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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곡 인생, PE서 뿌리내리다…박봉섭 케이스톤 부대표 [매니저 프로파일]대기업→창업후 실패…투자전문가로 화려한 부활

조세훈 기자공개 2020-03-02 13:56:50

이 기사는 2020년 02월 27일 12: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케이스톤파트너스는 구조화 금융에 특화된 사모펀드(PEF)운용사다.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기업의 '재무 주치의' 역할을 맡아 정상기업으로 탈바꿈해 놓는 역할을 수행한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나 공동 투자가 필요한 국내 기업과 손잡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기업인들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정확히 파악하고 재무적 지원을 넘어 경영 전반을 함께 고민하고 발전시킨다. 이런 강점이 케이스톤파트너스를 국내 중견 PEF로 성장하게 한 원동력이다.

박봉섭 케이스톤파트너스 부대표는 12년간 기업을 경영해온 '전문가'다. 창업부터 시작해 여러 기업을 키워낸 성장스토리, 유동성 위기로 사업을 접게 된 아픔까지 기업인이 겪을 모든 일을 체험해왔다. 자연스레 누구보다 기업인들의 속마음을 이해하고 투자자가 아닌 동반자로 '소통'하는 역량을 갖췄다. 금융에 특화된 유현갑 케이스톤파트너스 대표와 함께 기업의 투자·밸류업·회수를 성공적으로 수행해왔다.


◇성장스토리 : 대기업 사원으로 출발…창업후 실패 '쓴맛'

박 부대표는 1996년 한라그룹 기획실에 입사하면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연세대 경영학과 89학번인 그는 졸업 후 대기업에 입사하며 평범한 삶을 이어갔다. 그러나 동시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1997년을 거치며 그의 삶은 정반대로 바뀐다.

1997년은 한국 경제사에 커다란 변곡점으로 기록된다. IMF 위기로 국내 대기업이 무너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생계의 터전을 잃었다. 폐허속에 새로운 싹이 트기도 했다. 벤처·창업 바람이 불어 경제의 새로운 활력소를 불어넣었다. 그의 삶은 변화된 경제 상황을 그대로 관통했다.

한때 재계 12위였던 한라그룹은 IMF 외환위기를 거치며 사실상 공중분해됐다. 당시 한라건설만 남기고 계열사를 모두 매각해야 했으며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그는 구조조정 대상은 아니었지만 한라그룹을 나오기로 결심했다. 1999년 함께 퇴사한 사람들과 MRO(소모성자재구매) 회사를 창업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MRO기업을 설립하면서 탄탄한 성장을 이뤄갔다. 삼성 계열사 10곳을 비롯 전국 650개 업체와 거래했다. 그러나 호황은 오래가지 못했다. 대기업들이 서브원, 아이마켓코리아, 엔투비 등 MRO 기업들을 설립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박 부대표는 사업다각화를 통해 위기를 탈출하기로 했다.

2002년 스포츠 마케팅 컨설팅 회사를 새롭게 설립했다. 한일 월드컵을 기점으로 축구 열풍이 불면서 스포츠 마케팅 수요가 늘 것으로 판단했다. 650개의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스포츠 마케팅 사업을 진행했다. 같은 해 스포츠용품 푸마 직판 대리점도 시작했다. 전국 아마추어 축구대항전을 기획하고 붉은악마 해외원정 등을 진행하며 나름의 시장 지위를 확보했다. 박 부대표는 총 5개 회사를 거느렸으며 연간 250억원의 매출을 일으키는 곳으로 키워냈다.

그러나 설립 12년 차에 뜻하지 않는 위기를 맞았다. 2010년 한 회사가 중국기업에 사기를 당하면서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지급보증을 한 다른 기업까지 연달아 어려워지며 끝내 사업을 모두 접었다. 김 부대표는 전 재산을 들여 소액 채권자의 빚을 다 갚았다.

