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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적진에 사퇴의사 먼저 알린 3자연합 후보 김치훈4일 만에 이사 후보 사퇴 의사 전달…"여론 악화 등에 부담 느낀 듯"

유수진 기자공개 2020-02-19 08:16:14

이 기사는 2020년 02월 18일 10: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KCGI·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반도건설)이 추천했던 사내이사 후보 중 한명인 김치훈 전 대한항공 상무(사진)가 17일 자진 사퇴했다. 주주연합이 한진칼에 김 전 상무를 포함해 8인의 이사 후보를 공식적으로 제안한 지 4일 만이다.

한진칼 주주총회를 한 달여 앞두고 주요 후보 중 한명이 유감 표명과 함께 자발적으로 물러나면서 추후 주주들의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주목된다. 특히 나머지 이사 후보 7명 중 추가적으로 사퇴자가 나올지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8일 한진칼은 주주연합이 추천한 사내이사 후보로 선임된 김치훈 전 상무가 사퇴 의사를 밝혀왔다고 전했다. 한진칼에 따르면 김 전 상무는 하루 전인 17일 한진칼 대표이사 앞으로 직접 서신을 보내 "3자 연합이 주장하는 주주제안에 동의하지 않는다. 순수한 의도와 너무 다르게 일이 진행되고 있음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해당 서신에서 김 전 상무는 “칼맨(KALMAN)으로서 한진그룹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오히려 동료, 후배들로 구성된 현 경영진을 지지하는 입장”이라며 “한진그룹 모든 구성원들이 힘을 모아 대화합함으로써 한진그룹이 더욱 발전하는 계기가 되도록 힘써주시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 전 상무의 갑작스러운 사퇴 배경을 두고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 전 상무가 서신에서 “주주연합이 주장하는 주주제안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으나 사실상 이게 전부는 아닐 거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해당 내용 등은 주주연합의 사내이사 후보로 나서기 전에 검토했을 부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보단 사내이사 후보로 발표된 이후 심적 변화를 겪은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도 주주연합의 주주제안 이후 악화되는 여론 등에 부담을 느꼈을 거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과거 수십년간 한진그룹에 몸담았던 경험이 있는 김 전 상무로서는 동료와 후배들의 끊임없는 비판이 뼈 아파 마음을 돌렸을 거란 분석도 나온다.

앞서 대한항공과 ㈜한진, 한국공항 노동조합은 17일 주주연합을 비판하고 조원태 회장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공동으로 발표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조현아 전 왕산레저개발 대표는 안하무인의 위세로 노동자들을 핍박했고 그 결과 한진그룹은 세상의 조롱거리로 전락했다”며 “소위 ‘조현아 3자 연합’이 가진자들의 배를 채우기 위해 벌이는 해괴한 망동이 한진노동자의 고혈을 빨고 고통을 쥐어짜도록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강력히 경고한다”고 수위 높게 비판했다.

특히 주주연합이 밝힌 자신의 경력과 관련해 '부풀리기 논란'이 일어난 것도 김 전 상무가 부담을 느낀 하나의 요인으로 풀이된다. 주주연합은 김 전 상무에 대해 대한항공 본사 상무와 런던지점장 등 해외지점장을 지내며 여객과 운송, 호텔 전반에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한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한국공항에서 통제본부장을 지내며 국내 14개 공항을 총괄하는 업무를 수행해 오랜기간 항공운송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은 전문경영인이라고도 치켜세웠다.

하지만 이를 두고 김 전 상무가 재직 당시 해외지점장이 아닌 공항소장이었으며 한국공항에서도 현장업무를 수행해 항공업 관련 지식과 전문성이 높다고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내부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김 전 상무가 회사를 떠난 지 10년 가까이 된데다 재직 당시 조 전 부사장과 가까운 인사였다는 점에서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재계에서는 김 전 상무가 자신의 사퇴 의사를 공식화한 방법에도 주목하고 있다. 김 전 상무는 자신의 사퇴 사실을 주주연합이 아닌 한진칼 측에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한진칼 관계자는 “김 전 상무가 보내온 서신에 사퇴 의사를 한진칼이 대신 알려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김 전 상무의 마음이 주주연합으로부터 완전히 돌아섰다는 의미라는 해석이 나온다. 주주연합과 사전 상의 없이 사퇴를 결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실제로 이날 주주연합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주주연합 측은 김 전 상무로부터 18일 새벽 사퇴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전날 한진칼에 서신을 보내고 다음날 주주연합에 사퇴 의사를 밝힌 셈이다. 주주연합은 김 전 상무의 이탈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

주주연합 측은 “김 후보가 새벽에 연락을 해와 본인이 심각한 건강상의 이유가 있어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당초 이사 추천은 본인 동의를 얻어 했었고 이렇게 돼 유감”이라고 말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대한항공 출신인 김 전 상무가 후배들의 비판 등으로 마음의 부담을 느낀 것 같다”며 “본인이 생각하는 방향이란 다른 쪽으로 (여론 등이) 흘러가니 '이건 아니다' 싶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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