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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워치]현대종합상사 '3147억'의 미스터리, 알고보니 부동산펀드부동산 우선매수권 두고 엇갈린 평가…감사인 교체 영향 미친 듯

김성진 기자공개 2020-03-16 08:26:17

이 기사는 2020년 03월 13일 09: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종합상사가 지난 11일 '매출액 또는 손익구조 30%(대규모 법인은 15%) 이상 변경'에 대한 기재정정 공시를 냈다. 기재정정 공시는 앞서 공시했던 내용에 실수가 있거나 변화가 발생하는 경우 이를 바로 잡고 최신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진다.

특히 연간 실적이 나온 이후 기재정정 공시를 하는 업체들이 많다. 자체적으로 집계한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의 수치가 감사법인이 감사를 통해 살펴본 내용과 소폭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경우 해당 업체는 외부감사인의 감사 조정사항을 반영한 결과를 시장과 주주들을 위해 다시 공시한다.

이번 정정공시를 통해서도 손익계산서 상 소폭의 수정이 이뤄졌다. 정정 후 매출액은 4조2634억원으로 정정 전과 비교해 1.65% 줄었으며, 영업이익은 0.03% 줄어든 435억원으로 새롭게 집계됐다. 법인세차감전순이익과 당기순이익은 167억원, 164억원으로 각각 수정을 통해 38.5%, 38.6% 씩 줄었다. 매출액과 영업손익 규모는 사실상 거의 변화가 없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재무현황의 변화였다. 현대종합상사의 부채총계는 1조1028억원으로 정정 전 7880억원과 비교해 무려 3149억원이나 증가했다. 비율로 따지면 40% 늘어난 수준이다. 갑작스레 발생한 부채 3149억원 탓에 부채비율이 248.5%에서 322.7%로 74.2% 포인트 뛰었다.

그렇다면 부채 3149억원은 갑자기 어디서 생겨났을까. 단순 회계 실수일까 아니면 감사인(삼일회계법인)의 과도한 보수적 판단 때문일까. 매출액이나 영업이익 등 손익계산서 상의 변화는 종종 발생하지만 부채비율을 74%포인트나 상승시키는 부채의 증가는 결코 흔한 일이 아니다. 단순 오류라기보다는 보유자산을 두고 현대종합상사와 감사인의 해석이 완전히 달랐던 탓으로 분석된다.

해석이 엇갈렸던 부분은 바로 현대종합상사가 보유한 부동산 펀드였다. 현대종합상사는 지난해 6월 '한강 국내 전문 투자형 사모 부동산 투자신탁 13호'라는 이름의 부동산 펀드를 사들였다. 투자대상은 '서소문 5지구 신축 오피스 빌딩 매입펀드의 2종 수익증권'으로 당시 공시 내용을 보면 투자목적은 '임대수익 및 매각이익 창출'이라고 적혀있다.

현대종합상사가 투자한 금액은 300억원으로 최대 투자자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현대종합상사는 스스로 펀드의 경영권을 소유했다고 판단하지 않았고, 단순 지분 투자자로서 펀드가 소유한 투자 부동산의 자산 또한 지분율 만큼만 재무제표에 반영했다.

그러나 반대로 삼일회계법인은 펀드의 소유권이 현대종합상사에게 귀속된다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펀드가 소유한 부동산의 자산 전체를 재무에 100% 반영했고 그 결과 3149억원의 부채가 갑작스레 발생했다.

삼일회계법인이 부동산 펀드를 현대종합상사에 종속시킨 근거는 바로 우선매수청구권이었다. 현대종합상사는 부동산 펀드의 최대 투자자자는 아니었지만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어 향후 펀드 운영이 끝난 이후 부동산을 우선적으로 사들일 권리가 있다.


재무를 총괄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 입장에서는 상당히 난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관측된다. 임대수익을 목적으로 300억원을 투자했더니 3000억원대의 부채가 따라 붙었기 때문이다. 물론 차입금을 끌어오는 등 실제 부채가 증가한 것이 아닌 회계상의 변화일 뿐이긴 하지만 표면적인 재무지표 악화는 쉽게 무시하기 어렵다.

현재 현대종합상사의 재무는 김정식 재경실장(상무)이 2018년부터 책임지고 있다. 김 상무는 1965년생으로 창원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2016년 상무보 승진을 통해 임원에 올랐으며 재경팀장, 법인지사관리 및 재정담당중역 등을 거쳤다.

회계법인과의 의견 교환, 정정 공시 등의 작업 때문에 현대종합상사 재무라인은 최근 진땀을 흘렸던 것으로 보인다. 회계법인의 해석과 판단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이유도 있고 부동산 펀드의 회계처리와 관련한 타사 사례 등을 종합비교해 보아야 했던 이유도 있다.

삼일회계법인이 엄격하고 보수적인 잣대를 들이댄 배경으로는 지정감사제 도입에 따른 감사인 교체 탓도 있었다. 지난해까지 현대종합상사의 감사는 삼일회계법인이 맡아왔지만 올해부터 한영회계법인이 감사를 맡는다. 감사 계약을 종료하는 회계법인들은 혹시나 발생할지 모를 회계 논란 때문에 문제가 될 소지를 아예 없애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근 재계에서 자주 목격되는 광경이다. 재계 한 재무부서 관계자는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회계원칙을 적용하려 하는 회계법인들이 많다"고 털어놨다.

현대종합상사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펀드를 지배할 의사는 없지만 제3자가 봤을 때는 현대종합상사가 펀드의 주인에 가장 가깝다고 판단했다"며 "지정감사제 도입에 따른 감사인 교체 탓에 회계법인이 보수적으로 접근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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