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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물 하우스 양극화]서비스 품질 저하 불가피…시장 대응력 한계④건전 경쟁 저해, 조달 차별화 요원…하우스별 특화 역량, 활용 제한

피혜림 기자공개 2020-03-16 13:3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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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물 시장 내 외국계 하우스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주관사 맨데이트를 겨냥한 글로벌 IB들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상위사의 시장 점유율은 나날이 솟구치고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와 개별 하우스만의 특색을 강조한 글로벌 IB들이 꾸준히 한국물 시장에 진입하고 있지만 도리어 기존 하우스들의 독식 체제는 견고해지는 모습이다. 높아진 진입장벽 속에서 글로벌 IB들의 활동성은 물론 한국물 시장의 다양성은 희미해지고 있다.

이 기사는 2020년 03월 12일 07:07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시장지배력을 중심으로 한 하우스 과점 현상이 견고해질 수록 발행시장 내 제약은 더욱 커지고 있다. 양극화 현상 속에서 주관사 선정에 대한 신뢰가 깨진 탓에 이슈어들은 더욱 리그테이블 상위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정성적 기준이 공정성의 도마 위에 오르자 정량적인 수치에 매몰되고 있다. 개별 하우스의 경쟁력이 후순위로 밀려나자 하우스간 경쟁 질서는 붕괴되고 있다.

건전한 경쟁 기반의 부재는 이슈어들이 제공받는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진다. 후발주자들의 경우 트랙 레코드를 보완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개별 하우스의 기반이 되는 지역 내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는 점도 플러스 요소다. 하지만 대형 하우스의 독주로 후발주자들이 힘을 잃자 한국물 시장은 이같은 강점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시장 트렌드에 빠르게 대처할 수 없다는 점 역시 한계다. 최근 한국물 시장에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채권과 신종자본증권(영구채), 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커버드본드) 등 새로운 유형의 채권이 등장하고 있다. 리보(Libor)로 대표되던 변동금리 지표가 바뀌는 등 글로벌 채권시장 변화 역시 거세다. 상위사 중심의 재편 속에서는 각종 트렌드에 특화된 하우스를 활용할 여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발행사-하우스간 주객 전도, 부가 서비스 역량 저하

한국물 시장에서 글로벌 하우스간 경쟁 체제가 무너지고 있다. 트랙 레코드와 리그테이블 순위 등이 주관사 선정의 절대 지표로 부상하자 발행사가 택할 수 있는 하우스의 폭은 좁아지고 있다. 순위권 하우스의 독주로 주관사 지위를 두고 벌이는 경쟁 체제가 완화되자 이슈어에게 제공되는 서비스 품질 역시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통상적으로 이슈어들은 한국물 주관사 선정 시 트랙 레코드와 세일즈 역량 등의 딜 수행능력은 물론 기업에 대한 기여도 등을 평가한다. 개별 하우스들이 이슈어의 외화 사모채 발행을 돕는 것은 물론 주기적으로 외화채 시장 상황 등을 업데이트 하는 이유다.

정성적인 부분이 반영된 만큼 이슈어가 제공받을 수 있는 부가 서비스 역시 다양해졌다. 트랙 레코드 등이 미미한 후발 하우스들의 경우 외화 유동성 지원 및 각종 자문 서비스로 기여도를 높이고자 나서기 때문이다. 각국 하우스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조달 라인 확보로 자금 안정성 역시 높일 수 있다.

하지만 하우스 양극화 현상으로 주요 평가 기준이었던 정성 지표의 비중은 줄어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대형 하우스는 리그테이블 순위 등을 앞세워 일부 딜에서 담합적인 영업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며 "정량적인 지표를 제시하지 못할 경우 공정하지 못하다는 논란에 휩싸일 수 있어 이들의 요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글로벌 트렌드 변화 '속도'…한국물 대응은 '역행'

상위사 중심의 과점 현상은 글로벌 채권시장 변화에 대한 대응력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하우스는 대외 채권시장 트렌드를 파악하고 국내 이슈어에게 전달하는 중개역할을 도맡고 있다.

글로벌 시장 내 상품이 다양해지자 각각의 형태에 대응할 수 있는 하우스 범위는 줄어들고 있다. 실제로 커버드본드의 경우 구조화금융 역량이 필수적이지만 해당 조직을 갖춘 곳은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과 BNP파리바, 싱가포르개발은행(DBS) 홍콩팀이 유일하다. 이중 구조화금융팀 내 한국인이 있는 곳은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과 DBS가 유일하다. 하지만 DBS의 경우 한국물 후발주자라는 점에서 트랙레코드 등의 한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실정이다.

한국물 시장의 대세로 자리잡은 ESG채권 발행에서도 이같은 한계는 두드러졌다. 2013년 한국수출입은행이 아시아 최초의 달러 그린본드(green bond)를 발행했을 당시 노르웨이계 SEB가 주관사로 활약했다. SEB의 경우 한국물 주관 이력은 없으나 ESG채권에 대한 글로벌 신인도가 높다.

소수 글로벌 하우스 중심의 한국물 시장이 트렌드 변화가 빠른 글로벌 환경에 대응하는 하기에 부적합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날로 진화하는 글로벌 금융상품 시장에서 국내 발행사가 다양한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하우스가 활약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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