유현갑 케이스톤파트너스 대표는 평소 학교 후배로 잘 알고 있던 박 부대표를 PEF 영역으로 이끌었다. 창업부터, 성장, 폐업까지 두루 경험한 풍부한 산업 분야 역량을 눈여겨봤기 때문이다. 박 부대표 2011년 케이스톤파트너스에 합류하며 인생 2막을 새롭게 시작했다.


◇투자 철학 : 동반 성장의 가능성 '핵심 키워드'

기업가로 12년을 살아온 박 부대표는 금융인과 다른 '선구안'을 지니고 있다. 기술력이 뛰어나지만 유동성 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곳, 성장 잠재력이 높지만 신규 자금이 없어 성장이 지체된 곳을 나름의 판단기준으로 선별한다. 오너가 진취적인 기업가 정신을 가지면서도 도덕성과 책임성을 겸비한 곳이어야 투자에 나선다.

이는 박 부대표가 단순히 투자한 자금을 시간에 맞춰 회수하는데 방점을 찍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투자기업과 동반성장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야 투자한다. 그는 "매도자가 같은 이익을 가져가도록 '윈윈'하는 구조를 짠다"며 "동반성장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으면 결국 더 좋은 성과를 낸다"고 말했다.

금융과 산업 분야를 모두 경험한 그는 투자 기업이 간지러워 하는 부분을 긁어주는 '해결사' 역할도 수행한다. 투자기업과 믿음을 공유하는만큼 상호신뢰속 밸류업 작업을 함께 진행한다. 이런 일이 가능하게 하려면 무엇보다 오너의 도덕성이 중요하다. 모럴 해저드가 없어야 사업 효율화와 신규 사업 개척을 순탄하게 할 수 있다.

초기 구조조정 기업 투자에 집중했지만 2호 블라인드 펀드부터 그로쓰 기업, 대기업과의 공통 투자에 나선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박 부대표가 딜소싱해 투자한 차량정비 서비스 플랫폼 카닥, NHN의 커머스 사업 자회사인 NHN고도 투자 건이 대표적이다.

◇트랙레코드 1 : 업계를 깜짝 놀라게 한 금호패기지 딜


박 부대표는 케이스톤파트너스에 합류한 후 곧바로 중책을 맡는다. 2012년 업계를 놀라게 한 금호아시아나그룹 알짜 자회사 3곳 인수에 참여했다. 케이스톤파트너스는 IBK증권PE와 함께 자금난을 겪던 금호그룹으로부터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 38%, 금호고속 지분 100%, 대우건설 지분 12%을 9500억원에 사들였다.

딜 자체는 부실채권 투자 경험이 많은 유 대표가 진두지휘했지만 밸류업과 엑시트에서는 박 부대표가 상당수 책임을 졌다. 10년마다 바꾸던 신차 교체주기를 9년으로 앞당기고, 2년간 200억원을 투입해 120여대의 차량을 우등고속버스로 교체했다.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부여해 근로의욕을 고취시키고 중국, 베트남 등 해외 투자도 늘렸다. 이런 개선 작업으로 금호고속은 2014년 역대 최대인 57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금호고속 엑시트 과정에서는 주축이었다. 막판 잡음이 있었지만 박 부대표가 금호고속 공동 대표이사로 올라 금호그룹 측에 성공적으로 재매각했다. 금호고속 투자로만 배당금을 포함해 6500억 가량의 수익을 올렸다. 금호패키지딜로 불린 이 투자건은 케이스톤파트너스가 중형 PEF로 도약하는 발판이었다.

◇트랙레코드 2 : 재기지원 통해 투자한 코스모그룹, 성과도 '잭팟'

코스모그룹 투자는 박 부대표를 비롯해 케이스톤파트너스의 투자 철학이 그대로 묻어 있다. 케이스톤은 2015년 7월 에스지프라이빗에쿼티(SG PE)와 함께 공동 운용한 재기지원 기업재무안정 PEF를 통해 코스모그룹에 투자했다. 코스모그룹은 당시 대규모 설비 투자로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었다.

