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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산업 리포트]정주영의 육성부터…현대차의 代이은 車부품사 '의리'국산화 의지로 산업 키워, 진흥재단 설립 후 뒷바라지…신종코로나 피해에 '1조' 지원 결정

김경태 기자공개 2020-02-10 08:46:46

[편집자주]

최근 가장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있는 산업군이 자동차산업이다. 내연기관 차량의 글로벌 수요가 둔화하고 있고 친환경차 시대 진입 전 과도기 상황에서 로컬 뿐 아니라 글로벌 수요가 동시에 둔화하며 어려움을 겪는다. 각종 환경 규제 등 다른 변수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카마게돈'이라는 말도 나온다. ‘격변기’라는 단어가 부족할 정도로 시장 상황이 달라지면서 완성차업체들의 판매량과 실적에도 희비가 엇갈린다. 철강업체 등 유관 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적자생존(適者生存)의 기로에 놓인 자동차업계의 현주소를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2월 07일 11:09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차그룹의 자동차 부품에 대한 애착은 대단하다. 고 아산 정주영 회장은 완성차뿐 아니라 부품에 있어서도 세계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싶은 야심이 있었다. 각고의 노력 끝에 부품 국산화율을 획기적으로 높였고 세계적인 자동차산업 국가로 발돋움하게 만들었다.

자동차에는 수만개의 부품이 들어가기 때문에 모든 부분을 현대차와 계열사들이 할 수는 없었다. 국산화 과정에서 국내 협력사들이 대거 탄생했고, 성장을 함께했다. 정몽구 회장이 현대차를 이끄는 동안에도 부품사들을 '파트너'로 인식하고, 북돋아 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정의선 총괄수석부회장은 이런 선대의 정신을 이어받았고 현대차도 힘든 상황에서 협력사에 1조원이라는 자금을 신속지원하게 만들었다.

◇고 정주영 회장의 국산화 의지…정몽구 회장, 자동차부품진흥재단 만들어

정주영 회장은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에 대한 애착도 강했다. 부품산업의 성장성을 꿰뚫어 봤고, 세계시장을 호령하고 싶어 했다. 그는 자서전 '이 땅에 태어나서'에서 "나는 자동차 부품 공업으로도 세계 시장 경쟁을 꿈꾸고 있다"며 "오랜 전통과 거래선을 갖고 있는 선진국 자동차 부품업계에 우리가 하루아침에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겠지만, 우리 노력만큼의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시장은 도처에 있다. 이 꿈은 반드시 실현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아산의 자신감은 실제 성과에 기반한 것이었다. 최초의 한국 고유 모델로 평가받는 '포니'는 1975년 출시 때부터 85%의 부품이 국산이었다. 1981년에는 국산화율이 93%까지 올라갔다. 차의 심장으로 볼 수 있는 엔진은 1991년 국산화를 이뤄냈다. 아산은 자서전에서 엔진을 스스로 만들 수 있다면 다른 부품 국산화는 따라오는 것이라는 취지의 언급을 했는데 실제로 얼마 지나지 않아 이뤘다. 1995년 출시한 2세대 '아반떼'는 부품 국산화율이 99.9%에 달했다.

부품의 국산화는 곧 국내 부품사들의 태동과 성장으로 이어졌다. 범현대가 외에도 현재 국내에는 수많은 자동차부품 중견기업이 있다. 2차와 3차, 그 이상으로 범위를 넓히면 협력사로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실제 국내 유일의 업계 모임인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서도 저인망식으로 전부 집계하지는 못하고 있다. 아산의 의지가 여러 기업을 탄생시켜 국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던 셈이다.

고 정주영 회장과 정몽구 회장(출처: 현대차 홈페이지)

아산을 이어받은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를 글로벌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동시에 협력사들도 키웠다. 해외에 진출할 때 국내 부품사들과 동반 진출하면서 그들의 사업 확장에 도움을 줬다. 부품사들은 현지에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대차그룹 외에 다른 해외의 완성차업체와 관계를 맺으며 또 다른 기회를 모색했다.

정몽구 회장 시기에 가장 눈에 띄었던 행보 중 하나는 국내 부품산업을 위한 재단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2002년 7월 탄생한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은 설립 당시 국내 160여개 부품사가 참여하기는 했지만, 현대차그룹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국세청 공익법인 공시에 따르면 설립 출연금이 51억원인데, 이 중 현대차가 27억원을 냈다. 기아차는 13억원이고 현대모비스가 나머지 금액을 책임졌다. 그 후에도 현대차그룹은 3개 계열사를 내세워 매년 자금을 출연하면서 국내 부품산업이 클 수 있도록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 신종코로나 비상사태 속 '신속·정확'한 1조 지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우한폐렴) 사태가 일어난 뒤 국내 기업 중 가장 먼저 중국 현지에 대한 지원을 발표한 곳은 현대차그룹이다. 비상사태가 일어난 상황에서도 현대차그룹이 자랑하는 '속도'를 잃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현대차그룹은 1월 28일에 인도적 지원을 발표해 1월 31일에 공표한 삼성그룹보다 빨랐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현대차그룹은 총 1500만 위안(한화 25억3000만원) 규모의 의료물품과 지원금을 전달하기로 했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방호복과 마스크, 고글, 개인 방호용품 등 500만 위안(한화 8억4000만원) 상당의 의료용 물품을 제공하기로 했다. 또 1000만 위안(16억9000만원)의 성금을 전달해 현지 의료 시설 및 인력 지원 등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을 방지하는데 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국내 부품사들을 지원하는데 있어서도 전광석화 같았다. 현대차그룹은 이달 6일 중소 부품 협력사들을 위해 △3080억원 규모 경영 자금 무이자 지원 △납품대금 5870억원 및 부품 양산 투자비 1050억원 조기 결제 등 1조원 규모의 자금을 집행한다고 밝혔다.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현대트랜시스에 부품을 공급하는 350여 개 중소 협력사가 대상이다.

현대차가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기아차 역시 어려움을 겪는 혼란 상황에서도 파트너들을 챙겼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번 공장 가동 중단 사태를 겪으면서 관련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부품 수급 다변화 필요성이 제기되는데, 향후에 이런 작업을 진행하더라도 그간 동고동락한 파트너들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또 현대차그룹은 과거부터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 빠른 속도를 자랑했는데, 이번 의사결정이 눈에 띄게 신속하고 과감하게 이뤄졌다는 점에서 정의선 총괄수석부회장 시대의 한 면모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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