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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워치]윤여성 체제 2년 현대건설, 해외서 활로 모색부동산 경기 하강 국면 고려, 해외 28% 증액·국내 14% 줄여

이명관 기자공개 2020-02-03 08:30:32

이 기사는 2020년 01월 31일 07: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건설의 수주 무게 중심이 해외로 옮겨가고 있다. 국내 건설 경기 둔화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해외 프로젝트에 힘을 싣고 있다. 해외 시장은 한때 현대건설이 강점을 지녔던 시장이다. 플랜트를 중심으로 해외 공략의 선봉에 서며 영광을 누리기도 했지만, 2000년대 들어 저가 수주 전략에 발목을 잡히면서 한 동안 힘겨운 시기를 보냈다.

그러다 2016년부터 차츰 해외 시장에 다시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이번엔 실패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수주 초기부터 사업성을 집중 점검하며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렇다 보니 양질의 일감을 확보해 질적·양적 성장을 동시에 달성하고 있다. 이 같은 해외 수주 전략은 윤여성 전무(CFO)가 2018년 현대건설에 부임한 이후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현대건설에서 CFO 역할 중 핵심은 리스크 관리다.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CFO의 역할은 신규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두드러진다. 사업성 평가를 통해 선제적으로 재무에 부담을 주는 요인을 철저히 관리한다.

◇'저가 수주전략' 수익성 악화 부메랑으로

현대건설은 20세기까지만 해도 업계 부동의 1위 건설사였다. 이를 잘 알 수 있는 지표가 시공능력평가 순위이다. 이 제도가 도입된 이후 1위 자리를 가장 오래 차지한 건설사가 바로 현대건설이다. 1962년 이후 1964년을 제외하곤 2000년까진 줄곧 1위 자리를 지켰다.

이렇게 승승장구하던 현대건설이 위기를 마주한 것은 2001년이다. 이라크 등 해외공사에서 10억달러 이상의 손실을 내면서다. 해외 사업에서 불거진 손실은 이익을 잠식했고, 조단위 순손실로 이어졌다. 2000년 인식된 순손실 규모는 무려 3조원에 육박한다. 이듬해인 2001년에도 현대건설은 7800억원대에 이르는 손실을 냈다. 2년 누적 적자는 무려 3조7784억원에 이른다.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펼친 수주 전략 탓에 수익성 악화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결국 어닝 쇼크 수준의 성적표를 받아 든 현대건설은 워크아웃에 돌입하기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그룹에서 분리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현대건설은 과거의 실패를 2010년 반복했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공격적인 수주전략을 펼쳤다. 매각을 앞두고 있었던 상황에서 지나치게 몸집을 불리기 위해서였다. 여기에 유럽과 중국 등 최근 저가 공세를 펼치고 있는 해외업체의 거센 추격도 공격적인 수주를 거들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당시 현대건설의 지나친 저가 전략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혔다"며 "해외에서 국내 건설업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여지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례적으로 입찰가격이 2위 업체와 10% 이상 벌어지는 일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통상 1위 업체의 입찰가격이 2위 업체와 10% 이상 벌어지거나 예가(가격제한선) 대비 50% 이하에 형성될 경우 덤핑 입찰로 간주한다.

대표적으로 쿠웨이트 국영 석유회사(KOC) 파이프라인 입찰이 꼽힌다. 2010년 당시 현대건설은쿠웨이트 국영 석유회사(KOC)가 발주한 오일가스 파이프라인 1번 패키지 공사 입찰에서 예가 대비 87%인 14억585만달러의 가격을 제시에 낙찰자로 선정됐다. 이때 영국의 페트로팍(Petrofac)과 이탈리아 턴키업체인 사이펨(Saipem) 등이 공격적으로 뛰어들었으나 현대건설과 10% 이상 격차가 벌어졌다.

이렇게 현대건설이 2010년에 수주한 해외 수주액은 110억달러에 이른다. 이는 전년 대비 두 배이상 불어난 규모였다. 해외 신규 수주 추이를 보면 2008년 45억달러, 2009년 46억달러 등이다. 이 같은 행태는 2012년까지 이어졌고, 현대건설의 수익성 악화의 원흉이 됐다.


◇건설경기 둔화 대비 수주중심 '국내→해외'

잠시 주춤하는 듯 했던 해외 시장에 대한 공략이 최근 들어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과거와 달라진 점은 중동을 중심으로 과거의 저가 수주전략을 배제하면서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해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건설이 국내 건설 경기 둔화가 예상되면서 국내 사업 비중을 차츰 줄이고 해외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올해 해외 신규수주 목표치를 전년대비 3조원 가량 늘려 잡은 반면 국내는 2조원 가량 하향 조정했다. 해외사업으로 무게중심이 완전히 옮겨간 모양새다.

현대건설은 올해 신규수주 목표를 25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24조2521억원)보다 3.5% 늘려 잡았다. 이중에서도 해외 신규수주 목표치를 13조1000억원으로 설정했다. 전년대비 28.8%나 늘어난 규모다.

반면 국내 신규수주 목표치는 12조원으로 지난해 대비 2조원 가까이 감소했다. 최근 현대건설은 국내 신규수주 목표치를 매년 줄이고 있는 중이다. 2018년에도 국내사업의 신규수주 목표치를 설정할 당시 전년대비 3조원 이상 낮게 설정했다.

만약 이대로 신규수주 목표치를 달성할 경우 해외 신규수주 비중은 52.2%로 지난해(41.9%)보다 10.3%포인트 가량 불어난다. 국내 신규수주 비중은 47.8%로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올해 해외사업 신규수주는 20억달러 규모의 파나마 메트로 프로젝트를 비롯해 사우디 자프라 가스(30억달러), 카타르 담수플랜트(35억달러) 등이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의 이 같은 해외 중심 수주전략은 2018년 현대건설로 부임한 윤여성 전무(CFO) 체제에서 빛을 내고 있다. 2017년까지 감소 추세에 있던 해외 신규수주액은 2018년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후 지난해 다시 10조원을 돌파했다. 해외 신규수주액이 10조원을 넘어선 것은 2014년 이후 5년여 만이다.

다만 이처럼 리스크 검증을 철저히 하더라도 정치를 비롯한 대외 변수까지 완전히 컨트롤하기 어렵다는 점은 현대건설에게 고민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 4분기에도 해외 준공 현장인 쿠웨이트 자베르 코즈웨이, 싱가폴 전력부터널, 우루과이 발전소 등에서 800억원에 이르는 추가원가가 발생했다.

윤 전무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등 그룹 계열사를 두루 거친 재무 전문가다. 특히 현대자동차그룹의 '중국통'으로 손 꼽히는 인물이다. 기아자동차에 근무하던 당시 둥펑위에다기아(DYK, 중국 합작법인)의 기획본부장을 맡았다. 이후 현대자동차로 옮겨 중국사업부장을 맡았다. 현대건설에 합류하기 전까지는 현대모비스에서 베이징권역 담당, 중국사무소 담당 등을 겸직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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