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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개발 맨파워분석 2020]벤처로 가는 제약사 '사업개발자'…몸값 천정부지③'한국형BD' 시작 한미 필두 유한·녹십자·동아 실무진 줄줄이 이직…LG 출신 결실도 돋보여

서은내 기자공개 2020-02-26 08:20:42

[편집자주]

신약개발업계 만큼 인재들이 모인 곳도 드물다. 특정 범주를 구분하기 어려울만큼 여러 분야에서 우수한 인재들이 모인다. 생물, 화학, 유전공학, 약학, 의학, 통계, IT, 농업까지 다양한 분야의 인맥들이 자리잡고 있다. 더벨은 2019년에 이어 신약개발 키맨들을 살펴보고 제약바이오산업의 현주소와 미래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2월 21일 10: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제약사에서 굵직한 글로벌 기술계약 실무를 담당했던 주요 BD(사업개발자·Business Development)들이 바이오벤처업계로 속속 자리하고 있다. 벤처를 직접 창업하거나 바이오텍 핵심멤버로 옮기는 사례가 많아졌다. 이들은 조단위 라이선스아웃(기술이전)의 숨은 조력자 역할을 하며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내공을 쌓은 인사들이다.

신약개발의 관심이 높아지고 많은 라이선스아웃 딜 방식의 수익화에 신약사업의 초점이 향하면서 계약의 최전선에 있는 BD들은 어느때보다 바빠졌다. BD 인력에 대한 수요도 치솟았다. 사업개발 실물을 담당할 신규 인력 채용이 늘며 BD 풀 자체는 크게 늘었다. 학계에서 산업체 BD로 바로 들어오기도 하고 연구직에서에서 BD로 전향하는 이들도 다수다. BD 서비스를 갖춘 해외 컨설팅업체나 법무법인들도 라이선싱 계약을 진행 중인 국내 업계에 발을 넓히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이같은 경험있는 전문가들은 아직 손에 꼽힐 정도라는 게 공통된 업계의 전언이다. 신생 벤처는 늘어가고 실력있는 인력은 한정돼 있다보니 경험있는 BD 영입이 하늘에 별따기란 말도 나온다.

BD의 역할은 신약개발의 전체 밸류체인(value chain)과 궤를 함께 한다. 유능한 BD는 어떤 회사와 접촉할지에 대한 전략, 접촉 방법에 대한 전술, 협상 과정에서의 사이언스(과학적 이해), 수익 계산력, 딜에 따른 영향 예측, 계약서 작성을 위한 법률적 지식, 신약개발 가치 사슬에 대한 이해, 계약 이후 과정에 대한 능력을 갖춘 사업가가 돼야 한다.

◇바이오벤처로 나온 제약사 BD들…한미 출신도 하나의 '축' 형성

지난해 주요 BD 인사들 사이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제약사 사업개발 수장들이 바이오벤처로 이동했다는 점이다. 글로벌 라이선스아웃 계약을 경험한 키맨들이 새롭게 벤처에서 발빠른 신약개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유한양행이 베링거인겔하임, 얀센, 길리어드 등과 3조원에 달하는 기술계약을 체결할 때 핵심 역할을 한 김한주 전 유한양행 이사도 작년 아임뉴런바이오사이언스를 창업했다. 김 대표는 연구소기업 설립의 꿈을 꾸며 뇌질환 신약 플랫폼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최근 창업 1년이 채 안된 시점에서 유한양행에 뇌질환 신약후보물질 3종을 537억원에 이전하는 계약도 맺었다.

녹십자에서 2016년 신설된 사업개발본부의 수장을 맡았던 BD 전문가 류준수 녹십자 상무도 작년 초 벤처업계로 나왔다. 자가면역치료제 개발사 카인사이언스 대표로 자리했다. CTO 조대호 박사와 손잡고 신약개발에 뛰어들었다.

동아에스티에서 25년 가까이 근무하며 사업개발과 라이선싱 업무를 맡아온 전철수 개발담당 상무도 작년 8월 SCAI테라퓨틱스의 사업개발담당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장은주 동아에스티 글로벌라이선스아웃팀장도 작년 초 바이오벤처 아이랩(ILAb)의 사업개발 상무로 이동했다. 아이랩은 허태회 가톨릭대 약대 교수가 2017년 창업한 면역반응조절약물 개발 벤처다.

