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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 아산 정주영 레거시]현대와 LG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20-03-05 04:00:53

이 기사는 2020년 03월 05일 04:0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산은 1983년 1월에 전자사업에 착수했다. 금성사, 삼성전자, 대우전자 3강 구도였던 전자산업에 진출한 것이다. 주로 반도체를 염두에 두었다. 1949년에 설립되었던 국도건설을 인수해서 현대전자산업으로 이름을 바꾼다. 국도건설은 경기도 이천에 약 30만 평의 땅을 가지고 있던 회사다. 현대전자는 1985년에 256Kb D램을 개발, 생산하면서 반도체 기업이 되었다. 1996년에 상장회사가 되었다.

아산이 전자산업에 진출한 것은 현대의 사업구조를 중후장대에서 다른 방향으로 전환해야 할 필요성 때문이었다. 중공업을 대체할 새로운 수출 주도산업이 필요했고 중화학 부문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라도 전자산업이 필요했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한다. 아산은 특히 자동차산업의 전자화를 내다보았다. 자동차가 PC와 함께 최대의 반도체 수요처가 되어가고 있었기도 했다(이 땅에 태어나서, 292~293).

그러나 1995년에 국내 10대 제조업체 반열에 올랐던 현대전자는 1997년 외환위기에서 좌초하고 만다. 현대전자는 IMF체제에서 진행된 ’빅딜‘의 일환으로 1999년에 LG반도체를 인수했는데 LG반도체는 현대반도체로 사명을 바꾼 다음 바로 현대전자에 흡수합병되었다. 그러나 반도체사업이 유발하는 과도한 투자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막대한 부채 때문에 곧 휘청거리게 되었던 것이다.

2000년 3월, 현대그룹이 경영권포기각서를 내고 정몽헌 회장이 퇴진한 후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되었다. 2001년에 메모리를 제외한 모든 사업을 35개 회사로 분리한 후 하이닉스반도체로 이름이 바뀌고 현대그룹에서도 분리되었다. 2002년 6월 최대주주가 현대상선에서 한국외환은행으로 변경되어 채권금융기관들이 대주주가 되었다. 2003년 3월에 무려 21대 1의 감자가 단행되었다. 그런데 바로 다음 해인 2004년에 창사 이래 최대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경영이 정상화되었다.

2012년 2월, 3조4267억 원에 SK텔레콤이 하이닉스를 인수하면서 같은 해 3월 SK하이닉스가 되었다. 이제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에 이어 시가총액 2위 회사다.

LG그룹의 고 구자경(1925~2019) 명예회장은 월간조선(2003년 2월호)과의 인터뷰에서 “하이닉스가 LG반도체를 인수하고 나서 일 년 반 동안에 하이닉스 자체에서 반도체를 개발해 수출한 적이 한 건도 없다. 하이닉스는 순전히 우리 것을 수출했고, 그걸로 재미를 봤다.. (LG반도체) 한 주에 적어도 2만5000원은 받아야 되는 건데 2만1000원에 팔았으니까 뺏긴 셈"이라고 다소 섭섭한 말을 한 적이 있다.

당시 구자경 명예회장은 끝까지 저항했지만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압박하고 은행 신규대출을 모두 끊어버리자 결국 포기했다. 현대에서 받은 매각대금으로 데이콤을 인수하고 LG화재그룹을 분리시켰다. 빅딜을 주도했던 전경련에서는 그때 사실상 탈퇴해버렸다.

그러나 아산과 구자경 명예회장은 가까운 사이였다. 열 살이라는 나이 차이도 문제가 안되었다. 구자경 명예회장이 서산 간척지 공사 현장을 찾은 적도 있는데 당시 찍은 사진이 LG의 구광모 회장에게 전달되기도 했다고 한다.

구 명예회장은 자신이 아산과 가까웠던 것은 아산의 사무실(현대 계동사옥)이 자신이 살던 원서동 집 바로 건너편이었던 지리적 이유도 있었지만 처음 전경련 모임에 참석했을 때부터 가장 젊은 축에 속했던 아산과 자연스럽게 친해졌던 것이라고 한 적이 있다.

아산이 10년간 봉직했던 전경련 회장직을 이어받은 사람도 구자경 당시 럭키금성그룹 회장이었다. 아산이 4연임을 시작하면서 미리 점찍었다고 한다. 전두환 정부가 만들었던 일해재단 이사장직도 아산은 구자경 명예회장에게 인계하려고 했었다(327). 현대패밀리와 LG패밀리는 사돈지간이기도 하다. 아산의 손자와 고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손녀가 결혼했다.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는 차세대 전기차 분야에서 LG화학과 동행한다.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다. 2010년에 현대모비스는 LG화학과 합작으로 친환경 자동차용 리튬 배터리를 공동연구, 생산, 판매하는 회사를 설립했다. 회사 이름이 ‘HL그린파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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