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 워치]코로나19, LG화학 조달 계획 영향주나배터리 분사·프리IPO 가능성 제기…산업 침체 경우 자금 조달 조건 악화
박기수 기자공개 2020-03-03 08:26:57
이 기사는 2020년 03월 02일 15: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0년은 LG화학에 상징적인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회사의 사활을 걸고 투자하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분사를 통해 단일 법인화하고,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서는 첫해가 올해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마주한 '코로나19'는 LG화학에 예상치 못한 암초가 됐다. 최고재무관리자(CFO)인 차동석 부사장(사진)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최근 LG화학은 4분기 실적발표회를 통해 올해 배터리 사업부의 매출 목표를 15조원으로 잡았다. 작년 매출이었던 8조4000억원보다 약 80% 이상 성장하겠다고 밝힌 셈이다. 2018년 매출이 6조5000억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급격한 성장을 약속한 해가 바로 올해다.
이를 위해 LG화학은 올해 7월까지 물적 분할을 통해 배터리 사업부를 100% 자회사로 만들 계획이다. 분사 후 배터리 법인은 기업 공개(IPO)나 프리IPO(Pre-IPO, 상장 전 지분투자) 등 대규모 자금을 유치할 계획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왜 암초인가
코로나19는 아직 국내 자본시장에 큰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게 업계의 공감대다. 한 신용평가사는 "코로나19로 인해 국내 기업들이 아직 자금 조달을 하는데 영향을 받는 상황은 아니다"면서 "LG화학은 코로나 영향권이었던 올해 초에도 정상적으로 회사채를 발행했다"고 밝혔다. LG화학은 지난달 초 약 9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한다고 밝혔던 바 있다. 원래 발행 액수는 5000억원이었는데 총 2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려 증액을 단행한 결과였다.
다만 우려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생산 중단 등 중대한 악재가 덮칠 경우 실적 악화로 인한 신용등급 하방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조달 비용 등이 이전보다 늘어날 수 있다.
한 신용평가사는 "석유화학 업계 부진으로 LG화학의 실적이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의 영향 등으로 실적이 더 악화할 경우 조달 비용 증가 등은 리스크 요인"이라고 밝혔다.
실제 LG화학은 석유화학업계의 다운사이클 진입과 에너지저장장치(ESS) 사고에 대한 충당금 책정 등으로 지난해 부진한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LG화학이 실적발표회를 통해 밝힌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률은 3.1%에 불과하다. 2017년(11.4%), 2018년(8%)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부진이다.
여기에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는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의 시선도 LG화학에는 찝찝한 상황이다. 지난해 말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는 LG화학의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내렸고, 지난달 무디스(Moody's)는 LG화학의 신용등급 및 선순위 무담보 채권등급을 A3에서 Baa1으로 하향 조정했다. 2017년 말 53.3%에 그쳤던 부채비율이 지난해 말에는 95.7%까지 상승하는 등, 향후 1~2년간 의미 있는 재무 개선이 어렵다고 평가한 데 따른 결과였다.
또 코로나19의 파장이 현재보다 훨씬 커질 경우, 프리IPO 등을 통한 글로벌 자본 유치 조건이 악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사업은 완성차 업체들의 상황과도 연계된다"라면서 "LG화학 내부 사정 외에도 코로나19로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 계획 등에 차질이 생기면 LG화학의 분사된 배터리 법인 역시 기업 가치 등에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선제적 자금 조달 딜레마…복잡해진 CFO 머릿속
LG화학은 아직 코로나19에 중대한 타격을 받지는 않았다. 다만 최근 4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Conference Call)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영향은 불가피하다"라며 "현지 석유화학 공장의 가동률을 일부 조정했다"고 밝히는 등 공장 가동 등에 영향이 있음을 인정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차동석 부사장이 기존에 짜놓은 자금 조달 전략에 수정을 가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의 파장이 자본시장까지 미치는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보다 선제적인 자금 조달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여기서도 딜레마가 있다. 자금 조달 비용에 큰 영향을 주는 금리가 올해 하락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1.25%로 동결한 가운데, 코로나19의 영향이 더욱 커져 경제 침체의 우려가 짙어질 경우 금리 인하책을 낼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시장 금리가 미래에 하락할 경우 지금 선제적으로 자금 조달을 하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 불리할 수 있다.
국내 뿐 만 아니라 코로나19가 팬더믹(Pandemic, 세계적 유행병)으로 번질 경우 국내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기준금리 역시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최근 미국 내 코로나 확산 여파로 다우지수가 한 주간 10% 이상 폭락하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경제 부양을 위해 적절하게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라며 대응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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