국내 BD의 원조 격인 한미 출신들은 이미 업계에서 하나의 맥을 형성하는 모습이다. 2013년 이후로 사노피, 베링거, 일라이릴리, 얀센, 스펙트럼 등 다수 빅파마들과의 계약 체결 실무를 담당하며 대규모 글로벌 기술이전의 포문을 연 이들이다. 국내에 특별한 선례가 없던 상황에서 한미의 스타일을 최초로 만들어간 만큼 협상장이나 계약 실무 면에서 그들만의 특징을 공유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2017년 LG화학으로 옮긴 김창숙 전 한미 BD팀 상무와 함께 계약서를 조항을 체크하고 보고서를 만든 팀원들도 다수다.

일찌감치 벤처로 나온 김재순 PH파마 전무를 필두로 1년 전을 기점으로 현재는 대부분 한미에서 나와 바이오벤처에 둥지를 틀었다. 한미에서 사업개발 팀장을 맡아온 양원석 팀장은 디앤디파마텍에 자리잡았다. 한미 해외 BD팀에서 신약 라이센싱과 얼라이언스 업무를 담당해온 조현무 팀장도 2018년 프리미어파트너스 이사로 합류해 바이오헬스케어 업체 투자에 나섰다. PH파마 신준규 차장도 한미 출신이다.

◇2019년 결실의 주역들…LG출신 돋보여

지난해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체결한 라이선스아웃 계약의 총 규모는 7조원을 웃돈다. 조단위 라이선스아웃 결실로 돋보인 BD인사 가운데 LG 출신이 유독 많다. 작년 말 글로벌 10대 제약사에 인간히알루로니다제 기술을 1조6000억원에 이전하며 잭팟을 터뜨린 알테오젠 박순재 대표도 LG 출신이다. 베링거인겔하임과 1조5000억원 딜을 성사시킨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도 LG가 고향이다.

박순재 대표는 LG생명과학에서 사업개발 상무로 일했으며 재직 중 대한민국 1호 FDA 신약 팩티브를 수출하는 실무를 맡았다. 이정규 대표 역시 LG 시절 사업 기획 및 BD 일을 진행했다. 사업개발 전문가로서 NRDO(개발 집중 바이오텍)의 강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JW중외제약에서 BD를 책임진 이성열 개발본부장은 2018년 말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고 작년 초 등기임원에 선임됐으며 12월에 대표이사에 올랐다. 2018년과 2019년 잇달아 아토피치료제, 통풍치료제 후보물질의 기술수출을 성공시킨 공이 컸다. 아토피피부치료제의 총 기술계약 규모는 4500억원, 통풍치료제는 820억원이었다.

작년 상반기 SK바이오팜이 뇌전증 신약 치료제의 유럽지역 권리를 스위스 아벨테라퓨틱스에 6000억원에 넘기는 라이선스계약을 도맡은 건 신해인 SK바이오팜 부장이다. SK바이오팜에서 오랜기간 사업개발팀에 소속돼 라이선스아웃 계약에 핵심 멤버로 참여하고 있다.

3월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는 미국 밀레니엄 파마슈티컬에 총 4600억원 규모의 ADC원천기술을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며 BD 담당으로 채제욱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전무의 역할이 있었다. 채 전무는 사이언스에 대한 매우 깊은 이해가 있는 사업개발자로 꼽힌다.

비슷한 시기 프랑스 떼아 오픈이노베이션에 약 800억원 규모로 황반변성 치료제 기술을 수출한 올릭스는 웨이 리(Wei-Li) 올릭스 최고개발책임 부사장이 BD역할을 하고 있다. 웨이 리 부사장은 보스턴 바이오메디털에서 2007년부터 11년간 사업개발 책임자로 일했다.

최근에는 기술계약 과정서 해외 전문 법무법인을 병행해서 활용하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외부 컨설팅 서비스를 활용함으로써 계약 진행 과정에서 철두철미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유한양행은 미국 로펌 시들리(Sidley Austin), 브릿지바이오는 미국 로펌 '폴리호그(Foley Hoag)'와 미국 헬스케어 전략 자문사인 '알엠글로벌(RM Global)', 레고켐바오사이언스는 '폴리호그'를 활용했다. 기술거래 관련 서비스를 진행 중인 곳으로는 글로벌 투자자문사 '토레야(Torreya)'도 있다. 한국에서 자주 소통하는 이들로는 해미 창 폴리호그 변호사, 테드 문 알엠글로벌 이사 등이 잘 알려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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