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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 아산 정주영 레거시]정의선의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20-03-09 17:24:43

이 기사는 2020년 03월 09일 17:2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산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이어 현대차의 미래를 짊어질 사람은 정의선 수석부회장이다. 자동차는 그 영혼이 ‘기계’적이라고 했는데 이제 디지털 디바이스로 변신 중이고 현대차는 기존 사업을 다음 시대에 적응시키면서 꾸준히 성장시키는 것을 넘어서 디지털 혁신을 성취해야 한다.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Smart Mobility Solution Provider)의 실현이다. 미래의 현대차는 지능형 모빌리티 제품과 지능형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이 된다고 한다.

정 부회장은 우선 실리콘 밸리 캐주얼한 점이 특징이다. 한 살 차이인 다임러의 새 수장 올라 칼레니우스와 스타일이 비슷하다. 물론, 그 점은 시작에 불과하다. 정 부회장은 겸손하고 나이스하며 젊은 직원들과 격의 없이 소통한다. 그러나 의사결정은 신속, 단호하고 특히 인사 문제에는 매우 냉철하다. 장손이기 때문에 아산이 특별히 아꼈고 청운동 집에서 같이 생활도 했어서 그런지 부친은 물론이고 조부 아산을 닮은 느낌을 준다. 아산도 손자 정 부회장에게 기대가 컸었다고 한다.

선대의 DNA를 물려받은 데 더해 3세대 답게 임직원, 사회와 세련되게 소통하는 데도 노력을 기울인다. SNS에 친한 것은 물론이다. 애플, 구글 같은 실리콘 밸리 테크기업 경영자 모습도 자주 보인다. 임직원들에게도 하나의 거대한 조직의 단순한 일원이 아니라 ‘스타트업의 창업가’와 같은 마인드로 창의적 사고와 도전적 실행을 당부한다. 수평적 소통과 개개인의 다양한 개성과 역량이 어우러지는 조직문화를 지향한다.

정의선 부회장은 자신이 경영책임을 맡은 회사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회사 일과 회사 사람들을 좋아하고 회사 경영에 대한 의지와 책임감이 강하다. 그 의지와 책임감은 주어진 것을 충실히 받아들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내부에서 발현되는 열정적인 진심이다. 주주와 임직원, 그리고 사회가 한국 대표 기업의 차세대 경영자에게 그보다 더 바랄 일은 없을 것이다.

정 부회장은 무엇보다도 자신의 회사가 만드는 물건인 자동차를 매우 좋아한다. 개발 중이던 차를 직접 시운전하면서 서킷에서 250km를 달렸다는 얘기도 전해진다(필자는 독일 아우토반에서 고작 143km로 달려 본 것이 최고기록이다). 경영학을 공부했지만 제다이 마스터급 포스의 엔지니어인 부친을 따라 기술에도 천착한다.

정 부회장은 2005년부터 기아자동차 CEO를 맡았다. 모하비와 ‘K시리즈’가 대표작이고 ‘디자인 경영’이 홀마크다. ‘아우디TT’와 폭스바겐 ‘뉴비틀’로 잘 알려진 피터 슈라이어를 직접 나서서 최고디자인책임자(CDO)로 영입했다. CEO 취임 후 회사를 바로 흑자전환시켰고 2009년 기아차의 시장점유율은 국내 29.4%, 해외 2.6%로 상승했다. 기아차는 현대차의 단순한 ‘아우’가 아닌 독자적인 개성과 존재감을 갖추었다. 기아차의 성공으로 정 부회장의 경영능력은 일찌감치 입증되었기 때문에 향후 스마트 모빌리티 플랫폼 회사로의 변신을 어떻게 이끌지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르노-닛산 제휴를 설계하고 닛산을 살려냈던 카를로스 곤 전 회장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2020년 3월 3일자) “현대차 경영진은 수완이 좋다. 늘 배우고 책을 읽고 시장의 흐름을 보고 벤치마킹을 잘한다. 그리고 사람을 잘 데려다 쓴다"고 했다. 여기서 현대차 경영진이란 정 부회장을 말한다.

”사람을 잘 데려다 쓴다“고 한 대목이 특히 눈에 띈다. 곤은 보통 내공의 사람이 아니다. 정 부회장의 강점을 바로 알아본 것이다. 기아차 때 슈라이어 발탁과 곤의 측근으로 한때 닛산의 차기 CEO로 거론됐던 호세 무뇨스의 글로벌최고운영책임자(COO) 영입을 말한 것이다. 현대차는 최근에 도심용 항공 모빌리티(UAM) 신설 사업부 총괄 부사장에 NASA 30년 경력의 신재원 박사를 영입하기도 했다. 각 사 이사회에도 글로벌 인재들이 속속 합류하고 있다.

곤이 ”늘 배우고 책을 읽는다“고 한 대목은 정 부회장이 2019년 초에 피터 드러커(1909~2005)의 책 ‘최고의 질문’(The Five Most Important Questions, 2008)을 임직원들에게 선물하고 열공시켰던 일을 떠오르게 한다. 유작 ‘최고의 질문’에서 드러커는 고객가치를 강조한 것으로 유명하다. 정 부회장의 2020년 사내 신년사에서도 묻어나온다.

”모든 변화와 혁신의 노력은 최종적으로 바로 "고객"을 위한 것임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회사의 성장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의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의 행복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추구하는 진정한 기업가치이며 자산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기업의 활동은 고객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하며, 고객과 함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특히, 새로운 시대의 주축이 되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와 같이 새롭고 다양한 고객들에 대해서는 더욱 깊은 이해와 공감이 필요합니다.“

아산은 쏘나타가 나온지 3년째였던 1991년에 펴낸 첫 번째 회고록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에서 “세계 제일의 자동차를 만들겠다”고 다짐한다(274~278): “나의 목표는 성능면에서 세계 제일의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다. 이 목표는 반드시 달성할 수 있다.. 훌륭하고 우수한 이들의 능력과 헌신에 힘입어 머지않아 한국의 자동차, 우리의 자동차 부품이 세계 시장을 휩쓰는 날이 반드시 온다고 나는 확신한다.” 아산의 이 확신은 이제 현실이 되어있다.

구글의 에릭 슈미트와 조나선 로젠버그는 혁신을 ‘새로운 큰 거 한 방’(Next Big Thing)이라고 부른다. 혁신은 새로운 기능성을 내포해야 하고 ‘과격한’ 유용성을 구현해야 한다고 한다. 2007년 6월 29일에 처음 세상에 나왔던 아이폰은 혁신이다. 책을 눕히지 않고 세워서 보관하는 혁신이 도서관을 진화시켰고 재봉틀 회사 싱어가 처음 도입했던 할부판매는 역사상 가장 큰 금융혁신이다.

아산과 정몽구 회장은 각자 시대 기준의 혁신 아이콘이다. 두 인물이 새로운 뭔가를 세상에 처음 만들어 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새로운 기능과 과격한 유용성을 이 땅에서 유의미한 규모와 수준으로 새로 시작하고 발전시킨 것은 맞다. 넓은 의미에서 구글이 말하는 혁신과 맞닿는다. 구글은 검색엔진 분야에서 매년 500개 정도의 개선을 성취하는데 그것들이 모여서 혁신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현대차의 역사도 개선의 부단한 축적을 통한 혁신의 역사였다.

선대의 혁신 리더십이 그 DNA를 정의선 부회장에 그대로 내장한 채 현대차가 새 시대와 미래에 맞는 스마트 모빌리티의 모습으로 변신과 업그레이드에 성공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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