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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티어 연기금의 선행조건

한희연 M&A부 차장공개 2020-02-27 12:33:04

이 기사는 2020년 02월 26일 07: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공단이 올해 첫 '기금운용 전문가 공개모집'을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공개채용 이후 넉달만에 또 인력확보에 나섰다.

국민연금은 매년 2~3 차례 기금운용을 담당할 외부 전문가를 채용한다. 지난해 1월(36명)과 6월(26명), 10월(21명) 공고를 통해 총 83명을 공개채용했다. 2018년에는 3월(38명), 7월(34명) 두 차례에 걸쳐 72명의 채용계획을 밝혔다.

지난 25일 공개된 공고에 따르면 이번에는 총 13명을 모집한다. 예년처럼 대체투자 부문 인력 수요가 크다. 13명 중 대체투자 부문만 7명을 뽑는다. 세부적으로 사모투자에 2명(아시아·유럽), 부동산투자에 1명(아시아), 인프라투자에 4명(아시아·유럽·미주)을 채용한다. 국민연금은 올초 대체투자 조직을 아시아·미주·유럽 등 지역별로 세분화해 해외 대체투자 확대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기금 1000조원 시대를 열어갈 역량있는 자산운용전문가를 모신다'는 채용공고 문구에서 볼 수 있듯 국민연금의 운용규모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지난해 11월말 기준 금융부문 운용규모는 723조원에 달한다. 전년에 비해 85조원 가량 증가했다. 2041년에는 1778조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늘어나는 운용 자산에 비해 기금운용 인력 증가 속도는 상당히 더디다. 몇년째 정원의 10%를 웃도는 인력이 늘 비어있다. 매년 인력 충원을 진행하고 있지만 그만큼 이탈도 잦았다. 과도한 업무로드와 책임감에 비해 보상 등이 따라주지 않기 때문이다.

대체투자와 해외투자 비중 증가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중장기적인 과제다. 사회가 노령화될수록 수익률 제고의 중요성은 점차 높아졌다. 하지만 국내 시장과 전통자산으로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결국 해외와 대체투자를 돌파구로 삼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국민연금은 2020년 말 전체 운용자산중 13%를 대체투자에 할애할 계획이다. 2019년 말 목표 포트폴리오에서 30bp늘어난 수치다.

전통자산보다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대체투자는 그만큼 고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고위험의 투자일수록 전문성 있는 인력을 다수 확보해야 공격적이지만 안정적으로 운용을 할 수 있다. 다만 몇년째 인력 부족에 시달리면서 중장기적으로 늘리라고 요구한다면 이는 상당한 모순이다.

지난해 말 있었던 기금운용위원회 회의 내용은 이같은 모순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당시 '2020년 목표 초과수익률'을 결정하는 안건에서 목표 수익률 상향안과 유지안을 두고 고심하는 위원들에게 안효준 기금이사(CIO)는 조직의 현실을 감안해 달라 절절하게 토로했다. 늘어나는 자산으로 인당 운용규모 부담이 점점 커지는데, 인력문제 해소없이 무작정 목표 수익률만 올려잡는 것은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제로 대체투자의 경우 2019년에 전년대비 10조원 늘어난 25조원의 약정을 했는데, 소위 '가랑이 찢어지게 한 것'이라며 자극적인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대체투자 부문은 딜 프로세스 상 투자부터 사후 관리까지 상당히 손이 많이 가지만 현재 인원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고질적인 인력난 해결을 위해 국민연금은 매년 진행하는 외부 전문가 충원 외에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도 갖고 있다. 올해 20여명을 뽑아 1여 년간 훈련시켜 전문인력을 직접 키운다는 복안이다. 경력직 채용의 한계를 내부 인력 양성으로 풀자는 것이지만 이 역시 미봉책에 그칠 것이라는 회의론도 나온다. 양성 후 몇년간은 해당 인력을 연금에 묶어둘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인 이탈을 막기엔 결정적인 '한방'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채용 공고에서 국민연금은 "세계 3대 연기금 기관 직원으로서 국민들의 노후소득보장 자산을 운용한다는 자긍심을 가지고 운용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다"며 "국내에서는 접할 수 없는 대규모 자산으로 다양한 투자 경험을 쌓아 자신의 역량을 한 단계 더 키워나갈 수 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자긍심과 역량제고 가능성이라는 신기루 제시만으로 능력있는 운용인력을 확실히 잡아둘 수 있을까. 톱티어(Top-tier) 연기금을 지향한다면 톱티어 인력을 끌어들일 매력적인 보상체계가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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