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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갈 돈 많은 HDC현대산업개발, 유동성 ‘고민' [건설리포트]현금 순유출, 변경회계기준 탓 '초과청구공사' 급감, 분양·복합개발 부진도 거들어

이명관 기자공개 2020-03-20 08:30:59

이 기사는 2020년 03월 18일 17: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대산업개발)은 대규모 지출을 앞두고 있다. 우선 아시아나항공 인수 잔금을 치러야 한다. 여기에 대규모 복합개발 사업에 투입해야 하는 자금도 만만치 않은 수준이다. 예고된 지출은 조 단위에 이른다. 자체 자금으로는 충당할 수 없는 액수다. 조 단위 대출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자연스레 상당한 금융비 부담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현대산업개발의 현금창출력이 둔화했다는 점이다. 한 푼이 아쉬운 상황에서 작년 순유출된 현금이 1000억원(영업활동 현금흐름 기준)을 웃돈다. 초과청구공사가 큰 폭으로 감소한 점이 현금흐름에 영향을 줬다. 초과청구공사는 선수금과 유사한 성격이다. 2018년 회계기준 변경에 따라 자체개발 사업에서 유입된 공사대금이 부채로 잡혀 있었다. 그러다 작년 해당 프로젝트가 준공되면서 실적에 반영됐다. 현금 유입이 없는 실적이 인식된 셈이다. 여기에 분양물량이 축소된 데다 기대만큼 복합개발 사업이 숫자로 가시화되고 있지 않는 점도 현금창출력 악화를 거들었다.

◇순이익 '4257억'→NCF '-1207억' 괴리

현대산업개발이 제출한 2019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현금창출력이 눈에 띄게 저하됐다. 현대산업개발의 지난해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은 마이너스(-) 1207억원이다. 작년 4257억원의 순이익을 거둬들였지만, 실제로는 현금이 빠져나갔다. 순이익 지표와 NCF 간 간극은 5464억원에 이른다.

이 같은 괴리는 초과청구공사가 크게 줄어든 탓이다. 초과청구공사는 대금을 미리 받아 향후 용역으로 갚아야 하는 선수금 성격이다. 모두 부채로 잡힌다. 작년말 기준 초과청구공사는 5616억원이다. 전년 1조1914억원 대비 무려 52%(6298억원) 감소한 수치다.

작년 초과청구공사가 줄어든 것은 2018년 도입된 변경회계기준인 'IFRS15' 탓이다. 변경회계기준이 적용되면서 자체사업의 회계처리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이전엔 분양시점을 기준으로 진행률만큼 수익을 인식했다. 하지만 IFRS15의 수익인식 기준은 고객으로 자산의 통제권이 변경됐다. 자체사업의 경우 모두 부채로 인식된다.

현대산업개발은 2018년 회계기준 변경에 따라 몇몇 대형 프로젝트에서 거둬들인 이익을 부채의 초과청구공사 계정으로 회계처리를 했다. 그리고 작년 준공시점에 맞춰 실적으로 잡았다. 선제적으로 대금을 받은 만큼 현금 유입이 거의 없는 이익이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회계기준 변경에 따라 일부 대형 자체개발 프로젝트가 부채로 잡혔다"며 "그만큼 2018년 초과청구공사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프로젝트가 작년 준공되면서 이익으로 잡혔는데, 이미 공사비를 받은만큼 실제 이익과 현금흐름 간 차이가 발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제외하더라도 현대산업개발의 현금창출력은 나빴다. 분양물량의 축소와 복합개발의 부진 탓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작년 6400여 가구 수준의 분양 물량을 소화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연초 1만9000가구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기대치를 훨씬 밑돌았다. 분양 지연과 신규 사업이 취소되면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 특히 1만가구 달성에 실패하면서 201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 복합개발 사업도 기대만큼 진행률이 오르지 않고 있다. 2017년 10월 민간사업자로 선정된 조 단위 프로젝트인 광운대 역세권개발의 경우 1년이 넘도록 지지부진한 상태다. 역사 부분과 물류기지를 함께 통합해 개발하려던 계획이 따로 개발하는 것으로 수정된 탓에 사업 속도가 느린 것으로 전해진다. 2020년 하반기에나 착공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 △용산역 전면 공원 지하 개발 사업 △광주 작동 물류센터 개발사업 △파주 서패동 도시개발 프로젝트 △용산 철도병원 부지 개발 등도 개발 계획 수정과 인·허가 문제 등으로 착공이 지연되고 있다.


조 단위 대출 예정, 악화된 현금흐름 부담

NCF 외에도 재무현금흐름과 투자활동현금흐름 모두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복합개발 프로젝트와 개발 부지 매입, 아시아나항공 인수 대금 납입 등이 복합되면서 나타난 결과다. 우선 작년말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금으로만 2000억원 가량이 투입됐다. 개발부지 확보에도 1300억원 가량의 자금을 투입했다. 복합개발 사업에도 수백억원 이상이 투입됐다.

현대산업개발은 대부분을 자체 자금을 최대한 활용했다. 이에 작년 현금성 자산이 크게 줄었다. 2018년 1조3425억원에서 작년 5247억원으로 급감했다. 줄어든 현금은 무려 8177억원에 이른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대규모 자금지출이 예정돼 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라는 숙제를 풀어내기 위해선 조 단위 차입이 불가피하다. 현재 계획된 외부 차입 규모는 1조1000억원 수준이다. 세부적으로 3000억원은 회사채, 8000억은 인수금융을 통해 인수 대금을 치를 예정이다. 외부조달에 따른 금융비도 감내해야 한다. 또 복합개발에도 지속해서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그동안 주택사업을 통한 우수한 자금 회전력을 앞세워 자체자금을 적극 활용해왔다. 하지만 줄어든 현금성 자산과 주택사업 위축으로 예전처럼 자체 유동성만 믿고 사업을 벌이기엔 한계가 명확하다. 작년 수준의 프로젝트 진행률로는 금융비가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현재 현대산업개발의 신용등급이 'A+'인 점을 고려하면 조달금리는 대략 3%대 선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연간 금융비용은 350억~400억원에 이른다. 작년말 기준 연간 금융비용이 173억원이었다. 대출이 현실화되면 연간 이자만 600억원에 육박하게 된다. 올해도 주택사업에서 고전할 경우 유동성 경색이란 문제와 마주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재 주택 공급 상황만 놓고 보면 올해도 어려움을 겪을 공산이 크다"며 "실제 올해 초 현대산업개발이 분양한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사업에서도 미분양이 발생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173가구 규모의 당진 아이파크의 경우 69가구의 미분양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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