케이스톤파트너스와 SG PE는 당시 박봉섭 상무와 임현성 본부장을 앞세워 코스모화학 개선 작업에 나섰다. 코스모화학의 인천 공장 부지와 본사 사옥, 계열사 마루망코리아 지분 등을 처분해 차입금을 줄이고 부실 사업부를 정리했다. 대신 주력사업인 2차전지 양극활물질 및 이형필름 사업의 수익성을 개선에 집중했다.

체질 개선에 성공한 코스모화학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개선됐다. 매출은 2016년 2865억원에서 2018년 6781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140억원 영업적자에서 60억원 흑자로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재무 주치의'로 정평난 두 PEF의 합작 프로젝트가 대성공을 거둔 것이다.

기업이 되살아나자 두 PEF는 원주인이던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에게 재매각했다. 코스모화학과 코스모앤컴퍼니에 총 770억원을 투자한 원금은 4년 후 매각 대금 1376억원으로 돌아왔다. 코스모그룹과 동반성장을 이뤄낸 대표적인 케이스다.

◇업계 평가 : "유머러스·꼼꼼함·재야 고수"

케이스톤파트너스 내에서 박 부대표는 유머러스하면서도 추진력이 강하다고 정평이 나있다. 여기에 12년 간 쌓아온 실물 현장 경험으로 금융계에서 쉽게 찾아보지 못할 '통찰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다만 외부에 알려지기 보다 묵묵히 업무를 수행하는 성품 탓에 '재야 고수'라는 타이틀도 있다.

대학시절부터 박 부대표를 옆에서 지켜본 유현갑 케이스톤파트너스 대표는 "성실성이나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그 누구보다 신뢰할 수 있다"며 "업무 측면에서도 실무경제에 밝기 때문에 딜 발굴이나 실질적인 회사의 밸류업에 강한 역량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밝은 이미지속에 꼼꼼한 투자 스타일도 갖추고 있다. 2호 블라인드펀드 투자를 총괄하고 있는 박 부대표는 일주일에 한 건 정도 투자 심의를 진행한다. 대략 50개의 투자 검토 기업 중 그의 눈높이를 충족하는 것은 10%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옥석을 가려내기 위해 다양한 각도로 투자 기업을 검토하고 적합한 구조를 짜기위해 많은 시간을 투여한다.

지난해 새롭게 합류한 산업통상자원부 출신 박영삼 부대표는 "일을 할 때 놓치는 바가 없으며 실질적으로 딜 검토나 투자기업 관리를 주도하고 있다"며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향후 계획 : 2호, 3호 블라인드펀드 투자 및 회수

박 부대표는 지난해 승진과 함께 케이스톤파트너스의 CIO(최고투자책임자)로 임명됐다. 투자의 전권을 부여받았다. 그는 현재 2017년 조성한 3470억원 규모의 2호 블라인드펀드의 총책임을 맡고 있다.

올해 2호 블라인드펀드의 드라이파우더(미소진물량)를 모두 소진하고 일부 포트폴리오는 엑시트 한다는 계획이다. 투자, 밸류업, 엑시트라는 '삼박자'를 속도감 있게 진행하겠다는 포부다.

조만간 조성될 3호 블라인드 펀드의 투자도 안정적으로 해나갈 계획이다. 이번 펀드 역시 앞선 펀드와 같이 성장성이 높은 기업에 투자할 방침이다. 박 부대표는 케이스톤파트너스의 투자 색깔을 다변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호 펀드에서 회생절차에 있던 C&S자산관리에 대한 투자가 전통적인 색깔이라면 카닥, 이브릿지 등 그로쓰 기업에 대한 투자는 새로운 영역이다. 여기에 NHN고도, LS알스코 공동 투자로 대기업의 신규산업 투자 파트너의 면모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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