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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00억 증자 한화운용, 해외 비즈니스 '본격화' 1500억원 미·중·싱 해외법인에 실탄…3000억 대체투자 운용사 인수자금

허인혜 기자공개 2020-03-02 07:59:38

이 기사는 2020년 03월 01일 08:43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자산운용이 한화생명의 유상증자 참여로 3월 말까지 자본규모를 5100억원 늘리기로 했다. 미국과 싱가포르, 중국 등 한화자산운용 해외법인에 15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하는 한편 3000억원은 해외 대체투자 자산운용사를 인수하기 위한 실탄으로 쌓아둘 예정이다.

대형 출자의 배경으로는 중국이 4월 1일 시행하는 외자 자산운용사 규제 완화가 거론된다. 한화자산운용은 2016년 중국 현지 법인을 세우고 중국 자산운용 시장 진출에 힘을 쏟았지만 외국인 지분 규제의 벽에 막혀 마음껏 날개를 펴지 못했다. 중국의 '빗장풀기' 호재는 한화자산운용의 중국 법인뿐 아니라 중국과 사업 체인을 구축한 싱가포르, 미국 현지 법인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자산운용은 운영자금과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 등을 마련하기 위해 보통주 1억200만주의 신주를 주당 5000원에 발행하기로 결정했다고 지난 28일 밝혔다. 한화생명이 신주 전체를 배정 받는다. 배정 기준일은 3월 13일이며 신주 청약 예정일은 내달 30일이다.

내달까지 유상증자 일정이 차근차근 진행된다면 한화자산운용의 규모는 자산운용업계 2위로 도약하게 된다. 2019년 말을 기준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자산 규모가 1조6466억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자산 규모가 5148억원이다. 한화자산운용의 지난해 말 자본금은 1998억원이지만 유상증자 후에는 7100억원으로 확대된다.

한화자산운용은 이번 유상증자로 확충된 5100억원을 해외 법인 운영자금과 해외 법인 인수자금으로 쪼개어 활용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미국과 중국, 싱가포르 현지 법인에 1500억원을 투입하고 해외 대체투자 자산운용사 등 대체투자 관련 금융사 인수를 위해 3000억원을 비축해 둘 예정이다.

한화자산운용의 대규모 증자 배경으로 중국의 '빗장풀기'가 꼽힌다. 현재까지 중국 내에서 자산운용업과 상품 선물, 생명보험과 증권 등의 금융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중국 업체와 합작사를 만드는 방식으로 진출해야 했다. 2017년부터 외자계 사모펀드 설립을 허용하면서 해외 자산운용사들이 중국 내 현지 법인을 세웠지만 사모펀드관리(Private Fund Management, PFM) 관련 규제가 까다로워 등록 허가를 쉽게 내주지 않았다.

한화자산운용은 2016년 중국에 '외자 독자회사(WFOE: Wholly Foreign Owned Enterprises)' 설립했다. 한화자산운용 100% 자회사로 토대는 튼튼하게 쌓았지만 외자 자산운용사로서 PFM 등록 허가가 떨어지지 않는 게 걸림돌이었다.

중국은 지난해 5월 금융 개방조치 발표를 시작으로 중국 금융투자업 진출의 성벽을 허물겠다고 선언했다. 하반기들어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가 2020년 4월 자산운용사에 대한 단독투자 출자 금지를 풀겠다고 공표했다. 100% 외국인 지분 자산운용사의 사모펀드 영업이 가능해진다는 이야기다. 100% 외국인 소유의 뮤추얼펀드 설립과 외국인의 중국 자산운용사 매입도 허용된다.

한화자산운용도 4월을 기점으로 오랜기간 기다려왔던 PFM 허가가 떨어지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사모펀드 판매 규제가 풀린 이후에는 중국 시장 내 공모펀드 출시까지 검토하고 있다.

중국 현지법인에는 한화투자증권 국제부와 다이와증권 국제부 출신의 차덕영 법인장을 필두로 현지인 애널리스트 등이 포진돼 있다. ZHOU Sheng 컴플라이언스 팀장은 베이징 현지 로펌 변호사에서 시작해 텐진부동산그룹 기업법률 고문과 ShenwanHongyuan 증권전략부, 천흥기금 컴플라이언스 등을 거친 베테랑이다. ZHENG Danming 리서치 팀장은 13년동안 리서치와 펀드운용 역량을 닦았다. 최근 출시한 차이나셀렉트헬스케어 펀드도 중국 현지법인과의 공조로 꾸려진 상품이다.

외자 자산운용사 영업규제가 해금되면 중국 내 한화자산운용 법인뿐 아니라 중국과 사업 체인을 형성해둔 미국과 싱가포르 내 한화자산운용 현지 법인도 활기를 띌 전망이다. 자금 투입도 중국에 집중하기 보다 미국과 싱가포르, 중국 현지법인에 고르게 분배하기로 했다.

한화자산운용은 2015년 싱가포르 법인을 시작으로 중국 천진법인(2016년), 미국 뉴욕법인(2017년), 베트남 사무소(2019년)을 차례로 열며 해외 진출의 길을 닦았다. 업력이 가장 오래된 싱가포르 법인은 2019년 국내에서는 최초로 싱가포르 현지 자산운용업 최상위 자격인 '리테일자산운용업' 투자자문 라이센스를 획득했다. 현지인을 대상으로 공모펀드 발행이 가능한 수준의 자격이다.


한화생명 중국 법인과의 시너지도 관전 포인트다. 중국은 외자 자산운용사 규제 완화에 앞서 지난 1월 1일 외자 보험사에게도 금융시장을 개방했다. 생명보험사가 자산운용사를 자회사로 두고 자사의 자금을 효율적으로 굴리는 비즈니스 모델을 중국에서도 적용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는 "보험사의 연평균 자산운용 수익률이 3~4% 수준이라면 자산운용사의 연평균 수익률은 9~10%"라며 "보험사의 자금이 자산운용사로 이동하면 보험업이 자산운용업의 높은 성장 모멘텀을 활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중국 규제 완화가 한화자산운용 해외 법인의 전환점이라면, 앞으로의 청사진은 대체투자다. 한화자산운용은 글로벌 대체투자 관련 금융사를 적극적으로 인수하며 아시아 탑 티어(top-tier) 자산운용사로 사세를 확장하겠다는 각오다.

한화자산운용은 2014년 대비 임직원을 2배(375명) 가량 확충했다. 해외 투자와 대체투자에 정통한 인물들을 대거 영입하며 글로벌 대체투자 사업의 밑그림을 그렸다는 평이다.

유상증자 금액 중 해외 현지 법인을 육성하고 남은 자금 3000억원은 대체투자 관련 해외 금융사 인수자금으로 비축한다. 인수 대상 금융사의 쇼트 리스트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한화자산운용은 대체투자의 영역을 부동산·인프라 등 좁은 규모의 대체투자를 포함해 해외 투자 등 보다 넓은 의미로까지 확대했다. 해외 대체투자 자산운용사는 물론 동남아 벤처캐피탈도 인수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화자산운용은 2020년 싱가포르 현지 법인을 통해 싱가포르 블록체인 업체인 아이스탁스(iSTOX)에 한화 58억원을 투자하며 새로운 투자 지평을 열었다. 2020년에는 베트남의 삼성으로 불리는 '빈 그룹'에 10억달러의 지분투자를 단행했다. 한화로 1조2100억원이 넘는 자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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