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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경영권 분쟁]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리베이트 의혹 영향은위법 행위에 엄격한 잣대, 현재는 '의혹'으로만 머물러

박상희 기자공개 2020-03-10 08:28:45

이 기사는 2020년 03월 09일 13: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경영권 분쟁에 휩싸인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가 약 3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민연금이 한진칼에 대한 의결권을 직접 행사하기로 했다. 얼마 전까지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경영권 싸움으로 치부됐던 분쟁이 '리베이트 의혹' 논란으로 번지면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향방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국민연금이 한진그룹 계열사(한진칼, 대한항공 등) 주총에서 주주권 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것은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각종 갑질 및 밀수·탈세 혐의 수사가 발단이 됐다. 국민연금은 오너일가를 비롯한 경영진 위법 행위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경향이 있다. 이번에 불거진 리베이트 의혹이 향후 법적으로 어떤 양상으로 전개되느냐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결정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는 지난 6일 제5차 회의를 열고 한진칼에 대한 의결권을 위탁 운용사에서 회수해 직접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국민연금이 보유하고 있는 한진칼 지분(2.9%)은 모두 위탁 운용사를 통해 운용되고 있다. 국민연금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가 지난해 11월 의결한 '위탁운용사 의결권 행사 위임 가이드라인'에 따른 조치다. 위탁운용사를 통해 지분 전량을 보유한 종목에 대해 국민연금은 원칙적으로 해당 운용사들에 의결권 행사를 위임하도록 돼 있다.

다만 △중점관리 사안 △예상하지 못한 우려 사안이 발생한 주주총회 안건 등에 대해선 의결권 위임을 하지 않을 수 있게 예외를 뒀다. 수탁위가 직접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했다는 점은 예외 사안에 한진칼이 해당한다는 의미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된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 적극적으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 주주제안을 통해 한진칼 정관 변경에 나서는 등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했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이사가 이 회사 또는 자회사와 관련해 배임 횡령죄로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가 확정된 때에는 즉시 이사직을 상실한다'는 내용의 주주제안을 했다. 여기에는 '이 조항에 해당하는 자는 형의 선고가 확정된 때로부터 3년간 이 회사의 이사로 선임될 수 없다'는 내용도 담겼다.

한진칼에 대한 국민연금의 지분율도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지난해 한진칼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행사했던 의결권은 6.7% 가량이었다. 올해 의결권은 지난해 말 주주명부 폐쇄 기준 2.9%에 불과하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주주연합(3자연합, KCGI·조현아·반도건설) 세력 간 표 대결로 굳어진 한진칼 주총에서 국민연금은 의결권 직접 행사 결정으로 캐스팅 보트(casting vote)역할을 하게 됐다.

공교롭게도 국민연금이 의결권 직접 행사를 결정한 때는 대한항공의 리베이트 의혹이 터진 시기와 겹친다. 리베이트 의혹은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출신 민생당 채이배 의원이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한 발언이 발단이 됐다. 채 의원은 "파리고등법원 판결문에 에어버스가 대한항공 등에 항공기를 납품하고 리베이트를 줬다는 내용이 명시됐다"고 주장했다.

3자연합은 같은 날 '대한항공 리베이트 수수 의혹에 대한 한진칼 주주연합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어 국민연금 수탁위가 한진칼 의결권 직접 행사를 결정한 6일, 3자연합은 입장문을 내고 '조 회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한항공은 이에 대해 "위법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2018년 총 18차례에 걸쳐 고강도 조사를 받았지만 항공기 리베이트 위법 사실은 단 1건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 "해당 사건은 조원태 회장이 입사하기 전에 벌어졌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해당 논란과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해당 사건은 아직까진 의혹 단계에 머물러 있다. 다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수사 가능한지 검토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향후 어떤 흐름으로 전개될지 예단할 수 없다.

3자연합을 대리하고 있는 태평양 관계자는 "주주연합이 대한항공의 리베이트 의혹과 관련해 국내에서 어떤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3자연합 측은 리베이트 의혹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경우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국민연금이 대한항공 주총에서 고 조양호 회장 재선임 안건에 반대했던 이유도 270억 원 규모의 배임·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게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진칼 정관 변경도 사실상 고 조 회장을 노린 것이었다. 정관 변경안이 통과되고, 조 회장이 재판에서 형이 확정될 경우 대한항공에 이어 한진칼에서도 이사직을 상실할 수 있었다. 다만 해당 안건은 주총에서 통과되지 않았다.

재계 관계자는 "리베이트 의혹이 불거지기 전까지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은 기본적으로 오너일가 집안싸움처럼 보여졌다"면서 "경영진의 리베이트 의혹에 조 회장 등 현 경영진이 관련돼 있다면 국민연금이 보다 민감하게 사안을 챙길 것으로 보여 주총 양상이 다르게 전개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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