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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물 하우스 양극화]지나친 현지화, 글로벌 감각 도태…독점화 뚜렷⑤코리아데스크 부재, 국내외 균형 붕괴…영업 기반 재편, 조달창구 축소

피혜림 기자공개 2020-03-18 15:20:05

[편집자주]

한국물 시장 내 외국계 하우스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주관사 맨데이트를 겨냥한 글로벌 IB들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상위사의 시장 점유율은 나날이 솟구치고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와 개별 하우스만의 특색을 강조한 글로벌 IB들이 꾸준히 한국물 시장에 진입하고 있지만 도리어 기존 하우스들의 독식 체제는 견고해지는 모습이다. 높아진 진입장벽 속에서 글로벌 IB들의 활동성은 물론 한국물 시장의 다양성은 희미해지고 있다.

이 기사는 2020년 03월 17일 06:5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물(Korean Paper) 시장 내 하우스 과점 체제는 2010년 중반부터 모습을 갖춰나갔다. 수익성 저하 등을 이유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한국물 부채자본시장(DCM) 인력 감축에 나선 시기였다. 홍콩 등에 있던 코리아 데스크(Korea Desk)의 역외 인력이 국내로 자리를 옮겼다. 글로벌 하우스들의 한국 현지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국내에 진용을 갖춘 글로벌 하우스들은 발행사와 접점을 늘리는 등 공격적인 영업에 나섰다. 비용 절감을 최우선으로 제시하는 국내 이슈어들의 요구 속에서 수익성 저하세는 더욱 빨라졌다. 글로벌 시장과 이슈어 간 가교 역할을 담당해야 할 하우스들은 발행금리를 낮춰 제시하는 데 집중했다. 지나친 현지화로 글로벌 하우스들이 우물안 개구리가 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한국물 시장의 진입장벽은 높아졌다. 상위 하우스들이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는 과정 속에서 한국물을 바라보는 국외와 국내간 시각차는 더욱 커졌다. 국제 금융시장을 향해야 할 한국물이 국내에 매몰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코리아 데스크 급감, 한국에 갇힌 한국물

2012년 한국물 시장은 유례 없는 활황 장세를 구가했다. 한국물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시장의 중심에서 밀려난 미국과 유럽 채권을 대신해 높은 인기를 누렸다. 2012년 한 해 발행량은 더벨 리그테이블 집계(2009년) 이래 최고치인 322억달러에 달했다.

넘치는 인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이듬해 한국의 지정학적 리스크 부상과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의 양적 완화 축소 기조 등으로 투심은 빠르게 위축됐다. 이후 한국물 시장은 연간 250달러 내외 규모의 시장으로 자리를 잡았다. 국내 이슈어들의 수수료율 깎기 혹은 비용 전가 등의 관행으로 글로벌 IB의 수익성은 더욱 악화됐다.


글로벌 IB 진출 전략에서 한국이 밀려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2010년 중반을 기점으로 주요 하우스는 인력 정비에 나섰다. 코리아 데스크로 활약했던 인력들은 국내 DCM 뱅커로 자리를 옮기거나 하우스를 떠났다. 한국 기관의 해외채 발행 주관은 초대형사들이 국내 기업 고객과의 관계 유지를 위해 박한 수수료율을 감수하고 명맥을 유지하는 업무로 전락했다.

부작용은 뚜렷했다. 글로벌 채권시장 최전선에 있던 역외 코리아데스크의 부재로 국내외 발행 여건에 대한 시각차가 심화됐다. 글로벌 시장과 이슈어의 눈높이 간극을 조절해야 할 글로벌 IB들의 조율 역량이 떨어지기 시작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홍콩 등 역외 시장의 경우 인력 운용 비용 등이 한국 대비 비쌀 수밖에 없어 2010년 이후 글로벌 하우스들이 뱅커 축소에 나섰다"며 "코리아 데스크가 사라진 자리는 이후 차이나 데스크로 대체됐다"고 말했다. 이어 "역외 인력 부재로 글로벌 시장 분위기 등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잃었다는 점에서 국가적 손실이지만 이같은 현상을 인지하고 있지 못하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영업 기반, 점유율 경쟁 치열…좁아지는 조달 창구

글로벌 하우스들이 한국 시장에 지나치게 동화된 점 역시 한계다. 국내에 자리를 잡은 후 영업 비즈니스에 치중한 결과 현실적인 조달 여건 등에 대한 조언 역량 등이 약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해 9월 현대캐피탈은 한국물 호황 분위기 속에서도 조달에 실패했다. 직전에 조달을 완료한 현대캐피탈아메리카 발행금리 수준을 이니셜 가이던스(IPG·최초제시금리)로 제시한 결과였다. 당시 한국물 이슈어들이 IPG 대비 20~25bp 가량 스프레드(가산금리)를 낮춰 조달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공격적인 조건이었다. 현대캐피탈아메리카는 현대캐피탈과 유사한 금리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슈어의 금리 눈높이와 글로벌 시장 여건을 조율하는 건 주관사의 주요 역할이다. 하지만 하우스들은 글로벌 시장 여건보다 발행사 입맛에 맞춰 금리 조건 등을 제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지화된 하우스들의 접전 속에서 후발주자의 자리는 비좁아지고 있다. 국내 영업 기반을 확보한 하우스들이 리그테이블 상위 체제를 견고하게 구축하고 있는 데다 적정금리를 제시하는 등의 방식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여건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문제는 무난히 조달이 가능했던 지난해와 달리 최근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 호황의 시기에는 개별 하우스의 역량과 별개로 손쉽게 발행에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젠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시장 위축이 심화되고 있어 글로벌 IB를 통한 조달 라인 다각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리아데스크 등 역외 인력이 한국으로 들어온 후 조달 전략보다 영업 등이 비즈니스의 주요 수단으로 부상했다"며 "이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상위 독점 체제는 위기 상황 시 외화 조달 창구를 줄인다는 점에서 한국 금융시장 환경에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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