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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신탁사 경영분석]성장세 으뜸 하나신탁, '책준형' 효과 계속될까시장 점유율 6위→3위…주력분야 경쟁 심화

고진영 기자공개 2020-03-26 09:26:50

이 기사는 2020년 03월 25일 07: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가장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인 부동산신탁사는 하나자산신탁이다. 시장 점유율이 무려 3계단 상승해 존재감을 과시했다. 고공행진의 1등 공신은 책임준공형 관리형토지신탁으로 꼽힌다. 하나자산신탁은 책준형 신탁 수주를 공격적으로 늘리면서 시장 지위를 높여왔다.

다만 앞으로도 이런 판도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평가다. 그동안은 KB부동산신탁과 함께 사실상 책준형 시장을 양분해왔다. 하지만 새로 업계에 진입한 부동산신탁사 3곳이 모두 이 분야에 뛰어들면서 파이 다툼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더군다나 금융당국이 책준형 신탁에 대한 NCR(영업용순자본비율) 산정 기준을 엄격하게 바꾸기로 한 만큼 재무관리에서도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역대급 성장세, 책임준공형 토지신탁 발판

하나자산신탁은 지난해 영업수익(매출) 1318억원, 영업이익 884억원을 거뒀다. 매출은 전년대비 40.9%, 영업이익은 53.1% 증가했다. 외형뿐 아니라 수익성까지 모두 챙기며 역대 최대 실적을 갱신했다. 영업이익률은 67.1%, 순이익률은 49.9%다.


실적은 책준형 신탁이 견인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수수료 수익 872억원 중 497억원이 책준형 신탁 관련 용역에서 발생했다. 전년 동기보다 3배가량 급증한 것이다. 수탁고 역시 책준형을 중심으로 늘었다. 2019년 말 수탁고를 보면 책준형이 포함된 관리형 토지신탁 수탁고가 10조8795억원을 기록하면서 10조원을 넘어섰다. 전년 말 수탁고(9조2286)와 비교해 17.9% 많다.


책준형 신탁의 가파른 성장과 함께 부동산신탁업계에서 하나자산신탁이 차지하는 위상도 달라졌다. 하나자산신탁은 2004년 금융당국으로부터 부동산신탁업 인가를 받고 출항했다. 이후 하나금융지주가 100% 지배하기 시작한 2013년과 이듬해는 성장 정체를 겪었다. 그러다 2015년부터 부동산 경기가 활기를 띄고 책준형 신탁 수주를 대폭 늘리면서 실적히 급격히 성장하기 시작했다. 2018년에는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두며 시장점유율 6위를 수성했고 지난해는 코람코자산신탁, KB부동산신탁, 대한토지신탁을 제치며 3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영업이익에서도 순위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다. 2017년 6위에 그치다가 이듬해 4위, 2019년에는 3위로 상승했다. 영업이익률로 보면 KB부동산신탁 바로 뒤, 업계 2위다. 중위권에서 상위권업체로 단숨에 도약한 셈이다.

◇경쟁 격화되는 책준형 시장…NCR 하락세 주목

하지만 올해부터는 경쟁자들이 우후죽순 등장하면서 영업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부동산신탁사들은 크게 차입형과 혼합형, 비차입형으로 나뉜다. 한국토지신탁과 한국자산신탁, 코람코자산신탁, 대한토지신탁 등이 차입형 토지신탁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신탁회사가 직접 자급을 투입해 부동산개발사업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반면 금융지주계열인 하나자산신탁과 KB부동산신탁은 차입형과 책준형, 담보 신탁 등을 함께 취급하는 혼합형이며, 이 중에서도 책준형 신탁에 가장 무게가 쏠려 있다. 책준형은 우발채무 발생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은행계 신탁사들에게 유리하다. 비차입형 그룹으로 분류되는 나머지 5개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낮은 관리형 토지신탁 업무 일부와 담보신탁, 분양관리신탁, 대리사무 등을 주로 취급한다.

그런데 수년간 변화가 없던 시장 구도는 지난해 말부터 변화를 맞았다. 새로 인가를 받고 영업을 시작한 한투부동산신탁과 대신자산신탁, 신영부동산신탁이 모두 책준형 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대신자산신탁과 신영부동산신탁은 지난해 말 이미 책준형을 1건씩 수주하기도 했다.

최근 교보생명의 100% 자회사로 편입된 교보자산신탁(옛 생보부동산신탁) 역시 책준형 진출을 준비 중이다. 우리자산신탁(옛 국제자산신탁)과 아시아신탁도 지난해 우리금융과 신한금융에 각각 편입된 만큼 책준형 신탁 영업을 확대할 것으로 짐작된다.

현재 책준형 신탁의 수수료율은 약 2%다. 신탁사가 자금 조달까지 맡는 차입형 신탁의 수수료가 3%대라는 점을 감안할 때 위험 부담과 비교해 높은 수익을 올리는 셈이다. 하지만 경쟁 심화로 시장이 좁아진 점을 감안하면 책준형 신탁 상품의 수익성이 저하될 가능성도 있다.


하나자산신탁은 책준형 중심의 사업구조 탓에 추후 재무지표에도 더 신경을 써야하게 됐다. 금융위원회가 최근 금융투자업규정을 개정하면서 NCR에 책준형 신탁의 리스크를 대폭 강화해 적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NCR은 금융사의 재무와 자본적정성을 파악할 수 있는 대표적 지표인데 수치가 높을수록 좋다.

금융위는 그동안 NCR에는 신탁업자의 손해배상책임 등이 적절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잠재적 지급위험액을 산정해 NCR에 적용할 계획이다. 책준형 신탁은 관리형 개발신탁업무에 책임준공 의무를 더한 구조이기 때문에 여러 사업장에서 책임준공 의무가 발생하면 자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금융기관 등을 상대로 손해 배상책임을 부담해야 한다. 개정안은 오는 4월부터 적용된다.

하나자산신탁은 지난해 NCR이 1328%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39%포인트 떨어졌다. 기존 신탁사 11곳 가운데 수치가 하락한 4곳 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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