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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경영권 분쟁]마지막 방어전 나서는 한진칼, 법원 판단 '주목'주주연합, 대한항공 자가보험 등 3.8% 무력화 시도

유수진 기자공개 2020-03-17 09:20:15

이 기사는 2020년 03월 16일 12: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이 치열한 표대결이 예상되는 정기 주주총회를 열흘 앞두고 마지막 방어전에 나선다. 목표는 대한항공 자가보험 등이 갖고 있는 지분 3.8%의 의결권을 지키는 것이다. KCGI 등 주주연합은 해당 지분을 무력화 시키기 위해 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

재계는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이 속속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연임안에 대해 찬성을 권고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진칼이 승기를 굳힐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법원은 대한항공 자가보험 등의 의결권 행사 가능 여부에 대해 조만간 최종 결정을 내린다. 이들의 지분율은 3.8%로 그간 '캐스팅 보터'로 언급돼 온 국민연금(2.9%)보다 높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KCGI가 한진칼을 상대로 신청한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에 대한 심문이 진행된다. 양 측 법률대리인들은 대한항공 자가보험 등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3.8%의 의결권 행사 자격을 놓고 치열한 논리 다툼을 벌인다. 한진칼 관계자는 "오늘이 심문기일"이라며 "어찌될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KCGI는 지난 11일 대한항공 자가보험과 사우회, 우리사주조합 등이 보유하고 있는 한진칼 지분 224만1629주(3.8%)에 대해 의결권 행사를 금지해달라고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양측의 우호지분율이 막상막하인 상황에서 조 회장 측으로 분류되는 지분의 의결권 행사 저지에 나선 것이다.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한진칼 주주연합(KCGI, 조현아, 반도건설)은 이들이 사실상 조 회장의 특수관계인이라는 점을 근거로 내세워 의결권 금지를 요구하고 있다. 조 회장이 그동안 이들 보유 지분에 대해 대량보유변동보고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을 어겼다는 주장이다.

주주연합은 대한항공이 이들 단체들에 자금을 출연한 데다 대한항공 특정 임직원이 자가보험 소유의 주식을 개인 명의로 보유하고 있는 만큼 사실상 조 회장의 영향력 행사 범위에 포함되는 단체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이들을 특수관계인으로 묶어 주식보유상황을 공시했었어야 한다는 논리다. 특히 이들이 구성원 개개인의 의사를 묻지 않고 일괄적으로 조 회장과 공동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합의했다는 점도 문제삼고 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한항공 자가보험(2.47%)은 임직원들이 한진칼 주총 안건에 대한 찬반 여부를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안건별 찬반 의견을 받은 후 비중에 맞춰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한 것이다. 자가보험 측은 오는 20일까지 임직원 대상 투표를 진행할 방침이다. 그러나 주주연합은 가처분 신청을 철회할 의사가 없다. 주주연합 관계자는 “가처분은 그것(자가보험 측의 조치)과 상관없이 그대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항공업계에서는 주주연합이 이번 가처분 신청을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추진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대한항공 직원들이 일찌감치 조 회장에 대한 지지를 공개 선언한 만큼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주주연합 입장에선 잃는 게 없기 때문이다. 법원이 한진칼 손을 들어주면 '본전'이고 주주연합을 택하면 조 회장의 우호지분이 줄어든다.

다만 법원이 가처분을 기각하면 주총 전 주주연합이 반전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건설(8.2%)의 의결권을 보장해달라고 낸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이 받아들여진다 하더라도 기존 지분싸움에서 마이너스(-)가 아닐 뿐 플러스(+)가 되진 않는다. 따라서 한진칼이 이번에 방어전만 잘 치르면 사실상 승리를 가져가게 될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조 회장은 최근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이 잇따라 연임에 힘을 실어주며 상당히 자신감을 회복한 상태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은 물론 외국인이나 개인 등의 의결권 행사 방향을 정할 때 이들의 권고를 참고하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최근 회원사에 보낸 한진칼 주주총회 의안 분석 보고서에서 조 회장의 이사 선임안에 대해 찬성을 권고했다. 국민연금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에 이어 ISS까지 조 회장의 재선임에 찬성을 권고하며 조 회장쪽으로 분위기가 확 기울었다. ISS는 "조 회장이 회사 경영에 도움이 되는 경험과 전문성을 갖췄다"고 찬성 권고 이유를 밝혔다.

특히 ISS는 지난해 조양호 전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안에 반대를 권고했던 자문사다.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 연임안에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ISS는 석 대표의 재선임 반대 권고 이유로 조 전 회장에 대한 견제 부실을 들었다. ISS는 “회사의 지배구조 개선이나 신의성실 의무에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 사람(조 전 회장)을 견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랬던 자문사들이 올해는 조 회장의 연임안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며 국민연금(2.9%)은 물론, 기타 주주들의 표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주총에 임박해 조 회장 쪽으로 승기가 기우는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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