월 30일 08: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알펜루트자산운용의 유동성 위기를 촉발한 원인으로 개방형으로 설정된 펀드 구조가 지목된다. 유동화가 쉽지 않은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와 메자닌 펀드의 구조를 환매 가능한 개방형으로 설정하는 무리수를 뒀다는 평가도 있다. 여기에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TRS를 활용한 점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같은 구조가 탄생한 배경은 운용업 초기 개방형 구조를 원하는 판매사의 요구도 있었지만 알펜루트운용의 운용에 대한 자신감도 있었다. 알펜루트운용은 펀드에 447억원 규모의 고유자금과 임직원 자금을 투입했다. 이 자금을 지렛대 삼아 TRS를 활용해 더 큰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라임자산운용 사태 등으로 리스크 관리에 나선 증권사의 TRS 계약 철회는 예상치 못한 시나리오였다. 물론 판매사와 TRS를 제공한 증권사도 책임론에서 비켜갈 수 없겠지만 자신만만했던 알펜루트운용 펀드 구조 자체의 결함 문제도 컸다.

◇ 개방형 구조·레버리지 문제…개방형 펀드 전체 자산 19.5%

개방형 펀드는 폐쇄형과 달리 투자자들이 자금을 추가 납입하거나 중도에 환매 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운용 성과에 따라 운용 규모가 증가할 수 있는 것은 장점이지만 운용사 입장에서는 언제든 환매에 대응해야 한다는 단점이다.

특히 메자닌 펀드나 비상장기업에 투자하는 프리 IPO의 경우 고객 환매 요구에 바로 응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 폐쇄형 구조를 취한다. 투자 수익 실현까지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해 즉시 현금화가 어렵기 때문이다.

개방형 구조의 단점 극복을 위해 활용하는 것이 TRS다. 라임자산운용 뿐 아니라 알펜루트운용도 TRS를 활용한 이유는 펀드가 개방형 구조였기 때문이다. 가입자들의 환매 요청에 대응하려면 현금 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에 TRS를 활용한다.

보통 만기 3년, 조기 상환 1년으로 발행되는 CB에 투자하거나 기준가를 바로 산정하기 어려운 비상장기업에 투자하면 현금 자산이 묶여버릴 수 없는 점을 극복하는 것이다. 담보로 제공되는 현금에 비해 메자닌 포지션으로 잡히는 금액이커서 레버리지 효과도 있다. 한 때 신생운용사 사이에서 TRS를 활용한 개방형 메자닌 펀드가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문제는 메자닌이나 비상장기업에 오랜 기간 투자해 온 전문가들은 이 구조 자체가 비정상적이다고 보고 있다는 점이다. A운용사 관계자는 "통상 메자닌이나 프리 IPO 펀드는 폐쇄형으로 설정하는데 개방형 구조인 점과 레버리지를 일으킨 점이 문제다"며 "개방형 구조이기 때문에 TRS를 활용할텐데 이 펀드에 비유동 자산 비중이 높으면 구조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B 운용사 관계자는 "새로운 기법을 도입한 메자닌 펀드가 등장하고 있는데 이 기법이 맞는지에 대한 검증을 하기 위해서는 두 세번 이상의 투자 사이클을 봐야 하는데 벌써 문제가 생기고 있다"며 "개방형 구조를 원하는 판매사, TRS를 통해 수수료를 받으려는 증권사의 제안을 운용사가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구조도 문제다"고 설명했다.

TRS를 활용해 유동성을 일으키기 때문에 이 계약이 막히면 문제가 발생한다. 알펜루트운용은 한국투자증권(130억원)·미래에셋대우(270억원)·신한금융투자(50억원) 등과 TRS 계약을 맺었다. 이중 한국투자증권이 대출금 전액 회수를 요청했고 미래에셋대우가 만기가 돌아온 자금에 상환을 요청했다.

대규모 일괄 환매 청구에 응할경우 수익자간 형평성 훼손의 우려가 있다는 판단하에 알펜루트운용은 환매 연기 검토 카드를 들었다. 환매 연기를 예정하고 있는 펀드는 알펜루트운용이 보유한 개방형 펀드로 총 자산대비 19.5% 수준이다.

◇ 고유자금·임직원 자금 447억원 투입 자신감이 '패착'

알펜루트운용이 개방형 구조로 펀드를 설정한 것은 운용업 초기에는 개방형 구조에 대한 판매사들의 요구도 있었다. 폐쇄형 펀드를 설정하면 3년 이상 고객 자금이 묶이기 때문에 판매사들도 판매가 쉽지 않아 선호하지 않는다. 만기 동안 고객의 재투자가 원활하지 않다는 점도 판매사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높은 수익률 만큼이나 빠른 환매를 원하는 투자자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만기가 길어지면 운용사의 마케팅 측면에서 불리하다. 이에 만기가 짧은 개방형 구조를 설정하는 운용사가 대부분이다.

알펜루트운용의 개방형 구조 펀드가 탄생한 것도 판매사의 요구도 물론 있었다. 여기에 펀드에 당사 고유 자금과 임직원 자금(447억원)을 투입한 만큼 향후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이 자금을 활용하면 고객의 손실을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개방형 구조로 펀드를 설정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증권사의 갑작스런 TRS 계약 해지를 대응하기는 쉽지 않았다. 증권사와 알펜루트운용간 논의를 통해 분할 상환과 만기 연장 이야기가 오고 갔지만 지난 20일 논의와 다른 통보를 받았다.

알펜루트운용 측은 "PBS 부서들이 사모펀드 시황 악화로 내부적으로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리스크를 극도로 회피하는 의사 결정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며 "펀드에 고유자금과 임직원 자금을 넣을 만큼 우량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유동성 이슈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수익률의 훼손없이 안정화되고 정상화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방형 구조 펀드의 장점도 있지만 한계도 있는 만큼 알펜루트운용은 최근에는 폐쇄형 펀드 설정에 주력하고 있다. 그동안 트랙레코드를 꾸준히 쌓아온 만큼 장기 고객도 생기며 만기가 긴 폐쇄형 펀드를 설정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설정된 프리 IPO 펀드인 '알펜루트 몽블랑 V익스플로러 Ⅹ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1호'는 5년 만기 폐쇄형으로 설정됐다.

알펜루트운용 관계자는 "그동안 개방형 펀드를 설정했던 것은 회사의 자금이 들어가 있는 만큼 손실이 나도 고객에게 투자금을 돌려줄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회사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 어디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왔고 지난해부터는 폐쇄형으로 펀드를 설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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