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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 유동성 위기]판매사와 '불협화음' 지친 운용사, 문닫는 곳 생기나'라임·알펜루트' 여파, 고객 관리기능 사실상 '마비'…사태 장기화, 피로 '누적'

최필우 기자공개 2020-02-06 07:49:05

이 기사는 2020년 02월 04일 10: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메자닌과 비상장주식을 비롯한 딜(Deal) 기반 헤지펀드 운용사들이 판매사와 '불협화음'에 시달리고 있다. 판매사의 대고객 업무가 사실상 마비된 데다 빗발치는 편입 자산 검토 요청으로 피로가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라임자산운용과 알펜루트자산운용 환매 중단 리스크가 장기화되면서 사실상 운용업을 접는 수순에 접어든 곳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고객 레터' 보내도 '무용지물', 라임·알펜에 밀려 '뒷전'

몇몇 헤지펀드 운용사들은 최근 고객들로부터 빗발치는 문의 전화를 받고 있다. 상장 주식을 매매하는 곳보다 메자닌과 비상장주식에 투자하는 곳일수록 고객 문의가 많다. 라임자산운용과 알펜루트자산운용이 유동성 리스크에 봉착하면서 환매를 중단하자 자신이 가입한 펀드에는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 싶어하는 고객들이 늘었다. 이에 상대적으로 공개되는 정보가 적은 메자닌,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운용사에 문의가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헤지펀드 운용사의 클라이언트는 판매사 상품개발부서 혹은 프라이빗뱅커(Private Banker)다. 운용사는 판매사의 본사 혹은 영업점을 찾아 투자금을 모집할 뿐 수익자와 직접 맞닿아 있지 않다. 판매사는 고객 모집과 관리를 명목으로 100~200bp 수준의 판매 보수를 선취한다. 하지만 고객들이 판매사에 상품에 대한 문의를 하지 않고 운용사와 직접 접촉을 시도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헤지펀드 업계 관계자들은 판매사의 대고객 업무가 사실상 마비됐다고 보고 있다. 본사 상품개발부서는 물론 영업점 PB들까지 라임자산운용과 알펜루트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 뒷수습에 분주한 상황이다. 조단위에 달하는 두 운용사의 펀드 가입 고객들과 수시로 만나 환매 경과를 업데이트하고 있다. 이에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거나 아직 문제가 불거지지 않은 운용사들에 대한 관리는 뒷전이 된 것이다.

수개월째 고객 전화에 시달리고 있는 몇몇 운용사는 긴급하게 대고객 레터를 마련해 판매사에 배포를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고객 전화와 문의는 끊이지 않고 있다. 본사와 영업점에 레터를 보내도 판매사가 이를 고객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겨를이 없는 탓이다. 결국 운용사는 고객에게 유선 상으로 레터 내용을 수차례 반복해 설명하면서 본래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증권사 PB는 "주요 판매사의 라임과 알펜루트 펀드 판매잔고는 수천억원 규모"라며 "다소 규모가 작거나 가시화된 리스크가 없는 펀드까지 관리할 여력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자산 점검탓 영업기밀 노출, '패밀리오피스' 전환도 고려

판매사의 편입 자산 확인 요청으로 업무 과부하에 걸린 헤지펀드 운용사도 다수다. 2015년 전문사모집합투자업이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뀐 이후 메자닌과 비상장주식 투자는 헤지펀드 시장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3~4년간 메자닌, 프리IPO 펀드가 줄기차게 팔렸으나 편입 자산 실체에 대한 점검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불안감에 판매사들이 일제히 점검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운용사들 입장에선 펀드 운용에 필요한 기존 업무에 추가로 일이 생긴 셈이다.

펀드 설정에 앞서 편입 자산이 확정되는 프로젝트펀드는 물론 설정 후 투자 전략을 세우는 블라인드펀드 역시 점검 대상이 됐다. 판매사들은 펀드가 투자한 비상장주식 등에 대한 신탁명세서를 요구하고 있는데 운용사들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 신탁명세서를 판매사에 공유하면 펀드 핵심 자산군의 매입 단가나 투자 당시의 밸류에이션 등이 노출될 수 있다. 판매사는 법적으로 펀드의 신탁명세서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지만, 운용사 입장에선 투자 전략 노출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판매사의 개입이 심해지자 운용업 자체에 회의를 느끼는 곳도 있다는 후문이다. 라임자산운용과 알펜루트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가 종식된다 해도 깐깐해진 판매사 기준을 충족시키려면 앞으로도 늘어난 업무량과 투자 전략 노출을 감당해야 한다. 이에 벤처캐피탈(VC), 신기사 등으로의 업종 전환을 고려하는 것은 물론 라이선스 없이 일반 법인을 패밀리오피스 형태로 운용하고 싶어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헤지펀드 운용사 관계자는 "판매사가 기관투자가에 준하는 수준으로 리테일 자금을 모아주는 것도 아닌데 현 사태를 빌미로 무리한 요구가 늘었다"며 "현재 운용 중인 펀드들을 청산하면 리테일 자금을 추가로 받지 않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판매사가 요구하는 업무를 계속 처리하려면 인력 충원이 불가피해 지인 중심으로 일반 법인 형태의 패밀리오피스를 운영하는 게 수익성 측면에서 나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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