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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과 거래 끊은 SK네트웍스 미회수 채권 900억 손상처리…향후 거래 재개 시점 불투명

김성진 기자공개 2020-02-12 14:07:07

이 기사는 2020년 02월 11일 16: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네트웍스가 이란에 처음 진출한 것은 36년 전인 1984년이다. 테헤란에 지사를 설립하고 직물사업으로 이란과 거래를 튼 SK네트웍스는 최근 강판 중심의 철강 거래를 주로 해오며 사업을 확장해왔다. 2016년에는 문종훈 전 SK네트웍스 사장이 직접 이란을 찾아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기도 했다.

오랜 기간 이란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었던 SK네트웍스도 미국의 이란 제재 앞에서는 무력했다. 경제 제재 탓에 이란과의 무역거래는 사실상 끊겼고, 향후 무역 재개 시점 또한 불투명하다. SK네트웍스는 2019년 4분기 92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이중 약 900억원이 이란 기업과 계약한 매출채권 손상으로 발생했다.

◇2016년 이란 제재 해제 기점 사업기회 모색

SK네트웍스가 가장 최근 들어 이란과 무역을 확대한 시점은 2016년이다. 그동안 핵무기 개발을 두고 미국과 대립각을 세웠던 이란은 미국의 제재 탓에 경제적으로 고립돼있었다. 그러나 2015년 7월 주요 6개국(유엔 안보리 상임이사회 5개국 및 독일)과 핵협상 타결이 전환점이 됐다. 타결 6개월 후인 2016년 1월 미국은 이란에 가했던 경제 및 금융 제재를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SK네트웍스는 빠르게 움직였다. 문종훈 전 SK네트웍스 사장은 같은 해 3월 이란을 방문해 새로운 사업기회를 모색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끄는 이란 경제사절단에 포함돼 정재계 인사들과 만나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했고, 철강·자동차·화학제품 등이 주요 사업 아이템으로 거론됐다.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도 당시 이란 행에 동행하기도 했다.

사업 가능성은 바로 가시화했다. SK네트웍스는 2016년 5월 이란 현지 자동차 2위 업체인 사이파와 자동차 산업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중동지역 자동차 생산 및 공급기지인 이란에 자동차용 강판 수출 등의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들이 나왔다.

그룹에서도 힘을 실었다. 2016년 5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들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순방에 동행했고, 직접 현지에서 사업 가능성을 점검했다. 2018년 상반기에는 현지 법인 설립까지 이어졌다. 이란 현지에 ‘Networks Tejarat Pars’라는 법인을 설립해 철강·화학 등 무역사업을 확대한다는 복안이었다.

◇2018년 4분기 이후 거래 끝…거래 재개 언제쯤

미국의 경제 재제 해제 탓에 뚫린 이란과의 무역 거래는 미국이 다시 제재를 가하며 도로 막혔다. 미국은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새로 취임한 이후 이란에 대해 강경책을 구사하기 시작했고, 2018년 하반기에는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완전히 부활시켰다.

SK네트웍스도 미국의 이란 제재에 따른 악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기 시작했다. 이는 SK네트웍스의 상사부문 실적 추이를 보면 유추해볼 수 있다. SK네트웍스가 이란과의 무역을 확대하기 시작한 2016년의 매 분기 실적을 보면 매출과 함께 영업이익이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16년 3분기 이후부터 7분기 연속 1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창출했으며, 2017년 3분기에는 23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기도 했다.


2018년도에도 3분기까지는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135억~177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그러나 미국의 이란 제재가 본격적으로 부활하기 시작한 이후 눈에 띄게 실적이 악화했다. 2018년 4분기에는 1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19년 다시 흑자로 돌아서긴 했지만 예년과 같은 수익을 거두지는 못했다. 매 분기마다 영업이익은 50억원 언저리에 있었다.

그러다 지난해 4분기 924억원의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다. 이란 업체로부터 회수하지 못한 매출채권이 손실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미국과 이란의 경제 제재 이슈가 생긴 이후 2018년 4분기부터 이란과 거래를 중단했다"며 "이에 따라 1년이 넘은 이란 사업 장기매출채권 900억원을 100% 대손처리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앞으로 이란과 거래를 재개할지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데 있다. SK네트웍스는 이란뿐 아니라 다른 중동 국가들과의 거래도 최대한 줄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다른 종합상사들 역시 경제 제재 이슈 탓에 일찌감치 이란에서 사업을 정리해왔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일단 이란과는 자동차 강판 중심의 철강뿐 아니라 화학 등 다른 무역 거래도 중단한 상태"라며 "이란과 함께 다른 중동국가와의 거래도 최대한 축소하고 있어 향후에는 상사 부문에서 성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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